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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프리즘] 인도 패션시장의 꽃, 웨딩 예복

여름은 ‘패션 비수기’지만 인도 패션계는 웨딩 시장 준비로 가장 동분서주

2017.08.09(Wed) 13:59:05

[비즈한국]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 몬순이 한창인 올 7월의 어느 날 뉴델리 한 호텔에서는 인도 4대 패션 위크 중 하나로 꼽히는 인디아 쿠튀르 위크(India Couture Week) 준비로 분주했다. 

 


이날은 대담한 컬러 조합과 지극히 여성적인 실루엣으로 유명한 여성 디자이너 레뉴 탄돈(Renyu Taandon)과 럭셔리한 소재에 인도 전통 테크닉과 모던한 감성을 적절하게 녹여내는 부부 디자이너 샤말 앤 부미카(Shyamal & Bhumika)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쇼 시작 시간인 저녁 8시가 다가오자 호텔 로비는 인도 패션계 관계자와 언론인, 그리고 한껏 치장한 뉴델리 사모님들과 예비 신부들로 벅적였다.  

 

8시 30분. 언제나 그렇듯 제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쇼 장의 모든 불이 꺼졌고,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조용해지자 한쪽 코너에 요염한 홍등이 비춰졌다. 묵직한 오렌지색 터번을 쓰고 코너에 서 있던 남자가수는 인도 전통음악과 EDM이 한데 어우러진 리듬에 맞추어 목청 높여 한 가락을 시원하게 뽑아냈다. 

 

장내에 흥이 무르익자 런웨이를 향해 불이 켜졌고, 이어서 인도 전통 예복을 입은 모델들이 사뿐사뿐 줄지어 걸어 나왔다. 관객들은 화려한 자수와 은은한 광택의 실크, 큼지막하면서도 영롱한 장신구에 매혹되어 탄성을 냈다. 

 

세계적인 섬유생산국인 인도에서 전통 예복 시장은 패션의 중심이다. 유명 패션 잡지인 ‘보그’ 인도판만 펴 보더라도 예복 광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정장을 입고 서양식 결혼식을 주로 하는 우리와 달리 인도인들은 여전히 전통 혼례를 고집한다. 심지어는 해외에 거주하는 인교(재외 인도인)들도 인도 전통 예복을 입고 결혼하는 것을 선호해, 인도로 웨딩 쇼핑을 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몰웨딩’이 점점 확산돼 가지만, 인도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성대하고 화려한 결혼식이 열린다. 부와 신분을 과시할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통상 전 재산의 20%를 자식 결혼식에 쓴다고 하는데, 지난해에는 딸 결혼식에 8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인 광산재벌 출신의 정치인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고가의 디자이너 예복에 대한 수요와 관심도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들의 최고가 라인은 레헹가(Lehenga, 치마), 촐리(Choli, 소매가 짧고 목 부분이 파인 상의), 그리고 두빠따(Dupatta, 머리에 두르는 긴 직사각형 천)로 이루어진 신부 예복이 차지하고, 패션쇼 역시 전통 예복이 중심이다. 실제로 인도 톱 디자이너들의 매출은 60~80%가 신부복에서 창출되며, 미국, 싱가포르, 영국, 남아프리카, 두바이 등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인교들의 수요도 높아 유명 디자이너들은 세계 곳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이번 인디아 쿠튀르 위크에는 바룬 바흘(Varun Bahl), 아니타 동그리(Anita Dongre), 로힛 발(Rohit Bal), 라훌 미쉬라(Rahul Mishra)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 디자이너들이 참석했고, 마이클 잭슨이 극찬한 영국 출신의 인도계 디자이너 마니쉬 말호트라(Manish Malhotra)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들 작품에는 인도 전통 방직 기술과 자수 및 염색 기법, 인도 고유의 복식과 문양이 고스란히 스며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감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눈부시게 화려하고 황홀한 예복 하나를 만들기 위해 30~50명의 인원이 3~4개월의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니, 상품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작품에 가깝다.  

 

인디아 쿠튀르 위크가 끝나기 무섭게, 8월 초에는 같은 장소에서 보그 인디아(Vogue India)가 주관하는 웨딩 박람회인 보그 웨딩쇼(Vogue Wedding Show)가 개최된다.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웨딩 박람회가 열릴 것이다. 밀라노, 파리, 뉴욕, 런던 등 세계 패션 중심지 등에서 통상 여름은 ‘패션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인도 패션계는 여름에 가장 동분서주하다. 10월부터 시작해 내년 봄까지 이어지는 웨딩 시즌 준비 때문이다.

 

인도 웨딩 시장은 연간 500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이며, 매년 20%씩 무섭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날 가장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예비 신부들의 소망과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의 열망이 자리 잡고 있다.

박소연 국제학박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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