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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위민원트] 신사의 엣지, 우산

2016.07.08(Fri) 12:03:29

신사의 품격에 어울리는 우산이 있다. ‘우산에 무슨 품격이 있냐’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확실히 남자의 슈트에는 3단 접이식 우산보다 장우산이 어울린다.

“차 안에 우산이 굴러다니는 게 너무 싫어서 ‘엄브렐라 위드 케이스 홀더(Umbrella With Case Holder)’ 옵션을 선택했어요.”

랜드로버 레인지 로버 운전석 의자 밑에 센스 있게 장착된 접이식 우산을 보여준 후배에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난 접이식 우산 말고 장우산을 쓰는 남자가 좋더라. 어쩐지 여유롭고, ‘신사’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킹스맨>의 콜린 퍼스. 우산살을 쥐는 게 포인트.

그때 내 머릿속에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콜린 퍼스가 떠올랐다. 영화 속 콜린 퍼스는 ‘슈트빨’ 못지 않게 ‘우산빨’이 돋보였지 않나. 콜린 퍼스는 “슈트는 젠틀맨의 갑옷이다”라고 말했는데, 나는 콜린 퍼스의 갑옷에 엣지를 준 것은 그의 우산이라고 생각한다.

<킹스맨>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며 6 대 1로 우아하게 전투하던 콜린 퍼스의 손에는 장우산이 들려 있었다. ‘킹스맨 우산’이라 불리며 한동안 인터넷 쇼핑계에서 이슈가 되었던 그 우산은 스웨인 애드니 브리그(Swaine Adeney Brigg) 제품으로, 손잡이와 우산대가 떡갈나무로 만들어져 클래식한 무드가 돋보이는 우산이다.

1750년대에 우산 브랜드로 시작하여 현재 가죽 제품을 판매하는 스웨인 애드니 브리그는 1893년부터 영국 왕실에 우산을 공급한 브랜드로 유명하다. 우산의 가격은 200파운드 대에서 700파운드 대로, 저렴한 우산도 50만 원을 웃도는 셈이다.

우산 가격치고는 다소 비싼 감이 있지만, 스웨인 애드니 브리그의 우산은 그 값어치를 한다. 멋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이지만 최고급 소재와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통해 우산 하나로 럭셔리를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떡갈나무, 밤나무, 혹은 대나무로 만들어진 손잡이와 우산대에 실크 소재로 교체할 수 있는 캐노피(물론 추가 비용이 들겠지만), 그리고 60파운드를 추가하면 우산에 이니셜을 새겨주는 서비스까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를 위한 우산’이 제작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우산이 너무 품격 있지 않나! 슈트와 드레스셔츠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우산은 흔치 않을 것이다.

신사의 품격도 좋지만 우산 하나에 50만 원이라니, 너무 비싸지 않느냐고? 물론, 스웨인 애드니 브리그의 우산만이 신사에게 어울리는 우산이라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매력적인 디자인의 장우산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많아졌다. 폭스 엄브렐러(Fox Umbrellas), 일 마르케사토(il Marchesato), 그리고 마리오 탈라리코(Mario Talarico)가 그것이다. 가격대도 10만 원∼3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폭스 엄브렐러는 영국의 명품 우산이라 불리는 브랜드로, 우산대와 러너(우산살이 달려 있는 부분)가 플라스틱이 아닌 니켈로 만들어졌다. 스웨인 애드니 브리그처럼 나무 손잡이와 베이식한 디자인의 캐노피가 고급스러운 무드를 풍기지만, 가격대는 20만 원∼30만 원대로 한층 가볍다. 영국 브랜드답게 타탄체크 캐노피 우산도 판매하는데, 클래식하면서도 체크 패턴 특유의 젊은 멋이 배어나온다.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폭스 엄브렐러. 출처=폭스 엄브렐러

일 마르케사토는 이탈리아 수제 우산 브랜드로, 이탈리아에서만 생산되는 패브릭과 부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산에 흔히 사용되는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외에 코튼을 코팅하여 사용하고, 블랙 컬러 원단뿐 아니라 카키 컬러, 다양한 체크 패턴 등 이탈리아 브랜드답게 패셔너블한 것이 특징이다.

마리오 탈라리코는 나폴리의 우산 장인이 만든 이탈리아 수공예 우산 브랜드로, 마리오 탈라리코 가문은 150년이 넘는 동안 4대째 가업을 이으며 ‘명품 우산’을 만들고 있다. 마리오 탈라리코 우산은 천연 나무를 그대로 우산대로 사용해서 울퉁불퉁 자연스러움을 살려 디자인한 것이 특징으로, 무엇보다 견고하다. 우산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3시간, 그야말로 ‘세상에 하나뿐인 내 우산’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특히 우산을 기능성 소품이 아닌 미적 소품으로 인식하는 이탈리아에서는 일 마르케사토, 마리오 탈라리코 외에도 말리아 프란체스코 등 명품이라 부를 만한 우산 브랜드가 많다. 혹시 올 여름 휴가로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우산 쇼핑을 잊지 마시길!

혹자는 ‘우산 하나에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20만∼30만 원에 명품 취향을 가질 수 있다면 가성비 높은 투자가 아닐까. 비가 올 때마다 아무 접이식 우산이나 가지고 다니는 남자가 아니라, 우산 하나에서도 스타일이 엿보이는 남자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덧붙여 장우산 스타일링에 대한 마지막 조언 한 마디, 우산을 꼼꼼히 접어 우산 손잡이가 아닌 우산살 부분을 가볍게 들어주는 것이 더 멋져 보인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영화 <킹스맨>의 콜린 퍼스처럼 말이다!

박훈희 칼럼니스트

 

‘좀 놀아본 언니’라는 필명의 섹스 칼럼니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직업은 콘텐츠 기획자이다. 매거진 <퍼스트룩> 편집장을 거쳐 현재 책뿐 아니라 영상, 오프라인 행사 등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한다. 저서로는 <어땠어, 좋았어?>가 있다. ‘왓위민원트(What women want)’에서는 여자가 원하는 남자의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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