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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만 한 학생보다 특별활동 함께한 학생 성적이 더 높아…비밀은 ‘학습된 근면성’

2017.02.01(Wed) 10:58:15

지난 연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5)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성적이 2012년에 비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PISA란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성취도를 측정하는 대규모 시험으로 2000년 이후 3년마다 시행되고 있다. 

 

인적자원 말고는 제대로 된 자원 하나 없는 한국에서, 학생들의 수학능력마저 떨어진 일은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루트거 뵈스만은 최근 발간된 책 ‘지식자본 국가들: 교육과 성장의 경제학’에서 국가 간 경제성장률의 차이는 지식자본에 의해 대부분 설명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바 있다.국가별 경제성장률의 차이는 각 국가 학생들의 수학능력 성적에 의해 대부분 설명된다는 이야기다. 

 

세로축은 1960~2000년의 경제성장률, 가로축은 PISA 테스트의 성적을 3점 척도로 분류한 것이다. 자료: Eric A. Hanushek, Ludger Woessmann(2015)


그럼 왜 한국 학생들의 성적이 미끄러졌을까? 

 

과거에 비해 한국 학생들의 수업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되었고, 학부모의 열의도 여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이 의문을 최근 읽은 책 ‘그릿’(2016, 앤젤라 더크워스 지음, 비즈니스 북스 펴냄)을 통해 일부나마 풀 수 있었다. 참고로 ‘그릿(Grit)’이란,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열정과 끈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성공의 핵심적인 요인은 타고난 지능이 아닌, 그릿에 있다는 게 앤젤라 더크워스의 주장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그릿’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가드너가 알아낸 사실은 다음과 같다. 1년 이상 특별활동을 한 학생은 대학을 졸업할 가능성과, 청년기에 지역 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또 1주일 중 특별활동에 참여한 시간은 취업 및 소득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이는 특별활동에 2년 동안 참여한 학생들에게만 해당되었다.

 

쉽게 이야기해, 초중등 시절 학교공부에만 몰두한 학생보다 특별활동에도 시간을 할애한 학생들의 미래 성과가 더 뛰어났다는 이야기다. 시험공부에 어마어마한 시간을 투입하고 있는 한국의 환경에서, 어떻게 보면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앤젤라 더크워스는 또 다른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월링햄과 그의 팀은 ‘과업완수’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과업완수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 특정 활동에 목적의식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했는가, 또는 여러 활동을 산발적으로 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두 가지 특별 활동에 각각 수년간 참여하고 두 활동 모두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인 학생들은 ‘과업완수’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중략)

 

과업완수 항목의 예측력은 놀라웠다. 고등학교 성적과 SAT 점수를 통제한 다음에도, 고등학교 재학 중 꾸준한 특별활동 참여는 다른 어떤 요소보다 대학 우등 졸업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중략)

 

주목할 점은 고등학생 때 몰두했던 특별활동의 종류가 중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테니스를 했던 학생회나 토론팀에 참여했듯 상관없었다. 뭐가 됐든 한 해 그리고 그 이듬해에 같은 특별활동 부서에 다시 등록하고 그동안 발전이 있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

 

무척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공부에 직접 도움되는 특별활동도 아니고 ‘모든 특별활동’을 2년 이상 참여한 게, 학생의 미래 성적을 예측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앤젤라 더크워스는 ‘학습된 근면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

 

지난해 ‘제5회 일요신문배 전국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한 어린이가 대국에 열중한 모습. ‘​그릿’​에 따르면 특별활동을 2년 이상 한 학생이 공부에만 몰두한 학생보다 성적이 높았다. 사진=비즈한국DB


(실험 대상) 동물이 고통을 피할 수 없을 때 어려운 과제를 금방 포기하는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한다면, 고통을 피하지 않고 이겨내 다음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현상을 ‘학습된 근면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이젠버거의 결론을 간단하게 말하면 ‘노력과 보상의 연관성’이 학습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이젠버거는 더 나아가 노력과 보상의 연관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쥐든 인간이든 게으름을 부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가능하면 열량을 소모하는 노력을 피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중략)

 

특별활동이 그릿(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열정)을 기르기에 더없이 좋은 이유 중 하나도 코치와 교사가 자녀가 아닌 아이들의 투지를 이끌어낼 책임을 맡아준다는 점이다. (중략)

 

코치와 교사들은 부모와 똑같이 아이들을 지지해주면서도 부모도 훨씬 요구가 많다. 지각하고 늦게 들어오는 학생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는 엄중한 훈계를 듣는다. 특별활동에 참여할 준비를 해오지 못한 학생은 수업 시간 내내 앉아서 다른 아이들을 지켜만 볼 뿐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 

 

동작을 정확히 따라 하지 못하면 이 교사의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끝없이 반복하고 고쳐나가야 했다. (중략) 혹독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략) 어려운 과제를 주고 의식적인 노력을 해 나가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그릿을 길러준다. (중략) 어려운 일도 그만둘 수 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수업료를 낸 기간까지는 그만둘 수 없다. 적어도 스스로 약속한 기간까지는 시작한 일을 끝내야 한다.

 

물론 힘든 일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환경이다. 부모가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도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특별활동, 더 나아가 좋은 교사가 지도하는 과정에 아이를 꾸준히 보내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냥 이 문제를 방치해야 할까? 

 

다행히도 이제는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왜냐하면 학력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한 반의 학생 수가 이제는 20명 안팎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교사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학생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반대로 학생 1인당 예산도 크게 증가한 셈이다.​

 

예전처럼 한 반에 70명이 공부할 때에야 특별활동은 꿈도 꿀 수 없는 사치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한국은 과거에 비길 수 없이 부유해졌으며, 더 나아가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어 2020년에는 전체 인구의 불과 5.3%만이 초등학교에 진학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학령인구의 감소는 먼 미래 한국의 노동력 감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각을 바꿔 생각하면,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천, 즉 1인당 지식 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ric A. Hanushek, Ludger Woessmann(2015), ​The Knowledge Capital of Nations: Education and the Economics of Growth​, Cambridge, MA: MIT Press.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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