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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공시] ‘그룹 자금숨통 위해’ 두산밥캣 상장 추진하다

2016-2-23 한차례 무산 후 재수 성공…실적 호전에 박정원 회장 취임 첫해 ‘합격점’

2017.02.23(Thu) 06:00:14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오늘, 2016년 2월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산인프라코어는 “당사의 주요 국내 종속회사인 두산밥캣은 22일 이사회에서 국내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본 사항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거나 변동이 있는 경우 재공시하겠다”고 공시했다. 

 

사진=두산밥캣 홈페이지 캡처


두산밥캣은 당초 미국 중소형 건설장비 회사였으나,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했다. 2014년 두산밥캣 지주사가 설립되면서 본사 소재지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뀌었고, 이듬해 11월 사명이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에서 ‘두산밥캣’으로 변경됐다. 

 

두산밥캣은 한때 두산그룹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그룹 유동성 위기의 근원지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니 2015년에는 매출 4조 408억 원에 영업이익 3856억 원을 기록했다.

 

두산밥캣의 상장은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을 인수할 때부터 계획됐었다. 두산밥캣이 상장된다면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초우량기업이 한국시장에 상장되는 첫 사례가 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은 2016년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떠올랐다. 두산그룹 역시 두산밥캣을 코스피에 상장해 최대 2조 4000억 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2015년 매출액은 7조 2130억 원으로 전년대비 6.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0% 하락했고, 순손실은 8595억 원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시를 통해 두산밥캣 기업공개(IPO) 계획을 발표한 이후 상장 절차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결정 한 달여 만인 같은해 3월 21일 두산밥캣은 한국거래소에서 한국투자증권 및 JP모건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우량기업의 경우 적용되는 상장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 절차를 밟게 되면 8~9월쯤 상장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예상과 달리 두산밥캣의 상장은 순탄치 않았다. 상장 결정 이후 8개월이 지난 10월 10일 상장을 위한 공모를 추진하다 결국 연기되고 말았다. 이유는 공모를 위한 수요예측 단계에서 공모가가 기대 범위의 하한 수준인 4만 1000원을 밑돌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과에 두산그룹과 증시는 모두 충격에 빠졌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의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두산밥캣 상장 연기 발표 이후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 계열사에 대한 신용도 모니터링 작업에 착수했다. 등급하향 조정을 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용만 회장에 이어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제기됐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상장을 곧바로 11월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사흘 만인 10월 13일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고 상장 절차에 들어간 것. 11월 3, 4일 수요예측과 8, 9일 일반공모를 거쳐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을 세웠다.

 

다만 공모 물량을 4898만 1125주에서 3002만 8180주로 줄이고, 희망 공모가격도 종전 4만 1000∼5만 원에서 2만 9000∼3만 3000원으로 낮췄다.

 

재수 끝에 두산밥캣은 상장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3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해 막혔던 자금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두산 베어스 2016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산그룹은 지난해 전 계열사 흑자를 달성하며 실적부진 고리를 끊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배나 치솟았다. 덕분에 박정원 회장의 취임 첫 해 경영성과는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핵심계열사들의 실적 회복이 눈에 띄었는데, 두산밥캣의 상장이 이를 견인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 5조 7295억 원에 영업이익 4908억 원을 기록했다. 두산밥캣은 원화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3조 9499억 원을 나타냈지만, 영업이익은 41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4% 상승했다.

 

올해 두산밥캣은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 번 더 도약의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밥캣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내 인프라 투자확대 공약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편 두산밥캣은 현재(2017년 2월 21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조 5939억 원으로 국내기업 시총 순위 69위에 올라있다. 이는 111위인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나 그룹 내 맏형격인 두산중공업(76위)보다 높은 순위다.

 

두산밥캣의 주식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분율 59.33%(5947만 6250주)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고, 두산엔진 역시 10.55%(1057만 8070주)를 갖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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