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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아버지의 신화를 땅에 묻었다

다시 부활한 거리의 정치

2016.11.11(Fri) 14:53:19

2016년 11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시위는 역대급 규모와 역대급 평화로움을 모두 충족시키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사실 IMF 이후 청년세대에게 가장 큰 사건은 광우병 시위였다. 광우병 시위는 규모와 지속성에 있어 민주화 이후 최고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광우병 파동은 사실이 아닌 좌파의 선동이라는 사망선고를 받았고, 지금도 거리마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천지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20대들 중 다수가 팩트중심주의를 외치는 젊은 우파로 전향했다. 

 

시위의 방향성도 문제가 많았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만 반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참에 이명박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메시지가 통일되지 않았었다. 정권 퇴진을 주장한 시위대에게는 강경파라는 딱지가 붙었고, 그들이 의경을 때리는 장면은 미디어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됐다.

 

결국 광우병 사태 이후 대규모 군중 시위는 부끄러운 것, 선동에 휩쓸린 것으로 치부되었다. 작년 민중총궐기도 그 맥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민들과 민주노총계 운동가들의 메시지는 서로 달랐고, 폭력적인 장면이 노출되며 시위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동일하게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다. 구시대의 냄새를 풍기는 조직된 운동권이 끼어들어 강경한 메시지를 외치고 말고 할 틈이 없었다. 또 놀라울 정도로 평화로웠다. 교복을 입고 나온 10대들은 폴리스라인을 넘으려는 어른들을 제지했다. 교통은 마비됐지만 경찰과 시민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무리한 청와대 진격 시도와 물대포가 동시에 사라졌다.

 

11월 5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행동 민중총궐기가 열렸다. 사진=임준선 기자


2008년 이후 폭력적이고 선동적인 행위로 낙인 찍혔던 대규모 시위가 8년 만에 다시 정당성을 회복한 날이었다. 경찰의 강경 진압을 주장하던 극우와 조직된 운동권의 지휘를 주장하던 극좌 모두 시민들의 단결된 열망 앞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꽤 많은 전문가들이 광우병 사태 이후 다시는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시위가 여론 지형을 흔드는 일이 없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8년, 그리고 1년 만에 정말 많은 게 달라졌다. 여전히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이하 친박계가 참 큰일을 해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후광으로 당선 되어 자기 손으로 직접 아버지의 신화를 땅에 묻었다.

 

친박 비박을 떠나,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이 정권의 수립을 방조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보수와 우파는 실패했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지금은 그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닥에 납작 엎드릴 때다. 다만 가장 먼저 석고대죄를 해야 할 사람들이 여전히 당청을 이끌고 있으니 이 시국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두려울 따름이다.

장예찬 비즈한국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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