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대우조선 사태 회계 업계 지각변동 부른다

검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본격 수사 착수…“다른 법인도 털면 먼지 날 게 많다”

2016.10.17(Mon) 15:03:25

“대우조선해양 사건의 본질은 분식회계를 막아야 했던, 막을 수 있었던 회계법인이 손을 놓으면서 시작됐다는 겁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던 올 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 관계자가 내놓은 진단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몇몇 경영진의 부정 지시로 분식회계를 감행했음에도 회계법인이 이를 눈감고,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 그는 “작은 회계법인은 물론, 대형 회계법인까지 고객(기업)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현 상황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에 발맞춰 금융감독원도 회계법인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5조 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7월 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한 지 5개월이 넘었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과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등 당시 대우조선-산업은행으로 이어지는 경영진 라인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대우조선의 돈 관리를 책임졌던 회계법인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실무진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을 마친 검찰은 조만간 안진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 배 아무개 전 이사와 임 아무개 상무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이 이들에게 적용할 혐의는 대우조선 회계 사기 공모(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공인회계사법 위반)했다는 것. 2010년부터 대우조선해양 회계감사를 맡아온 안진 회계법인은 당초 대우조선이 2013년과 2014년 각각 4000억 원가량 흑자를 냈다는 거짓 재무제표 발표에도 ‘적정’ 의견을 냈다. 

 

당시에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 전체가 적자를 공시하는 ‘명백한’ 불황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이 홀로 수천억 원 규모의 흑자 공시를 내는 등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안진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 ‘적정 의견’을 고수했다. 산업은행 내부에서 “회계 자료에 이상한 점이 많았지만, 가장 이상한 점은 안진회계법인이 가만히 있다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결국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이 적발되자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3월에서야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2조 원대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정정 공시했고, 대우조선해양과 분식회계를 ‘짜고 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요청과, 안진 회계법인의 협조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실무를 총괄했던 안진 고위 임원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다수의 파트너가 함께하는 회계법인 구조상 법적 책임은 파트너 여럿에게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삼정, 삼일, 안진, 한영 등 회계법인 ‘빅4’가 새롭게 재편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 수사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기업 수사를 하다보면, 회계법인이 기업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구조인 게 회계를 잘 모르는 우리 눈에도 보인다”며 “감사라는 것은 감시가 주된 목적인데, 고객 관리가 우선 평가되다보니 대형 회계법인들도 ‘을’로 전락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첩보 관계자 역시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안진이지만, 다른 회계법인들도 털면 먼지 날 게 많다. 그동안 대기업을 중심으로 장난질을 치던 회계법인들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며 “돈 관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는 미국이었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범죄다. 금융 선진국처럼 우리도 회계 사기 등 금융 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적정 의견이 ‘자동’으로 나온다는 것은 국정감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4대 회계법인들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에 대해 낸 감사의견 총 506건 중 ‘의견거절’은 단 두 건에 불과했다. 삼정과 한영 회계법인은 모두 ‘적정’ 의견을 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금감원에서 회계법인들에 대한 제제·징계 기준을 대폭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감리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엄중히 조치하겠다”며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핫클릭]

· 대우조선 살리기, 군이 발 벗고 나섰지만…
· [“다툼의 여지가 있다”] 강만수 영장 기각, 검찰 수사 ‘맹탕’ 예고편?
· “행장님 관심기업”…강만수 대출 압력?
· 추석 후 검찰 ‘대목’…“국감 전 마무리”
· 대우조선은 되고 한진해운은 안 돼, 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