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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이끌고 숨은 재산 찾고…‘현재현 저격수’ 인터뷰

동양증권 임원 출신 ‘가해자 겸 피해자’ 자살 부하직원 장례 치르고 독기 품어

2016.11.18(Fri) 17:52:43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그의 파산을 이끈 동양증권 임원 출신 남 아무개 씨를 직접 만나 그 과정을 들어봤다. 사진=비즈한국DB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대규모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4만여 명의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7)에게 지난 9월 19일 파산을 선고했고, 이에 현 회장은 개인파산 결정에 불복하며 일주일 후 항고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현 전 회장의 항고에 개의치 않고 있다. 한 피해자가 2조 원에 육박하는 피해액을 변제 받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현 회장의 파산 선고를 직접 이끌어냈으며,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자비 5000만여 원도 모두 헌납했다. 동양증권 이사 출신이자 동양증권 사태의 피해자이기도 한 남 아무개 씨(54)를 ‘비즈한국’이 ​직접 만나 사연을 들었다. 

 

​동양증권 직원 출신이라 순수한 피해자라고는 보기 어려워 보인다. 

“1989년 4월 입사한 이후 27년간 동양증권에 몸담았다. 서울·경기권 지역본부장을 비롯해 이사, 상무 등을 역임했다. 대법원이 2013년 8월 20일 이전에 판매된 CP와 회사채는 사기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당시 내가 담당했던 지역본부의 투자자들이 모두 내가 양산해낸 피해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들로부터 비난 받아 마땅하다.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한 달 넘게 매일 사무실로 출근했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고개 숙여 사죄했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도 동양증권 채권을 샀다.”

 

​본인과 가족의 피해액이 얼마나 되나.

“도대체 피해액이 얼마기에 이렇게 열성적으로 현 전 회장의 뒤를 캐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피해액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피해액의 규모가 크든 작든 모두가 똑같은 피해자임을 먼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100만 원을 피해봤다 하더라도 누군가에겐 푼돈,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집안이 풍비박산 날 액수일 수 있다.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아들을 위해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소액의 돈을 투자해 CMA통장 6개를 만들었고, 통장일기도 썼다. 그리고 그 돈으로 동양증권 채권을 샀다. 아들이 성인으로 성장한 후 선물로 주고 싶었던 내 꿈이 동양증권 사태와 함께 깨지고 말았다.”

 

​현 회장의 파산을 직접 이끌어냈다. 

“동양증권 직원들 대다수가 피해자들에게 죄책감을 가졌고, 피해 회복을 위한 책임감도 느꼈다. 지역본부장으로 근무했을 때라서 소속 직원들의 숫자만큼 더 힘겨웠다. 지난해 12월, 내 밑에서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한 직원이 찾아왔다. 힘들다고 토로하면서 내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그리고 사흘 후 그의 부고를 받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장례식장으로 찾아갔더니 회사에서 조화 하나 보내지 않았다. 회사로 연락했더니 한다는 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그로 인해 회사의 명예가 훼손됐다’였다. 피해자와 직원들의 피해보다 회사의 명예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이때부터 현 회장의 숨겨놓은 재산을 찾기 시작했다.”

 

​결심 이후 무엇을 했나.

“(자살한 부하직원) 장례가 끝나고 나서 나흘 후 법원에 현 전 회장에 대한 파산 신청을 냈다. 일반적으로는 파산 신청은 당사자가 한다. 제3자가 파산 신청을 하고, 파산 선고까지 이끌어낸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결국 피해자들에게 한푼이라도 더 보탬이 될 수 있게 됐다. 현 전 회장이 항고를 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법원이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현 전 회장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냈다. 현 전 회장 소유의 건물과 토지, 그리고 동양그룹 계열사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다 떼보고, 기입된 날짜와 이사들의 이름을 퍼즐 맞추듯이 분석해봤다. 그랬더니 현 전 회장이 사태를 예견하고 뒷돈을 챙기려 한 흔적들이 발견됐다.”

 

지난 2013년 12월 동양증권 피해자들이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비즈한국DB


​그 흔적을 모두 공개할 수 있나. 

“유안타증권과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현 와이티캐피탈대부), 손자회사인 티와이머니대부(현 와이티에프앤아이대부), 그리고 지주회사인 와이티홀딩스대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설립 시점에 대한 의혹이 충분하고, 현 전 회장의 최측근이 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현 전 회장의 지분과 매각 시점 등도 교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현 전 회장과 함께 배임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성대 전 동양파이낸셜 대표이사의 배임 혐의도 추가로 발견됐다. 이 모든 내용을 검찰에 알렸고, 담당수사관으로부터 모든 혐의가 인정될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다. 검찰의 검토 및 조사가 진행 중이다.”

 

​추가로 공개할 내용은 없나. 

“피해자들 사이에서 현 전 회장의 부인 이혜경 전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아직까지는 떠도는 정보지 내용에 불과해서 공개하기는 어렵다.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과는 연관성이 높지 않아 따로 뒤를 캘 생각은 없다. 10년 넘게 동양그룹에서 근무하다가 사태가 터진 이후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직원들과 사기 어음 및 채권으로 피해를 본 동양증권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현 전 회장의 파산을 이끄는 과정에서 난관이 많았을 것 같다.

“피해자들에게 욕먹은 건 너무나 당연했다. 어떻게든 그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게 됐고, 그 결과 현 전 회장을 파산에까지 이르게 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이들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동양그룹 사태가 터진 이후 그룹에 남은 직원들의 비난이었다. ‘네가 얻는 게 뭐냐?’, ‘미쳤다’, ‘이제 그만해라’, ‘왜 굳이 네가 하느냐’ 등의 말들이었다. 이들이 피해자의 편을 들어주지는 못할망정 내게 비난을 쏟아내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슬펐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70대 이상 노인들이라 파산채권신고서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피해자모임이 생길 때면 직접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파산채권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얘기해준다. 파산채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내 이름을 모르는 피해자들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언론에 실명을 노출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 동양그룹 쪽에서 어떤 태도로 나올지 모르겠다.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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