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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롯데, ‘사드 골프장’ 물밑 신경전

사실상 성주CC로 낙점한 국방부 “1000억도 비싸” vs 롯데 “6000억 이상”

2016.09.05(Mon) 08:58:39

“기존 배치 발표 장소였던 경상북도 성주군 성산포대보다 롯데스카이힐 성주 컨트리클럽(CC·골프장)이 점수가 더 잘 나올 겁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배치 관련, 롯데 성주CC의 여러 장점을 언급하며 넌지시 던진 말이다. 그는 “롯데 성주CC가 사유지라서 기존 후보에서 제외됐었기 때문에 그렇지, 처음에 함께 검토했다면 성산포대가 아닌 성주CC로 결정했을 것”이라며 “실제 가봐라. 길도 잘 닦여 있고 고도도 더 높아서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 롯데스카이힐 성주CC. 사진=롯데스카이힐CC 홈페이지

이로써 기존 후보였던 성산포대와 멀리 떨어진 덕에 평화롭게 운영되고 있던 롯데 골프장은 졸지에 국방부에 ‘매각되어야 할 사드 배치 부지’가 됐다. 미국과 북한, 중국까지 맞물린 중차대한 정치적 이슈인 탓에 국방부와 롯데그룹 모두 관련 언급을 조심하고 있다. 국방부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롯데는 “아직 국방부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지 못했다”는 공식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는 것. 하지만 두 조직 모두 알고 있다. 관건은 ‘매입·매각 비용’이라는 점을 말이다.

비용 문제를 놓고 두 조직의 입장은 첨예하게 나뉜다.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전국에 모두 4개 골프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사드 배치 후보로 거론되는 성주CC는 유일하게 흑자를 내던 곳“이라며 “절대 헐값에 넘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비용 설명도 서슴지 않는다. 처음 골프장을 매입할 때 비용이 750억 원이었는데, 회원제를 퍼블릭(공용)으로 바꾸면서 회원비를 돌려준 탓에 수백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었다는 것. 또 추가 9홀 조성을 위해 인근 임야를 매입하면서 들어간 비용 등을 감안할 때 2000억 원은 받아야 한다는 게 롯데 측의 주장이다. 

다른 롯데 관계자는 “중국에서 사드에 협력하는 기업에게 제재를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흑자인 점, 중국 제재까지 감안하면 3배(6000억 원)는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방부의 입장은 정반대다. 사드 포대 배치에 관여 중인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알기로는 적자투성이라 롯데가 처분하고 싶어 하는 것을 우리가 인수하는 격이라서 롯데 측에서도 좋아할 것”이라며 “1000억 원 넘게 팔겠다는 것은 롯데 측이 가격 부풀리기성 일방적 주장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밴달 미8군사령관이 7월 8일 국방부에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합의 결정 사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롯데에게 약점이 있는 것도 두 조직 모두 알고 있다. 롯데그룹의 아킬레스건은 서울중앙지검 롯데 수사팀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인데, 국방부는 “별도의 사안이지 않느냐”면서도 “롯데가 민심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우리에게 호재임은 맞다”고 인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 역시 “조만간 (신동빈) 회장님이 검찰에 불려갈 거라고 하던데 그때 맞춰서 국방부가 골프장을 요구하면 국민 여론까지 감안해야 해서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라며 “국민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돌아가는 일련의 상황을 감안할 때 롯데 측에서 부지 매각에 동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방부 입장에서 매입가격을 조율해 1000억 원 밑으로 사들인다고 쳐도, 국방부에게는 부담스러운 고가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우리 전체 예산이 40조 원이 넘는다고 하지만, 1000억 원을 추가로 받으려면 다른 국방부 예산 일부가 깎일 가능성이 높다”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용인 등 수도권 일대 군부대 부지를 롯데 측에 ‘대납’ 형식으로 넘기는 방안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고민하고 있다. 롯데가 “투자가치가 있다”고 혹할 만한 국방부 소유 토지 일부를 롯데와 맞교환하는 것. 국민의당이 “수백억 원 이상 드는 매입 비용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라며 사드 포대 배치를 국회에서 지연, 저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엇갈리는 두 기관의 입장 차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이미 사드 포대 부지가 롯데 성주CC로 사실상 낙점됐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성주에 파견했던 대규모 사드 배치 협력단을 이미 김천으로 옮기고 설득 작업을 펼치고 있는데, 협력단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이 명백히 성주군에 속하는 만큼 김천 주민들 입장에서 명분이 약한 것도 우리에게는 호재”라며 “쉽지 않겠지만 예정대로 내년 말까지 사드 포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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