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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입주권 분쟁 30년 “법 지킨 사람만 손해”

뉴코아아울렛 광명점 토지소유권 ‘불법전매’ 안했다가…

2016.07.04(Mon) 21:01:03

횡단보도 앞에 A와 B 두 사람, 건너편에는 교통경찰이 서 있었다. 성격이 급한 B는 무단횡단을 했지만 교통경찰은 제지하지 않았다. A는 초록불이 켜진 후에야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는데 교통신호를 지나치려는 차량주와 실랑이를 벌이는 통에 빨간불로 바뀌고 나서야 횡단보도를 마저 건널 수 있었다.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본 교통경찰은 A에게만 신호위반을 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지나친 단순화일지 모르지만 가상인물 A처럼 법을 지켰다가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있다. 경기도 광명 하안지구개발계획으로 상가철거민이 된 구자태 씨(64)와 이종성 씨(70)가 바로 그들이다. <비즈한국>과 <일요신문>은 그들을 만나 30년에 걸친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봤다. 사연 속에 등장하는 교통경찰(국토교통부, 토지주택공사)과 차량주(이랜드)의 입장도 알아봤다. 

   
▲ 뉴코아아울렛 광명점. 사진=최준필 기자

“법을 지킨 사람은 울고, 위반자는 웃었다”

지난 1987년 3월 하안동지구개발계획에 따라 계획부지 내 상가가 모두 철거됐다. 이듬해 2월 정부는 하안동중심상업구역 3-20호(하안동 38번지, 현 뉴코아아울렛 광명점)에 건립되는 상가건물에 대한 토지매입 권리와 상가입주권을 290명의 상가철거민에게 부여했다. 

290명의 상가입주권자 가운데 263명은 주택건설촉진법을 어기고 제3자에게 상가입주권을 팔았다. 반면 구 씨와 이 씨는 법을 지켰지만, 결국 상가 입주조차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구 씨의 호소다.

“상가입주권자로 확정되자 전국에서 부동산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대다수 상가입주권자가 최고 5000만 원에 상가입주권을 팔아넘겼다. 당시 5000만 원을 현 시세로 환산하면 수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법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받지 않았다. 나처럼 법을 지킨 상가입주권자만 상가 입주도 못한 채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당시 상가철거민에게 부여된 상가입주권에는 ‘이주대책을 수립·수행케 되는 것이므로 일절 전매 또는 전대 행위(부동산투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위배 시에는 관계 법령에 의거, 고발조치뿐 아니라 이주 대상에서 제외 또는 취소된다’고 명시돼 있다. 관계 법령은 당시 주택건설촉진법 38·47·51·52조를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전매·전대 행위로 법을 위반할 시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공급받은 아파트 등이 사업주체에 환매되고, 주택공급질서를 교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및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구 씨의 주장대로 주택건설촉진법을 위반하고 상가입주권을 팔아넘긴 263명은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구 씨가 광명경찰서와 대한주택공사에 정보공개청구를 의뢰해, 단 한 명도 법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뉴코아아울렛 상가입주권 매매 관련 처벌 건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결과 통지서를 통해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밝혔다. 

구 씨와 이 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교통부에 끊임없이 진정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담당 관공서는 서로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회피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는 ‘우리 공사에서 조합과 계약체결 시 이 계약에 따른 권리 의무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도록 조치한 사실이 있다(1993년 7월), 국토교통부는 ‘해당 시에서 검토해 처리할 사항으로 판단돼 광명시로 이송했다(2015년 5월), 광명시는 ‘정보공개 청구 시 제공 가능한 범위 안에서 공개토록 하겠다(2015년 5월)’고 회신을 보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지역본부는 ‘LH는 현실적인 투기 단속 권한이 없음을 혜량하여 주기 바라며, 향후 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함에 있어 염려하는 내용을 참고해 개선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임을 알린다(2015년 6월)고 했다. 이 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상가입주권 매매자들 모두 법적 처벌을 받게 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이 설립한 조합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가입주권을 판 상가철거민과 그 상가입주권을 사들인 부동산투기꾼들만 부자가 됐다. 끝까지 법을 지킨 우리만 생계수단을 잃고 말았다. 법을 지키는 사람은 울고, 위반자는 웃는다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세금은 내가 내고, 장사는 대기업이 한다

상가입주권자를 위해 건축된 건물에는 현재 뉴코아아울렛이 영업 중이다. 메르존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곳을 이랜드월드가 매입해 지난 2005년 2001아울렛을 오픈했다가 2011년 뉴코아아울렛으로 재개장한 것이다. 해당 부지의 토지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이랜드월드의 토지 소유지분은 전체의 51%(3967.6분의 2025.03)다. 나머지 49%는 토지 및 상가입주권 매입 과정에서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상가입주권자의 소유다. 구 씨와 이 씨가 소유한 토지 지분은 0.7%.

구 씨와 이 씨는 “세금은 내가 내는데, 장사는 이랜드가 하고 있다. 해당 부지의 토지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료만 매달 15만 원을 납부하고 있다. 재산세, 교육세, 지방세 등의 각종 세금까지 합산하면 그동안 납부한 돈만 수백만 원에 달한다. 이랜드 측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조차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랜드 측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2004년 관리단(엘림)과 매매를 진행했다. 이들(구 씨와 이 씨)은 당시 비조합원이었기 때문에 접촉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공사 대금에 관한 조합비조차 납부하지 않아 상가분양권을 주장할 권리가 없다. 시세보다 높게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끝까지 상가 분양만을 요구하더라.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의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구 씨가 뉴코아아울렛 광명점의 수탁자인 코람코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소송에 대해 2006년 9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밀린 부당이득금 3959만 7000원과 소유권 상실 및 이랜드 점유 종료일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 매달 46만 83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당시 구 씨는 코람코자산신탁으로부터 3959만 7000원을 받았으나, 2014년 4월 이후의 부당이득금에 대해서는 청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씨도 매달 받게 될 부당이득금을 받지 않고 있다. 

이 씨는 “매달 40만여 원 받아봐야 토지 소유에 따른 공과금을 납부하고 나면 20만여 원이 전부다. 우리가 바라는 건 월 부당이득금이 아니라 상가 분양이다. 30년 동안 생계수단 없이 지내왔으니 이제라도 내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다”며 “밀린 부당이득금을 청구할 때 이랜드 측에 통장 사본을 제출했다. 이랜드 측은 월 부당이득금을 송금할 수 있지만 보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이제 와 하는 말이 ‘왜 청구하지 않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구 씨는 “서울의 한 은행 금고에 귀금속을 30년 넘게 보관 중이다. IMF가 오기 전 종로3가에서 운영했던 금은방의 귀금속들이다. 상가분양권을 받았을 때 다시 금은방을 운영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남들이 비싼 값에 상가분양권을 팔 때도 끝까지 버텼다”며 꿈을 펼칠 그 땅에서 이랜드가 장사를 해 돈을 번다. 상가분양권은 시효가 없는데도 분양권이 소멸됐다고 말하는 이랜드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취재 과정에서 이랜드 측은 코람코자산신탁에 구 씨와 이 씨의 통장 사본이 보관돼 있는지 확인한 후 2014년 4월 이후 밀린 월 부당이득금을 납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최영지 일요신문 기자 yjchoi@ilyo.co.kr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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