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글로벌

[리얼 실리콘밸리] '멜론과 판박이' 스포티파이 가짜 계정 의혹

음악가 불분명한 기능성 음악에서 이윤 창출 의혹…스포티파이 부인에도 사그라지지 않아

2019.06.10(Mon) 12:42:16

[비즈한국] 지난 5월 27일, 검찰이 카카오 사무실을 수색했습니다. 멜론이 로엔엔터테인먼트 소유이던 시절, 유령 음반사를 내세워 음원 수익 일부를 부정직하게 가져갔다는 의혹 때문이었습니다. 음원 플랫폼에 비난이 쏟아졌고, 카카오 또한 내부 조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논란이 해외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음원 사이트의 대명사 ‘스포티파이(Spotify)’가 그 장본인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음원사이트 ‘스포티파이’ 로고.


2016년 ‘뮤직 비즈니스 월드와이드(Music Business Worldwide)’라는 매체가 스포티파이의 가짜 계정을 폭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가명의 음악가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음악을 플랫폼에 노출해 이들과 수익을 나눠 가졌습니다.

 

대중이 왜 무명의 가짜 음악가의 노래를 들었을까요? 아무리 스포티파이가 추천한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일면식 있는 음악가의 음악을 듣지, 무명의 음악가를 듣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모든 음악 장르가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논란이 된 음악 장르는 연주 음악, 그중에서도 ‘기능성 음악’이었습니다. 수면을 돕는 음악, 명상을 돕는 음악, 태교 음악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이런 부류의 음악은 굳이 음악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검색해서 상위에 나오면 그 음악을 듣게 되지요.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이유가 다 있던 셈입니다.

 

가짜 아티스트의 곡을 넣었다고 의심되는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 사진=스포티파이 화면 캡처

 

스포티파이는 당시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최근 다시 논란이 일자 “절대로 스포티파이는 계정을 만들거나 소유하지 않았다. 우리는 레이블에 로열티를 지불한다. 우리는 음반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매체들은 스포티파이가 ‘가짜 계정이 없다고 부정하지는 않은’​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한 매체는 스포티파이의 가짜 계정으로 의심되는 계정 50개를 공개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비욘세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인기 계정도 있었습니다.

 

이들 계정은 정말 가짜일까요? 확실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검색해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음악가, 스포티파이 외에는 어디에도, 심지어 무료 플랫폼 사운드 클라우드에도 음원을 팔지 않는 음악가, 10개 이하의 음원을 발표한 음악가가 비욘세보다 더 많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은 의심을 살 만합니다. 

 

세계 최다 구독자를 가진 음악 리뷰 유튜버 더 니들 드롭(The Needle Drop)은 스포티파이 스캔들을 다루며 “스포티파이가 일부 음악가 혹은 음반사와 따로 계약을 맺은 거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자기 음악을 더 많이 노출하고 싶은 음악가들과, 적은 로열티 비율을 감내할 가명의 음악가를 찾던 스포티파이의 이익이 맞아떨어져 생긴 일이라는 것이지요. ​

 

음악 리뷰 유튜버 더 니들 드롭이 다룬 스포티파이 이슈. 그는 “스포티파이와 이에 동조한 음악가들에 크게 실망했으며, 앞으로 스포티파이를 쓰고 싶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포티파이가 스웨덴의 일부 작곡가들과 ‘가명 음악’ 계약을 맺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그의 짐작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스포티파이 이슈를 다룬 더 니들 드롭은 “스포티파이와 이에 동조한 음악가들에게 크게 실망했으며, 앞으로 스포티파이를 쓰고 싶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음반 업계는 예전부터 스포티파이의 가짜 계정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스포티파이 논란을 기사화한 언론에 분노를 토한 음반사들도 많았습니다.​ ‘소니 뮤직’의 경우 스포티파이에 최적화된, 30초 남짓의 기능성 음악을 대거 만든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음반사 또한 스포티파이의 전략을 따른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

 

스포티파이 사건은 플랫폼의 책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플랫폼은 유통을 지배합니다. 플랫폼이 자신이 불공정 계약을 맺은, 자체 콘텐츠에 밀어주는 용도로 유통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유저의 신뢰를 가지고 주사위를 던지는 셈이 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음악이 거래되는 순간, 음악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하나의 ‘콘텐츠’가 돼버린다는 점입니다. 홍보 자료의 말처럼 정말 스포티파이가 음악을 존중했다면, 제아무리 기능성 음악이라도 그 음악의 품질을 확인하고, 다른 음악처럼 추천할 만한 음악을 내보냈을 겁니다. 플랫폼과 업계 종사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존중하지 않기 시작하는 순간, 신뢰는 깨집니다. 신뢰의 붕괴를 보여준 스캔들, 스포티파이의 가짜 계정 논란이었습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최태원 SK 회장 당황시킨 '장애인 고용률' 삼성·현대차·LG는?
· [핫 CEO] '두부가 콩보다 싸니…' 기로에 선 김종갑 한전 사장
· '조현병 환자가 회진을?' 어느 정신병원에서 생긴 일
· '멜론은 시작일 뿐?' 엔터업계 사정 칼바람 예보
· 국내 최대 뮤직 스트리머 축제 '플레이넥스트 2019' 열린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