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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영업사원 해고돼도 속수무책, '특수고용직'이 뭐길래

서류상 개인사업자라 부당노동행위 인정 안 돼…고용부 법 개정 추진 중

2018.08.02(Thu) 14:59:18

[비즈한국] 르노삼성자동차에서 5년간 영업직으로 근무하던 구 아무개 씨(47)는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고객에 불이익을 주는 부당한 판매에 반발하자 돌아온 건 해직 통보였고, 다른 판매점에 재취업하려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돌아온 답변은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구 씨는 고용노동부와 검찰 등에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혐의없음’ 결론이 나왔다. 그는 “10년 넘게 해온 일인데 다른 일을 시작하기 쉽지 않다”며 “서류상으로만 개인사업자인데, 나 같은 약자들은 회사를 당해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GM에서 근무하던 오 아무개 씨(49)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4년 전 쉐보레 대리점에서 영업직으로 근무하던 그는 하루아침에 실적부진을 이유로 해고당했다. 오 씨는 “이직하겠다고 하니 실적을 걸고 넘어지더라. 본사에서 대리점협의회에 압력을 넣었는지 다른 곳으로 가려 해도 갈 수 없었다”며 “연봉 2억~3억 원을 받다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가정도 파탄났다”고 말했다. 

 

현재 오 씨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민사소송을, 재취업 제한 의혹에 대해선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등 4년 넘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고객과 상담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 등을 검토하는 등 정부가 특수고용직을 근로자처럼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특수고용직들은 부당노동행위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 도급, 위탁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직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사용종속관계에서 일어나는 근로만 근로자의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판매업계에선 동일 근로를 제공하고도 위촉계약자는 부당해고를 당하는 등 비자발적 행위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르노삼성·한국GM·쌍용자동차 등 일반적인 자동차 영업판매직원은 위촉계약자로 관계가 설정된 특수고용직이다. 서류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차를 많이 팔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적 압박에 내몰려 불법적인 판매 방식을 강요받기도 하고 처신을 잘못하면 실적부진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직되기도 한다는 게 일부 직원들의 설명이다.

 

현재 자동차회사들은 판매 직영점보다 대리점을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본사는 이 같은 영업직원들의 부당노동행위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위 사례의 경우 르노삼성과 한국GM 측은 “회사는 영업직원의 직접적인 고용주체가 아니므로 본사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자동차 판매점 관계자는 “​대리점주는 제조사에게는 ‘을’이지만, 영업사원들에겐 제조사를 등에 업은 ‘갑’으로 군림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촉계약’이란 점 때문에 특수고용직들은 기본급과 4대보험, 퇴직금 등이 없는 것은 물론 부당행위를 당해도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점이다. 

 

앞서의 구 씨는 “직원보다 더 직원처럼 일했지만 돌아온 것은 부당해고와 ‘근로자로 볼 수 없어 부당행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정부의 답변”이라며 “애초에 근로자가 아니면 그들의 내부규율이나 방침을 강요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황이 이렇지만 특수고용직 보호정책은 십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00년 정부는 ‘비정형근로 보호대책’에서 특수고용직 보호방안을 제시했고, 2001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도 특수고용직 보호방안이 논의됐다. 2001년부터 시행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도 특수고용직은 이미 파견노동자, 용역노동자 등과 함께 ‘비전형 근로자’로 분류돼왔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근로자로 인정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특별법으로 제정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에선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로 상임위원회 상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특수고용직에게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인정되지 않은 상태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특수고용직들의 부당해고와 관련한 진정조차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무사는 “특수고용직들은 부당해고 등 피해가 발생해도 민사소송을 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길밖에 없는 처지”라며 “이마저도 변호사 비용 등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특수고용직과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방안을 이달 안에 확정하고 법 개정에 착수하기로 발표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부터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일단 고용보험부터 가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보험의 경우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인 특수고용직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며, 법 개정 작업은 9월부터 추진될 예정이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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