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글을 쓰고 돈을 버세요. 간단합니다.” ‘스팀잇’이 내건 슬로건이다. 스팀잇은 블로그 형태의 플랫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 여느 플랫폼과 다른 점은 저자가 글이나 동영상 등 콘텐츠를 올리고 독자들에게 추천을 받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보상은 암호화폐(가상화폐)인 스팀달러와 스팀과 교환 가능한 스팀파워이며, 이를 암호화폐 거래소에 팔아서 돈을 버는 구조다(관련 기사 [왱알앵알] 글 쓴 지 일주일 23만 원이 통장에…스팀잇 체험기 - 보상편).
최근 암호화폐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스팀잇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스티미언(스티밋 사용자)는 70만 명을 넘어섰다. 발 빠른 기업은 이미 스팀잇 공식 계정을 만들어 무료 커피 쿠폰을 제공해 업보트(일종의 추천)를 받는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언론 또한 이 흐름에 동참하는가 하면,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스팀잇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비즈한국’은 스팀잇 체험기를 통해 이미 스팀잇 작동 방식을 알아봤다(관련 기사 [왱알앵알] 글 쓰면 암호화폐를 준다고? 스팀잇 체험기 - 입문편). 스팀잇은 누가, 왜 이용하며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스티미언 오프라인 모임에 직접 찾아가 그들을 만나봤다.
“밋업(오프라인 모임) 게시글 보상으로 87 스팀달러를 받았어요. 30만 원쯤 되는 금액인데, 그걸로 장소 빌렸어요.”
모임을 주최한 이강산 씨(28)의 말이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회비를 따로 걷긴 했지만 장소를 빌리고, 사전 준비를 하는데 개인 돈이 들진 않았다. 오프라인 모임을 주최한다는 게시글을 올리자 사람들이 업보트를 눌러줬다. 이 씨는 그 보상으로 스팀달러를 얻어 현금화했다. 누구도 돈을 내진 않았다. ‘응원’만으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실탄’이 생긴 셈이다.
22명이 모였다. 게임 개발자, UX 디자이너, 대학생, 작가, 학원 원장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나이 대도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 다양했다. 처음 얼굴을 맞댄 이들은 서로가 어떤 글을 썼는지 맞히는 게임으로 어색한 기운을 풀어냈다. 스티미언들은 자리를 옮겨 술잔을 기울이며 스팀잇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 아직은 무주공산, 스팀잇에서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처음엔 공장을 다니다가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러다가 블록체인으로 넘어와 스팀잇도 만났습니다.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일도 그만두고 6개월 정도 집중했어요. 즐기면서 하다 보니까 스팀잇 내에서 영향력도 생기고 아는 사람도 생기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지금 직장 쪽에서 먼저 제의가 왔어요. 좋은 기회인 거죠. 일하면서 이쪽 공부를 더 할 수 있으니깐요.”
이강산 씨는 스팀잇을 통해 새 직장을 얻었다.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기업의 스팀잇 계정 관리자가 된 것. 여러모로 잘 풀린 케이스다.
UX 디자이너인 조 아무개 씨(여·32)는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는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 블로그 운영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워낙 진입장벽이 높아서 시작하는 데 두려움이 있었죠.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자리를 못 잡을 게 뻔했으니까요. 스팀잇은 유저가 아직 많지 않은 단계이고, 글을 쓰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손해 볼 게 없었죠.”
유명 블로거나 유튜버가 아닌 이상 콘텐츠 제작으로 돈을 버는 건 어렵다. 수입이 생기기까진 무일푼으로 살아야 하므로 어지간한 결심 아니면 도전하기조차 쉽지 않다. 모 유명 유튜버는 “돈을 벌려고 잠깐 뛰어들면 절대 안 된다”며 “처음엔 수입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충고하기도 한다.
김 아무개 씨(25)는 스팀잇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올린다. 반응이 나쁘지 않아 용돈 벌이가 쏠쏠하다. 노트북과 휴대폰 등을 사기도 했다. 김 씨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저는 일러스트나 만화를 전공으로 배운 게 아니라 완전 생초보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제가 그림에 쏟는 시간이 절대 적은 게 아닙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 상당한 힘과 시간을 사용합니다. 스팀잇을 알기 전에는 그저 자기만족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그림들이 보상이 되어 돌아오고 거기에 힘입어 제가 더 열심히 그릴 수 있게 됐죠. 스팀잇이 굉장히 큰 동기부여를 주고, 큰 힘을 줍니다. 그림은 제게 취미도 아니고 낙서 수준이었는데, 스팀잇을 만나면서 집중하게 된 거 같아요.”
한 아무개 씨(29)는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최근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스타트업(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회사)으로 이직했다. 평소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팀잇을 접하게 됐다. 이후 스팀잇은 그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가장 큰 계기를 만들었다.
“스팀잇의 장점은 콘텐츠에 대한 보상을 직접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제작자에게 주어지지 않는 보상이죠. 이는 중개자에게 그들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스팀잇은 블록체인 가능성을 보여줬달까. 이쪽 분야에 분명히 뭔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줬어요.”
#스팀잇이 다단계로 불리는 이유
스팀잇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팀잇을 지탱하는 암호화폐인 스팀과 스팀달러의 암호화폐 거래소 시세에 영향을 많기 때문에 아직은 불안정하다. 스팀은 2만 원대를 찍고 내려와 1만 원대를 유지하다가 현재는 4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반 토막 난 보상은 저자의 의욕을 꺾는 요인이 된다.
때문에 스팀잇의 보상 시스템은 약점이 되기도 한다. 사용자가 적으면 게시글에 보팅(추천하는 행위) 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보상도 그만큼 적어진다. 사용자가 많으면 영향력이 작은 사용자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보팅을 받을 확률이 낮아지고 보상도 줄어든다. 한마디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박 아무개 씨(37)는 “큐레이션 보상(보팅시 독자에게 돌아오는 보상)을 조금이라도 받으려면 아무래도 인기글에 보팅을 해야 하니까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어려울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스팀잇을 다단계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며 “스팀잇이 앞으로 해결해 가야 할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산 씨는 “운이 좋아 초기투자 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지만 전업이 아닌 이상 일정 이상의 스팀 파워를 얻기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며 “모든 것에 초기투자가 필요하듯 스팀잇으로 돈을 벌기 위해선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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