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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글 쓰면 암호화폐를 준다고? 스팀잇 체험기 - 입문편

관계 잘 맺을수록 보상금액 커져…거래 못해도 커뮤니티 유지될지 의구심

2018.01.30(Tue) 17:02:01

[비즈한국] “스팀잇 한 번 해보고 체험기 써봐.” 갑자기 취재지시가 떨어졌다. 스팀잇? 처음 듣는 단어였다. “블로그 같은 건데, 거기다가 글을 올리면 스팀이라는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준대. 요즘 사람들 관심이 쏠리고 있거든. 한 번 해봐.”

스팀잇 로고=스팀잇 홈페이지

 

블록체인 기술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는 관심 밖이었다. 암호화폐는 마치 주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리면 가격이 뛰고 사람들이 빠지면 가격이 추락하는 게 주식과 비슷해 보였다. 손대면 빠져나오지 못할까 두려워 애초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글을 써서 암호화폐를 벌어보라니 막막했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글쓰기에 앞서 국내거래소 중 스팀과 스팀달러를 상장한 ‘업비트’에 들어가 시세를 확인했다. 스팀은 5500원(30일 기준 6000원), 스팀달러는 6900원(30일 기준 68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먼저 스팀잇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했다.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간단하게 신청 가능했지만, 스팀잇으로부터 승인을 받기까지 이틀을 기다려야 했다. 월요일 오전에 신청해서 수요일 오후에 승인을 받았다. 스팀잇은 비밀번호를 긴 문자열로 지정해주고 이용자가 임의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잘 저장해둬야 한다. 

 

# 글 올린 지 1시간 만에 인기글 등극

 

간단한 ‘비즈한국’ 소개와 인사말을 쓴 뒤 기사 “'구로의 등대' 넷마블 그 후 1년, 복지 늘었다지만 야근은 그대로”를 올렸다. 게임 개발업체 넷마블의 야근 실태를 고발하는 기사였다. 스팀잇에 완벽하게 적응하지는 않았지만 글을 올리는 것은 블로그에 하듯 간단했다.

 

사실 올리면서도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른 게시글을 쭉 훑어봤다. 생활, 여행, 음식, 한국, 스팀잇 등 항목(tag)이 수십 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여행 항목을 선택하면 여행 관련 글을 한 번에 모아볼 수 있었다. 또 대세글, 인기글, 최신글을 따로 구분해서 보는 것이 가능했다. 

 

한국(kr) 항목의 대세글 목록 사진=스팀잇 홈페이지 캡처

 

한국(kr) 항목에 들어가 대세글로 모아봤다. 각 게시글 달린 예상보상금액이 447달러, 208달러, 173달러였다. 글 하나에 우리 돈 45만 원이면 적잖은 금액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예상보상금액과 실제 현금으로 전환되는 금액은 다소 차이가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스팀잇은 암호화폐인 스팀을 채굴해 스팀달러와 스팀파워 형태로 스티머(스팀 이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스팀달러와 스팀파워는 스팀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스티머는 보상으로 얻은 스팀과 스팀달러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되판다. 

 

스티머가 스팀잇으로부터 보상을 얻기 위해선 글을 작성하고 업보트(일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업보트를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팀파워가 큰 스티머에게 업보트를 받아야 높은 보상으로 이어진다. 업보트 수가 아니라 얻은 스팀파워 크기에 비례해 보상이 커지기 때문이다. 스티머는 업보트 할 때 스팀파워를 쓰게 되는데, 스팀파워는 닳아 없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충전된다. 스팀파워에 따른 업보트 보상 금액은 스팀나우닷컴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스팀파워가 10000일 때, 보팅 능력은 4.6달러다. 사진=스팀잇 홈페이지 캡처

 

스팀파워가 크면 많은 팔로워가 생기고 업보트를 받을 확률이 높다. 스팀파워가 큰 스티머에게 업보트를 받기 위해 여러 스티머가 몰려들기 때문이다. 스팀파워는 일종의 권력인 셈이다. 많은 스티머가 스팀잇을 처음 할 땐 거래소에서 스팀을 사서라도 스팀파워를 키우는 걸 먼저 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돈을 벌기 위해선 초기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오전에 첫 게시물을 올리고 점심 후 1시간쯤 지났을까, 스팀잇을 켰다. 아까 올린 기사의 예상보상금액이 45달러를 넘기고 있었고, 인기글 두 번째에 걸려 있었다. 예상치 못한 약진이었다. 업보트 수는 30개. 스팀파워가 큰 사용자가 이 기사를 업보트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상보상금액이 뜨는 이유는 스팀잇은 글이 올라오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실제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글을 올린지 1시간 만에 인기글에 올랐다. 사진=스팀잇 홈페이지 캡처

 

글을 읽은 사람은 47명. 그중 12명이 댓글을 남겼다. 댓글은 기사를 잘 읽었다는 격려부터 자신도 게임 업계 종사로서 공감한다는 내용도 많았다. 기자가 스팀잇에 왔다니 반갑고 신기하다는 반응도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이 업보트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이유는 최종적으로 스팀을 얻기 위함에 있을지 몰라도 반응이 오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포털은 눈에 잘 띄는 메인에 올라가거나 특별한 사안을 다룬 기사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댓글을 잘 달지 않는다. 

 

# 스팀잇에서 중요한 건 ‘관계’

 

게시글 댓글에 하나씩 답을 달았다. 팔로우도 하고 블로그를 찾아가 게시글을 읽고 업보트도 하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여러 스티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스티머의 이웃이 찾아오기도 했다. 점점 내 글의 보팅수와 예상보상금액이 늘었다. 처음 올린 글은 30일 현재 예상보상금액 164달러, 보팅수 95개, 댓글 58개, 536명이 읽었다. 

 

뜻밖의 격려와 응원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사진=스팀잇 홈페이지 캡처

 

그 뒤로 네 개의 기사를 더 올렸다. 가장 처음 올린 글보다 호응은 적었지만 꾸준히 댓글과 업보트를 얻었다. 사람들이 업보트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이유는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함만은 아니다. 글 작성한 사람과 글 추천한 사람이 보상을 나눠 갖기 때문이다. 글 작성자는 예상보상금액의 70%(저자 보상)를, 추천자는 30%(큐레이션 보상)를 가져간다. 예상보상금액이 커질 것 같은 글에 업보트를 누르면 더 많은 큐레이션 보상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본인이 ‘​뉴비(새로 스팀잇을 시작하는 사람)’​라면 예상보상금액이 커질 것 같은 글을 쓰는 것이 관건이다. 그것이 짜임새 있는 글일 수도 있고, 유쾌한 글일 수도 있다. 글은 취향대로 쓰면 되겠지만, 대충 쓴 글은 독자가 업보트해 줄 확률이 낮다. 스팀잇은 진지한 글이 의외로 많고 호응도 더 크다.

 

네드 스캇 스팀잇 창업자는 ​“​글쓴이가 광고 없이 콘텐츠 그 자체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좋은 사람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긍정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스팀잇을 일주일 남짓 해본 바에 의하면 네드 스캇의 의도는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기대해보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 스티머가 많아질수록 보상이 커질 확률도 얼마든지 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스팀과 스팀달러가 거래소에 상장되지 못하거나 그 가치가 하락한다면 스팀잇이 과연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다음 ‘스팀잇 체험기 - 보상편에서는 스팀잇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실제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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