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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0원 스테이크, 리필무료 우동…불황엔 ‘가성비’

2016.08.18(Thu) 16:14:33

더위를 피해 아이들과 함께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김영희 씨. 마트로 출발하기 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소셜커머스에서 10% 내외로 할인 판매하는 피자를 먼저 구매하는 것이다. 마트에 도착하면 문자로 받은 쿠폰번호를 보여주고, 피자가 구워지는 동안 쇼핑을 한다. 김 씨는 대형마트 피자를 즐겨 찾는 이유로 “가격에 비해 양이 많고, 맛도 있다”며 소위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합리적 소비와 가성비가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주머니사정과 가장 밀접한 외식은 이런 소비성향이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지불하는 돈이 아깝지 않은 곳’이 아니라 ‘내가 지불한 돈보다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각광받는 이유다.

서울 강동구 강일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미경 씨(48)는 값비싼 브랜드 피자집보다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동네 피자집을 즐겨 이용한다.

“동네 피자는 라지 사이즈의 피자 한 판 가격이 1만 원 내외다. 브랜드 피자 가격의 3분의 1수준인데 맛이 결코 떨어지지 않더라. 거기다 배달시키지 않고 직접 찾아가면 배달료 2000원도 깎아준다. 결국 1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내고 맛있는 피자를 먹을 수 있으니 가성비에서는 그야말로 갑 중에 갑”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소비 성향의 변화에 따라 자영업시장도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발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김치찌개전문점 ‘항아리’의 5000원짜리 식단.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김치찌개전문점 ‘항아리’는 가격 대비 푸짐한 양과 맛으로 4층이라는 불리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인근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인기 많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가격은 5000원. 그 외 식사류도 6000원을 넘지 않는다.

운영자이자 주방장이기도 한 신성재 사장(52)은 “장아찌류를 제외한 반찬은 직접 만들고 돼지고기는 도매시장에서, 오리고기는 농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법으로 단가를 낮추고 있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혼자 식사하는 일이 많았는데 대부분의 식당이 밥을 적게 줘서 아쉬웠던 마음이 컸다. 그 기억이 크게 남아 내 식당에서만큼은 손님이 부족하게 먹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슈퍼스테이크’는 가성비 높은 스테이크전문점으로 고기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이곳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4만~5만 원을 지불해야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를 1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슈퍼스테이크’의 이베리코 스테이크 메뉴. 220그램에 9900원으로 가성비가 좋다.

대표메뉴는 ‘이베리코 스테이크(220g/9900원)’인데 이베리코는 스페인의 목초지에 방목으로 키워지는 흑돼지 품종으로 세계 3대 진미인 푸아그라, 트러플, 캐비어와 함께 세계 4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힌다. 청정지역에서 도토리와 버섯, 올리브, 유채꽃, 허브 등 자연식만 먹고 자라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인 올레이산이 풍부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육질이 특징이다. 주문을 하면 300도로 뜨겁게 달궈진 무쇠팬 위에 그릴에서 구워진 두툼한 스테이크가 다양한 채소들과 함께 나온다.

자칭 고기 마니아 김현철 씨(37)는 “여러 스테이크전문점을 다녀봤지만 가성비 면에서 여기만 한 곳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분당은 밥값이 대체로 비싼 편인데 착한 가격으로 스테이크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진양우 사장(48)은 “최근 소비자들은 한 끼를 먹더라도 즐겁고 가치 있는 소비를 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며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불하는 돈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것을 찾는 소비 태도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일본우동전문점 ‘겐로쿠우동’은 7000원 우동을 주문하면 세 곱빼기까지 돈을 더 받지 않는다.

일본우동전문점 ‘겐로쿠우동’ 역시 가성비 높은 음식점으로 두터운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곳은 모든 면요리의 사이즈 업그레이드가 무료인데, 7000원 우동을 주문하면 세 곱빼기까지 돈을 추가하지 않고 식사가 가능하다. 면이 부족하다면 리필도 무료로 해준다. 그렇다고 맛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내산 다시마와 멸치, 말린 고등어, 가다랑어, 전갱이, 꽁치 등 천연 식재료를 넣고 오래 끓여낸 육수를 사용하고 면도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낸다. 평일 점심에는 영양밥(고모꾸메시) 또는 유부초밥도 무료로 제공된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불황기를 이겨내는 경쟁력 코드 중 하나가 ‘가성비’다. 불황에도 소비자들은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기 마련이므로 여기에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함께 갖춘다면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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