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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낭만적이야’ 취업 스펙 전락 동아리 실태

종교 동아리가 봉사로 둔갑, 투자나 창업 동아리엔 이름만…증명할 수 없어 만연

2016.08.26(Fri) 17:43:10

취업준비생 강 아무개 씨(28)는 대학생 때 종교 동아리에서 2년 동안 활동했다. 그런데 그가 취업 이력서 교내활동란에 적은 것은 봉사 동아리였다. 그는 “대외활동과 인턴 경험이 있긴 하지만 요즘 기본 중에 기본 스펙으로 여겨지는 해외봉사를 다녀온 적이 없었다”며 “동아리 활동을 증명하라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기업들은 절대 모른다. 스펙은 다다익선”이라고 말했다.

   
▲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동아리 활동경력을 허위나 과장 기재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MBC <최고의 사랑> 캡처

낭만적인 대학생활의 상징이었던 동아리가 취업용 스펙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이를 허위나 과장 기재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력서 활동경력란을 채우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한 뒤 실제로 활동은 하지 않는 ‘유령회원’도 적지 않았다.

지난 4월 한 취업포털이 구직자 613명을 대상으로 ‘과장이나 허위기재 등의 거짓말을 해서라도 취업할 의향’을 조사한 결과 3분의 1 이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이들 중 절반은 실제로 허위나 과장 기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이런 거짓말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로 동아리 활동의 경우 대외활동, 인턴 등과 달리 대부분 별도의 증명을 요구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취준생은 “양심을 파는 일이지만 솔직히 안 걸리면 된다. 정말 특이한 동아리가 아니고서야 거의 확인서를 발급해 오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년간 한 주식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했다는 박 아무개 씨(여·25)는 “내가 속한 동아리의 경우 3번 이상 불참 시 제명시키지만, 제명을 당한 사람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동아리 활동을 기재한다고 해서 문제 삼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동아리에서 맡은 직책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 한 대기업 채용담당자는 “요즘은 대부분의 지원자가 학회와 동아리에서 중책을 담당했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러한 내용을 적은 지원자에 대해서는 역량 면접 때 다양한 질문을 통해 검증하려 하게 된다”고 말했다.

   
▲ 창업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취직을 위해 창업 동아리에 가입하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청와대 제공

최근 몇 년간 청년 창업이 화두로 떠오르며 우후죽순처럼 생긴 창업 동아리는 취준생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스펙 중 하나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전국 200여 대학에 있는 6000여 개의 창업 동아리에는 5만 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회원 가운데는 실제로 창업을 생각하기보다 기업 취업용 스펙을 쌓고자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창업 동아리에 소속됐다는 이력을 남기기 위해 가입만 하고 참여하지 않는다거나, 정부나 학교 등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고 활동하지 않는 ‘무늬만 창업’을 하는 식이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학생이 세운 창업기업 750개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매출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기업의 모태가 되는 창업 동아리 회원 중 상당수가 진정성 없는 스펙 쌓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의 한 사립대 창업 동아리 회장 조남규 씨(24)는 “돈이 없는 대학생들은 대개 창업 지원금을 받아야만 하는데 이를 위해선 멘토링도 6개월 정도 받고, 각종 서류와 발표 준비 등 할 것이 정말 많다”며 “자연히 다른 스펙 쌓기나 학점관리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창업을 성공하는 경우는 극소수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동아리에 시간 투자하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일부 학생들의 책임감 없는 행동은 문제지만 창업 동아리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희생해야 할 부분이 너무 커 참석을 강요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는 “일부 대학은 학교를 다니면서 창업하면 학점을 인정해주긴 하지만 창업 분야가 전공과 관련되거나 제조업 분야여야 하는 등 제약이 너무 많다”며 “지원금이 3D 프린터, VR 등 기술 기반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인문계 학생들이 창업에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는 데 방해가 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기업 채용담당자는 “동아리 활동이 채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직무와 연관성이 있다면 감안을 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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