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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하나만 깔아주세요” 앱팔이 전락한 은행원

신한·우리·하나 통합멤버십 경쟁…할당량 채우려 지인읍소·대가제공 등

2016.08.05(Fri) 17:44:57

# ‘위비멤버스라는 앱 있거든. 그거 깔고 직원번호 XXXXXXXX 좀 넣어줘. 요즘 이거 때문에 난리 났거든. 부탁할게. 친구야.’
지난 7월 21일, A 씨는 우리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는 한 친구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A 씨는 친구의 부탁에 따라 위비멤버스를 설치한 후 직원번호를 입력했다. 이후 A 씨는 은행원 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을 캡처한 후 또 다른 친구들에게 위비멤버스 앱 설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A 씨는 2주가 지난 오늘까지도 위비멤버스 앱이 어떤 앱인지 모르며, 단 한 번도 접속한 적이 없다. 

# “앱 하나만 깔아주시면 안 될까요?”
지난 7월 27일, 통장재발급 신청을 위해 신한은행 지점을 찾은 B 씨는 상담 은행원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부탁을 들었다. 상담과는 전혀 무관한 은행원의 제안에 B 씨는 다소 당황했다. 은행원은 “실적을 쌓아야 해서요”라며 조심스럽게 얘기했고, 그제야 B 씨는 은행원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넸다. 은행원은 밝은 표정으로 ‘신한판클럽’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자신의 직원번호를 입력했다. 앱 설치가 완료되자 은행원은 “감사합니다”며 B 씨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줬다. B 씨는 은행원이 설치해준 ‘신한판클럽’을 9일이 지난 오늘 삭제하고 말았다. 은행원으로부터 앱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듣지 못해 사용법을 몰랐고, 괜히 용량만 차지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 “생과일주스를 공짜로 드려요.”
평소 점심식사를 마친 후 사무실 근처에 위치한 생과일주스 가게에서 주스 한 잔을 마시던 C 씨는 한 달 넘도록 쥬시 앞에서 영업을 하던 KEB하나은행 은행원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안도했다. “앱 하나 깔아주시면 생과일주스를 공짜로 드려요”라는 은행원들의 계속된 부탁에 내내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다. 무더운 날씨에 점심시간까지 포기해가며 영업을 하던 은행원들이 처량해 보이기도 했고, 때론 불법 영업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해보기도 했다. 8월 이후 주스 가게 앞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자 C 씨는 자기 돈으로 사 마시는 생과일주스 한 잔이 오랜만에 무척 달콤하게 느껴졌다. 

   
위에서부터 신한, 우리, 하나은행의 통합멤버십서비스. 출처=각 사

위 사례처럼 통합 멤버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고객 유치전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고객 유치전으로 은행원이 ‘앱팔이’, ‘앵벌이’ 등에 비유되는 등 빈축을 샀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는 인근 고등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자제 권고를 받기도 했다. 같은 시중은행의 다른 지점에서는 앱 설치 고객 한 명당 2000원 상당의 금전적 이득을 제공하기도 했다.

A 씨는 “은행원 친구의 노고를 덜어주고자 다른 친구들에게 앱 설치를 부탁했다가 괜한 핀잔을 듣기도 했다”, B 씨는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건네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내 스마트폰을 조작한 게 아닌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상당히 불쾌하다”, C 씨는 “공짜 음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앱 설치를 요구하는 것 같아 불쾌하게 느껴져 한 달 가까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앱 설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지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은행원들의 불만도 거세다. 한 은행원은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거나 서비스가 시행될 때마다 가족, 친척, 친구, 나아가 두세 다리 건너 지인들에게까지 부탁을 해야 한다”면서 “여러 차례 부탁을 하다보니 나 스스로 은행원인지 영업원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한 시중은행 본점 관계자는 “계좌이동제(ISA)가 시행된 이후 기존 고객 유지 및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통합 멤버십 서비스가 시행된 이후 유입된 신규 고객이 상당하다. 은행이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은행원과 고객의 양해를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통합 멤버십 서비스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불만이 높은 것 같다”며 “통합 멤버십 서비스는 유효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는 각종 멤버십 포인트가 상당한데, 이 모든 포인트를 돈으로 바꿔 계좌로 이체·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KB금융그룹도 하반기 통합 멤버십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어 멤버십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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