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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실패를 딛고 우주로

실패가 없었다면 에디슨의 전구도 없었다

2016.09.26(Mon) 13:31:30

지난 9월 1일,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 우주기지에서 엔진 점화 테스트 중이던 팔콘9 로켓이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팔콘9는 페이팔과 테슬라 모터스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 2002년 설립한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운용 중인 로켓이다. 이번 폭발로 로켓에 탑재되어 있던 스페이스컴사의 통신위성 AMOS-6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뜻하지 않은 이 사고에 스페이스컴은 무료 재발사나 보상금 5000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고, 주가 폭락과 중국 기업과 합병을 추진하던 계획의 차질 등으로 회사가 입은 손실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뉴스도 들린다. 그리고 AMOS-6를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인터넷 서비스 등에 사용하려던 페이스북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스페이스X는 저렴한 가격의 발사체(로켓)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급을 하거나 상용 인공위성 발사를 주업무로 하는 이 회사는 발사체를 다시 착륙시켜 재사용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민간 우주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오는 11월에 재발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작년 6월에 폭발 사고 이후 두 번째 폭발 사고를 겪으면서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스페이스X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게 꺾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기존의 저가 발사체 서비스로 이름 높았던 러시아의 프로톤 로켓은 발사실패율이 11%가 넘기 때문이다. 

 

민간 우주기업들이 활발해지기 전, 정부 주도의 우주 탐사에서도 늘 성공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최초의 재돌입 비행우주선인 미국의 우주왕복선은 1986년에 발사 직후의 챌린저호를, 2003년에는 귀환 중의 컬럼비아호를 잃으면서 총 14명의 승무원도 함께 잃었다. 신뢰도가 가장 높은 로켓 중의 하나인 소유즈의 경우에도 개발 초기인 60∼70년대에 두 번의 사고로 4명의 승무원이 사망했다. 이 외에도 수십 년 동안 많은 실패를 겪으며 미국, 러시아 등은 우주 탐사의 선두 주자가 된 것이다.

 

우주 탐사 실패는 기술적 한계도 이유이지만, 때로는 피할 수 있었던 실수로 비롯된 경우도 있다. 챌린저호의 폭발 원인인 추운 날씨에서의 O링의 결함은 발사 직전에 담당 기술자가 문제 제기를 했지만 무시되었다. 1999년 미국의 화성 기후 관측 탐사선 폭발도 어이없는 이유였다. 탐사선의 속도를 제어하는 프로그램에 사용된 단위가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국제 표준단위(미터·킬로그램)가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서 주로 쓰이는 영국 단위(인치·파운드)여서 잘못된 값을 계산했던 것이다.

 

때로는 이론으로는 알지만 현실에 적용하여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태양계 탐사선인 보이저 2호가 원하지 않던 회전으로 자세가 자꾸 틀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알고 보니 테이프를 사용하는 저장장치가 테이프를 감을 때마다 탐사선의 선체가 반대방향으로 회전했던 것이다. 결국 관제소는 그때마다 측면 엔진을 점화해야 했다. 
 

보이저 2호.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과학과 기술에서 새로운 분야의 개척은 언제나 이렇듯 수많은 실패와 착오의 과정을 겪기 마련이다. 그런 경험이 쌓여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얻게 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흔히 들려주는 에디슨의 전구 발명에 얽힌 수많은 실패의 교훈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

 

지난 7월, 한국형 우주 발사체 시험발사가 연기될 듯하다며 많은 예산을 쓰고서도 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묻는 보도가 있었다. 몇십 년 전 이미 선진국에서 개발되고 공개된 기술을 왜 우리나라는 아직 해내지 못하냐는 내용도 있었다.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반박했다.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관련 시설과 기업 등을 갖춘 선진국도 아직까지 십수 년씩 연구기간을 거쳐 개발하는 것이 우주발사체이고, 로켓 관련 기술은 국제 조약을 통해 관리 규제되는 민감한 전략기술이라는 설명이었다. 몇몇 매체들은 이런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후속 기사를 쓰기도 했다.

 

한국형 발사체.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우리가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짧은 시간에 성공하는 것에만 열광하는 것은 아닌지, 소수의 인력이 각고의 노력으로 선진국 이상의 성과를 내는 미담(?)에만 익숙한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는 있는 것 아닐까.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을 맡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원 블로그의 다음 문장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현재 스페이스X의 직원은 무려 5000명이죠. 항우연(항공우주연구원)의 로켓 개발 인원은 250명인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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