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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시세 하락, 거래량 감소 시기 '급매물 선별법'

시세 하락 반영 매물이 '급매물' 포장 가능성 커 중개업소 말만 믿으면 안 돼

2019.02.11(Mon) 10:49:45

[비즈한국] A 씨는 잘 알고 지내던 공인중개업소 소장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좋은 급매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3억 4000만 원의 아파트 급매물이다. 적극적으로 협상하면 500만 원 정도 인하가 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3억 3500만 원 수준에서 매수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해당 아파트는 매도 호가가 3억 6000만 원에서 3억 8000만 원인데 반해 매수 호가는 3억 2000만 원에서 2억 3000만 원 정도다.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한 요즘 같은 시기에는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의 차이가 크다.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2019년 부동산 시장 경기가 작년 같지 않아, 사고 싶은 사람보다 팔고 싶은 사람이 더 많아 충분히 조정 가능할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A 씨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 정도 급매물이라면 바로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사무소 밀집상가에 붙은 급매물 알림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급매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매수하고 보자는 생각은 금물이다. 급매물일수록 입지와 상품가치를 더 많이 고려해야 한다. ‘급매물’이라는 것은 가격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중개업자의 추천뿐 아니라 여러 가지 부동산의 기본 조건을 추가적으로 조합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A 씨가 급매물이라며 추천받은 아파트는 3억 3500만 원에 거래되면, 다음에는 3억 2500만 원 전후에서 거래될 것이다. 예상되는 해당 단지 매물의 거래 박스권 범위는 3억 3000만 원에서 3억 원 선이다. 거래 빈도는 많지 않아도 한동안 그 금액 내에서 거래될 것이다. 투자 수요는 거의 없고, 실거주 위주의 거래만이 예상된다. 중개업소 소장이 말한 3억 4000만 원이라는 가격은 급매물 가격이라고 볼 수 없다. 

 

해당 단지는 입지 조건만 보면 매우 좋은 곳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부터 대형마트까지 도보권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도 멀지 않고, 서울 가는 광역버스도 많다. 도로망도 잘 갖춰져 있다. 입주 20년이 넘어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은 거의 없지만 입지만으로도 실거주 수요는 공실이 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하다. 

 

하지만 가격 평가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확신을 갖고 전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특별한 부동산 의사결정 기준이 없다면 말이다. ‘지금 얼마에 사면 나중에 얼마가 된다’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섞은 중개업자들의 전망은 조심해야 한다. 

 

중개업소 소장에게 추천받은 단지의 시세가 하향될 것이라는 이유는 분명하다. 해당 단지 인근 지역에 2년 내 5000세대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후 5000세대가 추가로 신규 분양이 될 것이다. 새 아파트 단지는 입주할 때마다 먼저 들어선 단지의 시세에 영향을 준다. 다소 부정적으로. 상품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정도로 시세가 상승할 수는 있지만, 새 아파트가 오르는 비율을 따라가긴 어렵다. 경쟁 상품이 계속해서 생기는 지역의 구 아파트 한계다. 매매 시세뿐 아니라 전세 시세도 신규 아파트가 입주할 때마다 하락할 수 있다. 거래가 잘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래가 잘 안 되는 단지의 시세 예측은 오히려 쉽다. 시세 예측이 어려운 것은 투자 수요 때문인데, 투자 수요층이 없으니 단순하게 전망할 수 있다. 실수요층이 아파트를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주변 단지 시세와 비교해 보면 된다. 유사한 수준의 단지 시세와 비교하면 현재 시세가 적정 가격인지는 바로 판단할 수 있다. 해당 단지의 전세 시세만 알아도 매매가격을 평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매도자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현재 시세보다 낮은 시세로 시장에 내놓는 부동산 매물을 ‘급매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세가 하락하는 시기라면 급매물의 가격을 판단하기 어렵다. 거래가 많지 않은 시기도 그렇다. 급매물이 진짜 급매물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가격만 보고 급매물 거래를 결정하면 안 된다. 그것은 묻지 마 투자, 즉 투기가 된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급매물을 잡기 위해 중개업자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간적인 관계가 있다면 거래 조건을 잘 조정해주고, 좋은 물건이 나오면 먼저 소개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급매물을 받기 위한 목적이라면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급매물에 대한 판단은 중개업소가 아닌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급매물을 찾기보다는 좋은 매물인지 평가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렴한 급매물보다는 시세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향후 미래 가치가 높아질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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