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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김기식 의원' 시절,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그랬다면?

"기업의 비용 지원 해외출장은 명백한 로비이고 접대"라고 비판한 사람이…

2018.04.09(Mon) 14:45:01

[비즈한국] “김영란법의 제정과 시행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접대·로비 문화와 관행을 근절하고 보다 투명한 선진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난 3월 30일에 임명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김 원장은 1990년대 초반 참여연대 창립을 이끌면서 사회 곳곳의 부조리에 대해 개혁의 목소리를 내다가 2012년 제19대 국회에 민주당 비례대표로 등원했다. 의원으로서 김 원장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에서 대기업 계열 금융사에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여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2015년 3월 김영란법이 통과될 당시 본회의에서 법 제안 설명을 하는 등 입법을 주도하여 개혁적인 이미지로 국민들에 각인이 되어 그의 금융감독원장 취임에도 기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다른 사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재직 당시 피감기관 예산으로 세 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이 문제가 되었다. 왼쪽은 지난 2014년 국회의원 시절의 김 원장. 오른쪽은 지난 4월 2일 취임식 모습. 사진=비즈한국DB·임준선 기자


그런데 요 며칠간 신임 김 원장의 취임 일성보다는 그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으로 재직 당시 피감기관 예산으로 세 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이 문제가 됐다. 2014년 3월 한국거래소 예산으로 우즈베키스탄을 2박 3일,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비용으로 여비서를 대동해 미국 워싱턴 등으로 9박 10일, 2015년 5월 우리은행 중국 충칭분행 개점식 참석차 은행 부담으로 2박 4일 중국과 인도를 다녀온 것이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관련 해외 출장을 다녀왔지만 이는 공적인 목적과 관련기관의 요청과 협조를 얻은 것”이고 “출장 후 해당 기관과 관련된 공적인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소신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했다”면서도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고 보좌관이나 비서와 동행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 원장은 공적인 목적의 출장이었다고 해명하지만 그리 간단하게 정리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1991년 2월 서울지검은 13대 국회 상공위 소속 의원 등 3명을 특가법상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경비 전액을 부담할 테니 부부 동반으로 북미 지역을 여행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9박 10일간 여행을 한 뒤 돌아왔다. 검찰은 이들을 직무와 관련한 뇌물 수수로 기소했다. 여행을 가기 전날에 받은 개인 여행 경비 총 1만 6000달러도 범죄 사실에 포함됐고 1993년 1월 이들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물론 김 원장 건과 위 상공위 사건을 똑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앞선 김 원장의 해명 중 “거래소가 우즈베키스탄 부총리 등 현지 고위 인사 면담에 국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동행을 요청해 이를 수락했다”는 것은 공적 목적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KIEP의 지원으로 유럽을 다녀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 원장은 KIEP 유럽지부 설치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었고 다녀온 후 지부 설립에 반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지만 이는 스스로 실패한 로비임을 사전에 알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영란법 도입을 강조했던 김 원장이 외부 지원의 국외출장을 국회의원 혼자서, 그것도 보좌관의 출장경비까지 지원받아 갔다는 것은 믿기지가 않는다. 한국거래소와 KIEP는 이러한 지원 사례는 김 원장 외에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4년 10월 21일 국정감사 당시 김 원장은 진웅섭 당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에게 “공사 임직원들이 2013년부터 2014년 7월까지 나간 총 93건의 해외 출장 중 25건이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명백히 로비이고 접대라고 비판했다. 공사 임직원들보다 국회의원이 더 무거운 책임의식이 있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감안하면, 정말이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따로 없다.

 

김한규 변호사

게다가 현재 금융감독원은 전임 최흥식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재직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불명예 사퇴하는 바람에 신임 원장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과연 김 원장에게 금융 개혁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임 원장인 최 원장보다 더 깨끗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만일 본인이 의원 시절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그랬다면 정치권의 관행으로 여겨서 그냥 넘어갔을까. 유감스럽게도 모두 동의할 수 없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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