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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택 삼성뒤집기] 이재용 구속,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조직의 오작동

‘삼성의 몰락’ ‘이건희전’ 저자가 추적하는 ‘최순실-박근혜-이재용 게이트’

2017.02.18(Sat) 10:23:36

삼성의 문제는, 오너 체제 유지를 위해 대외 홍보 및 대외협력 등 기업 경영의 본질과 상관없는 데에 많은 자원을 쏟아 부었다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의 행태는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정받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러한 일들을 하는 이들은 과도한 권한과 급여를 받으며 전문가 그룹으로 대접받아 왔다. 

 

지난 17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구속관련 플랜카드와 조형물이 놓여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5년 전쯤 삼성에서 퇴직한 분이 있다. 그는 상무급 대정부 로비스트였다. 공정거래위원회 500여 임직원 중 절반 정도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는 관계라고 한다. 퇴직 당시 사실상 권고사직을 당한 그는, 자신과 같은 공정위 전문가가 왜 사직을 권고 받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이 ‘삼성맨’이 생각하는 전문가의 개념은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핵심 역량으로 가진 자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분이 권고사직을 당할 정도면 특정 경제부처의 주요 인사들을 꿰차고 있는 삼성맨들은 부지기수라는 뜻으로도 이해된다. 

 

이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과정에서 특검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 과정을 둘러싸고 삼성의 전방위적인 로비와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파고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도록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가, 청와대 측 압력으로 500만 주로 줄였다는 의혹이다. 또한 삼성의 숙원인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을 공정위가 추진한 정황도 살펴보았다.  

 

삼성은 2월 17일 새벽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뒤 24시간이 지나도록 공식 입장 표명이 없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 10위 안에 드는 글로벌 기업의 행태치고는 이상하지 않은가.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라고 표현한 것은, 삼성의 제품이 전 세계에 소비시장을 갖고 있다는 의미와 삼성전자의 주주의 절반가량이 외국인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한 글로벌 사업장의 임직원, 협력업체 등도 이번 사태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다. 총수의 구속과 관련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연이은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당연한 조치다. 이는 삼성 조직은 그룹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 1인 총수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오만한 태도로도 비친다. 

 

삼성의 대외협력 업무는 구시대적인 끈적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이러한 왜곡된 대외협력 시스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삼성의 이러한 왜곡된 대외협력 시스템은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

 

# 삼성은 TK 기반의 권력 집단이다

 

삼성은 ‘기업’의 형태를 띤 TK(대구‧경북) 기반의 권력 집단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첫 번째 이유는, 삼성의 발전기 및 도약기가 지역으로서의 TK 및 정치권력의 중심인 TK와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1938년 이병철 창업주가 설립한 삼성상회에서 시작한다. 대구와 포항 인근에서 주로 생산되는 청과물과 건어물 등을 취급한 유통 기업이었다. 삼성상회 한켠에는 국수 공장이 있었다. 전두환의 부친은 그 국수공장의 종업원이었다. 삼성상회 개천너머 살던 소년 전두환은 삼성상회에 자주 놀러왔다. 1980년대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과 삼성가의 인연은 이렇듯 오래되었다. 

 

내가 삼성과 전두환과의 관계를 주목하는 이유는 전두환이 정권을 잡은 1980년대에 삼성은 국내 재벌 기업의 수준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의 기반을 다지기 때문이다. 그 기반의 대표적인 게 반도체인데, 이병철 회장은 1983년 소위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여기에는 전두환 정권의 특혜성 지원이 동반된다.            

 

삼성을 권력집단으로 표현하는 두 번째 근거는 1세에서 2세로 지배권이 승계된 과정 때문이다. 1987년은 소위 6‧29 선언을 통해, 권력의 축이 전두환으로부터 노태우에게 많이 넘어갔다. 그러나 창업주 이병철이 사망하고 삼남 이건희가 회장에 취임한 11월 말~12월은 여전히 전두환 씨가 대통령이었고 대통령 선거는 치러지지 않을 때였다. 

 

TK 중심의 신군부 대부였던 신현확이 삼성물산 고문으로 건재할 때였다. 신현확 고문이 TK 신군부의 대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두환이 권력을 잡게 된 1979년 전국 비상계엄 확대회의를 신현확 당시 총리가 주재했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장남 이맹희 전 회장이 전두환 대통령, 노태우 후보와 육군사관학교 동기인 신군부 출신 친구들을 활용, 지배구조 승계를 노렸으나 신현확의 견제로 막혔고, 이병철 회장의 유훈대로 이건희 회장에게 지배권이 넘어갔다.  

 

삼성을 ‘TK 기반의 권력 집단’이라고 칭하는 세 번째 이유는, 공교롭게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사실상 2세에서 3세로 지배권이 확정된 2015년 7월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재벌 정책을 총괄하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새누리당 국회의원 겸임),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전형적인 TK맨들이기 때문이다. 비선실세 최순실과 국민연금공단은 조연의 역할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 수첩, 공정위 서기관의 수첩이 이재용 구속의 ‘스모킹건’이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 이재용 체제 기획은 재무라인 

 

더불어민주당의 삼성 저격수인 박영선 의원은, 삼성 이재용 지배 체제는 30년 가까운 로드맵에 의해 진행되어왔다고 말한다. 로드맵의 기초는 삼성의 2인자 재무통 이학수 전 부회장과 이학수 직계인 김인주 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에 의해 디자인되고 기획되어졌다.   

 

이건희 회장는 생존해있다. 그러므로 상속이 개시되지 않았다. 부친이 글로벌 기업의 주식을 물려주지 않았는데도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통해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에 실질적으로는 2세보다도 더 높은 지분율을 지니고 있다. 이런 현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지배구조 추진 과정이 일관되게 편법이었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이러한 지배구조의 주춧돌은 삼성 재무라인들에 의해 1990년대 초부터 놓이기 시작했다.

 

삼성 재무라인들은 미래전략실을 포함, 사업회사까지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권오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역시 과거 비서실 재무팀 경력 덕에 재무라인으로 불린다. 삼성 재무라인의 결속은 마피아를 상기시킨다고 해서 ‘재무마피아’라는 말까지 있다.

 

# 삼성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삼성그룹 공채 출신인 김기대 편집인 겸 발행인은, “삼성은 핵심 기술이 없다. 퀄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오디오 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한다는 것은, 리스크 없이 기본만 하겠다는 의미다”고 못 박는다. 

 

삼성은 하만을 자동차 전장회사로 소개하고 있으나 글로벌 업계에서는 오디오 회사로 알려져 있다.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에서는 4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8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하만 인수 투자 발표를 했으나 미국에서만 반색할 뿐, 국내 및 유럽에서는 시큰둥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추진 포기와 동시에 진행된 하만은 서둘러 진행되어, 이슈 덮기용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2014년 이건희 회장 유고로 등장한 이재용 체제는 스마트폰 이후 신수종 사업 부재에 시달렸다. 오늘날의 M&A 러시는 이재용 부회장의 신사업에 대한 조급증이 원인이다. 또한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종합기술원장 시절 당장 돈이 안 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중단, 미래의 싹을 잘라먹은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본다.

 

하만이 가지고 있다는 커넥티드카 사업 부문은 정보통신과 자동차를 연결시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애플과 구글의 자동차 운영시스템 같은 것이 산업의 중심을 이룬다.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사업 또한 향후 만개할 자율주행차 시대에나 실제적인 산업으로 떠오른다. 

 

자동차오디오는 엔진과 진동 등 소음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가졌을 때 제 품질을 평가받을 수 있다. 하만이 보유하고 있는 JBL이나 뱅&올룹슨(카오디오)의 브랜드 정도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자산인데, 80억 달러나 줄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간다. 자동차든 자동차 부품이든, 자동차 전장이든 어느 사업 영역에 구겨 넣든 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핵심 기술이 아니다. 또한 삼성전자나 삼성그룹 어느 사업 영역과 결합해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2년간 연속으로 CES(소비자가전쇼)를 취재해 온 김기대 대표는, 삼성의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기회비용을 발생시키는 폐해에 대해 지적한다. “삼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소프트웨어업체 주요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 독점함으로서, 업계 발전도 못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엔지니어 몇몇에 의존하는 업계 생태계를 파괴시켜 왔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끝난 제50회 CES에는 뚜렷한 제품이 보이지 않았다. 세계 1위 그래픽칩(GPU) 업체인 엔비디아(NVIDA)는 키노트 발표자로 선정되었는데, 그 회사가 개발한 혁신적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김기대 대표는 하드웨어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 자율주행차와 5G 중심의 소비자 기술 중심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세계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오프라인 마트인 아마존고(Amazon GO)는 취업 시장에 혁신적인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한다. 하드웨어 제품 중심의 삼성전자는 그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총수가 구속되는 상황에 이르러서도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탄핵 인용시 대통령이 구속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삼성은 ‘권력의 강요에 따른 피해자일 뿐’이라고 약자 코스프레를 계속하면서 법대로를 외쳤다. 총수가 구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 은 여전히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향후 여러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 및 유죄 판결은 확실하다. 그런데도 대국민 사과나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사회 통념상의 보편적인 자정 능력, 내부 개혁의 매커니즘을 상실했다는 얘기이다. 삼성에게 내부 개혁을 기대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시민 세력을 중심으로 한 범정치권력이 주체가 되는 외부로부터의 개혁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심정택 ‘삼성의 몰락’ ‘이건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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