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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없는 ‘필요충분’…아이폰7 좋게 보기

이어폰단자 빼고 방수방진·용량 업그레이드 등 ‘경험 확대’

2016.09.15(Thu) 06:11:09

애플이 새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어떤 제조사든 매년 신제품을 내놓지만, 특히나 세상이 아이폰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애초 시장이 아이폰을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나 잘하나 보자’며 혁신코드와 연결 짓고, 삼성과 경쟁구도에 올려놓다 보니 이제는 적잖은 피로감까지 쌓였다. 혁신에 대한 강박이나 흥분을 빼고 신제품을 바라보면, 필요하던 부분들 그리고 당연한 부분들이 개선됐다.

 

# 왜 뺐나, 이어폰 단자

   
아이폰7은 이어폰 단자를 빼고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사용한다. 사진=애플

아이폰7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3.5㎜ 이어폰 단자가 빠졌다는 점이다.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는 지금까지도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여전히 이어폰 단자를 통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블루투스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애플은 이제 ‘선’을 버려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기기를 연결하는 선들은 이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길게 봐도 음악을 듣기 위해 아날로그 구리선을 고집할 이유가 별로 없다. 애플은 그 과도기를 변환젠더로 풀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이제 음악을 들으려면 무선 헤드셋을 쓰라는 의미다. 아이팟과 아이튠즈 등 음악시장으로 성장해온 애플로서는 큰 흐름의 변화를 유도하는 셈이다.

시장이 이를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 아직은 이 ‘당연한’ 케이블이 그대로 그 자리에 있길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애플이 다시 이 단자를 되돌려놓지는 않을 테고, 시장은 블루투스 기반의 무선 헤드폰과, 라이트닝 케이블로 고음질을 전송하는 유선 헤드폰으로 양분될 듯하다.

 

# 물과 먼지 막아내

애플은 조금 늦긴 했지만 아이폰7에 방수를 더했다. ‘IP67’ 수준으로 막아준다는 설명이다. IP 뒤의 두 숫자는 순서대로 먼지와 물을 막아주는 정도를 나타낸다. 앞자리 6은 가장 높은 등급으로, 먼지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뒷자리 7은 1m 정도 깊이에서 30분을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물에 첨벙 빠뜨리거나 더러워진 휴대폰을 수돗물로 씻어도 되는 수준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8등급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 정도면 침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아이폰7은 접점을 줄이는 디자인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홈버튼은 실제 딸깍 눌리는 버튼 대신 누르는 느낌을 가상으로 만들어주는 햅틱 기술을 썼다. 애플은 이를 ‘탭틱(Taptic) 엔진’이라고 부르는데, 맥북이나 애플워치에 비슷하게 쓰였다. 실제 물리적으로 눌리는 건 아니지만 누르는 힘을 알아차리고 버튼을 눌렀을 때의 느낌을 모터 진동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홈버튼 자리를 일체형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됐고, 빈틈이 사라지는 효과를 얻는다. 이는 곧 방진방수로 연결된다.

   
먼지와 물을 막는 방수 방진 기능이 추가돼 침수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사진=애플

조금 더 넓게 보면 이어폰 단자 역시 방수 때문에 없앤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전히 스마트폰 고장 원인의 대부분이 디스플레이 파손이나 침수가 차지하기 때문에 이용자로서도, 애플로서도 고장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낸 셈이다.

 

# 카메라와 스피커 성능 발전

카메라도 좋아졌다. 렌즈는 더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촬영할 수 있고, 4.7인치 아이폰7에도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이 들어간다. 5.5인치 아이폰7 플러스에는 일반 카메라 외에 더 넓은 범위를 촬영할 수 있는 광각렌즈가 하나 더 추가된다. 필요에 따라 카메라 두 개를 동시에 이용해 DSLR 카메라처럼 배경이 흐려지는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아이폰 자체의 스피커도 좋아진다. 소리는 더 깨끗하고 크게 출력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폰의 위쪽에도 스피커를 달아 스테레오로 재생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비다. 화웨이의 ‘넥서스6P’를 비롯한 몇몇 제품들이 스테레오 스피커를 품고 있는데 아이폰에도 적용됐다.

성능에도 발전이 있다. 새 프로세서는 4개의 두뇌를 갖고 있는데, 그중 2개는 고성능이 필요할 때 쓰고, 다른 2개는 저전력으로 작동할 때 쓰는 것이다. 저전력 프로세서는 고성능 프로세서에 비해 5분의 1의 전력만으로 작동한다. 속도는 이전 ‘아이폰6S’에 비해 40%가량 빨라졌고, 그래픽 성능도 50% 정도 좋아졌다.

저장공간은 같은 값에 이전보다 2배씩 늘어났다. 늘 용량부족으로 불만을 사던 16GB 제품이 32GB로 바뀌었고, 64GB는 128GB로, 128GB는 256GB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기준이 되는 128GB의 경우 100달러 정도 값이 내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가격과 연관 짓기보다는 콘텐츠의 용량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애플로서도 용량을 늘리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선택이다.

   
아이폰7 플러스는 일반 카메라 외에 광각렌즈가 더 추가된다. 사진=애플

아이폰7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는 건 아니다. 온 미디어가 애플에 혁신이 없다고 입을 모으는데, 되돌아보면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을 내놓던 순간뿐이었다. 스마트폰이 나온 것 자체가 혁신이고, 그 이후에는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통해 그 경험을 개선해온 것이다. 아이폰7 역시 그 아이폰의 경험을 확대했다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

이제 스마트폰 기술은 성숙기에 이르렀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스마트폰을 만들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숨을 고르고 시장의 수요와 기술의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 아이폰7 역시 적지 않은 기술들이 다른 스마트폰에서 구현됐던 것이다. 

다만 그 기술을 애플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 잘 녹여내는 것이 애플팬들이 이 기기를 떠나지 않는 이유다. 그들만의 잔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만의 공고한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지켜봐야 한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어렵고, 큰 변화를 요구하지도 않을 만큼 커버렸다. 아이폰7은 성숙 단계에 접어드는 시장에 애플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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