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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라이젠’ 반격에도 인텔은 느긋한 이유

10년 만에 인텔 따라잡을 회심작…제조사 설득과 최적화가 관건

2017.03.03(Fri) 14:54:57

[비즈한국] 시장 경제에서 독과점은 지양해야 하지만 이를 딱히 제재할 수 없는 분야도 있다. 반도체 산업이 대표적이다. 고도의 기술과 천문학적인 설비 비용 때문에 후발 기업이 쉽게 나타나지도 않고, 경쟁에서도 쉽게 낙오되다 보니 인수합병을 통해 결국 상위 기업만 살아남는다. 특히 PC용 CPU 분야에서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진다. 현재 전 세계 PC용 CPU를 만드는 기업은 단 두 곳. 인텔과 AMD다.

 

2006년 정확히 시장 점유율 5 대 5를 차지했던 인텔과 AMD는 그 이후로 격차가 계속 벌어져, 10년 만에 8 대 2에 이른다. 게임 콘솔 등에 납품하는 시스템 온 칩(SOC) 실적을 빼면, 실제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격차는 더 크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이제는 AMD CPU를 탑재한 노트북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CPU는 성능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이, 좋고 나쁨이 쉽게 평가된다. 여기에 가격을 더하면 상품성이 금방 드러난다. 이러한 점에서 AMD는 지난 10년간 인텔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지난 22일 열린 ‘라이젠 테크 데이’ 행사에서 리사 수 AMD CEO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자신감과 확신으로 가득 찬 어조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 = AMD 라이젠 트위터


시간이 흘러 인텔은 나태해졌고, AMD는 칼을 갈았다. 인텔은 1년 주기로 공정 미세화와 새로운 아키텍처(설계)를 번갈아가면서 발전시키는 ‘틱톡’ 전략을 지난해 수정했다. 그 틈을 타 AMD가 14나노 공정의 새로운 젠 아키텍처 기반의 CPU ‘라이젠’으로 반격에 나섰다.

 

출시 전 공개된 ‘라이젠’의 성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각종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인텔의 1000달러대 초고성능 CPU의 성능을 불과 절반 가격으로 따라잡는 모습을 보였다. 성능에 민감한 PC 마니아들은 열광했고, 인텔이 적잖은 자극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여전히 느긋한 모습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노트북 제조사, AMD와 손잡을 수 있을까

 

부품을 주문하고 PC를 직접 조립해서 최고의 성능을 뽑아내는 것을 즐기는 PC 마니아들에게 ‘라이젠’의 출시는 분명 즐거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매(Retail) 판매는 전체 CPU 시장에서 매우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PC 시장의 3%, 글로벌하게 봐도 10%를 넘지 못한다.

 

진짜 큰손은 노트북과 완제품PC 제조사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LG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 레노버, HP, 델 등이 있다. 이들이 만드는 주력 제품에 AMD CPU를 탑재해야 비로소 PC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노트북 제조사들이 일부 모델에 AMD CPU를 탑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력 모델에 AMD를 선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MD는 올해 하반기에 노트북용 라이젠 프로세서를 출시할 방침이다.

 

노트북 및 완제품 PC 제조사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모든 조건이 뒷받침 되고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AMD 라이젠 트위터


가장 큰 걸림돌은 소비자 선호도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가 원가 절감을 이유로 주력 제품인 ‘아티브북9 라이트’에 AMD CPU를 탑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판매량이 급감했다. 심지어 당시 삼성전자는 CPU 제조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음에도 그렇다.

 

현재 노트북 시장은 상향 평준화 된 성능보다는 이동성을 비롯한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연산 속도만 가지고 제조사들이 AMD를 선택하기 어렵다. 결국 제조사들의 마음을 확실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가격 경쟁력 밖에 없다. 하지만 인텔 역시 대대적인 방어에 나설 공산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삼성과 LG가 나서줘야 되는데, PC사업 축소와 함께 출시 모델 숫자를 계속 줄이고 있다. 이래저래 AMD에게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인텔에 최적화 된 게임 환경도 문제

 

일반적인 PC 사용자들이 성능을 따지는 이유는 대부분 게임이다. 특히 100만 원 이상 조립PC에 돈을 쏟아 붓는 이유는 최신 고사양 3D게임을 4K 해상도에 최고 그래픽 옵션으로 60프레임 이상 즐기기 위해서다.

 

문제는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 최신 게임들이 인텔 CPU에 최적화 돼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워낙 격차가 컸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아무리 벤치마크 성능이 좋아도 실전에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출시 전부터 이러한 우려는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라이젠7은 8개의 코어를 가지며 16개의 스레드로 작동된다. 열 설계 전력(TDP)가 65W에 불과하지만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사진=AMD 라이젠 트위터


실제로 3일(현지시각) 하이엔드급 라인업인 ‘라이젠7’이 정식 출시되자마자 AMD 주가는 7% 이상 급락했다. 실사용 반응이 나오면서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AMD 측 대변인은 “일부 게임에서 최적화 문제로 인해 발생한 사소한 문제”이며 “대부분 테스트에서 라이젠의 성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적화 문제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게임 개발사 역시 시장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 CPU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대작 게임들의 평균 개발 기간이 최소 3년에서 많게는 5년 이상 걸리는 점과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 PC 교체주기를 감안하면 AMD가 반짝 흥행으로 대세를 바꾸기는 어렵다. 

 

# 대세 어려워도 자극제는 될 것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AMD가 주목받는 상황은 시장 전체와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지난주만 해도 아마존에서는 일부 인텔 CPU의 가격을 20~30% 할인해주는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또 올해 하반기 출시될 8세대 제품인 ‘커피레이크’와 ‘캐논레이크’ 역시 가격 정책에 있어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실상 독점 체제가 위협받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리사 수 AMD CEO가 인텔 절반 수준의 판매 가격을 발표하자 현장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사진=유튜브 라이젠 발표영상 캡처


인텔 입장에서 AMD 선전이 꼭 나쁜 이야기만은 아니다. 라이젠의 흥행이 PC 시장 전체에 자극제가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텔 전체 사업에서 PC용 CPU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55% 정도이며, 이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만큼 PC 시장 자체가 갈수록 축소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PC 시장이 부활하기 위한 열쇠는 스마트폰을 압도하는 콘텐츠와 그것을 뒷받침 해줄 막강한 성능뿐이다. ​인텔과 AMD의 불꽃 튀는 경쟁이 반가운 이유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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