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9일 5G 28GHz 대역의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신청이 마감됐다. 제4이동통신사를 찾는 정부가 조건을 대폭 완화했음에도 유력한 업체가 꼽히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는 3개 업체가 뛰어들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28GHz 대역 주파수는 이동통신사 3사(SKT, KT, LG유플러스)가 경제성 문제로 포기한 만큼 신청 업체의 사업 계획에 눈길이 쏠린다.
5G 28GHz 대역 주파수 할당 신청은 11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 진행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20일 ‘이동통신(IMT)용 주파수 할당 공고’를 게시하고 5G 28GHz 대역과 앵커 주파수 700MHz 대역을 할당받을 신규 사업자를 모집했다. 전국 단위 기준 최저 경쟁 가격은 742억 원, 3년 차까지 의무적으로 구축할 기지국 수는 6000대로 이통 3사가 할당받을 때보다 진입장벽을 낮췄다(관련 기사 진입장벽 대폭 낮췄다, '메기' 제4 이통사 탄생할까).
이번 5G 28GHz 대역 주파수할당을 신청한 업체는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컨소시엄이다. 3사 모두 전국 단위 사업자로 할당을 신청했다. 이들은 전파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결격 사유가 있는지 과기부의 심사를 거친다. 심사 결과는 신청 마감일 이후 한 달 이내로 각 사에 통보된다.
2개 이상의 법인이 신청했기 때문에 심사에서 적격 여부가 나오면 주파수 경매에 들어간다. 경매는 ‘다중라운드 오름 입찰방식(여러 라운드를 거쳐 최고가 낙찰)’과 ‘밀봉 입찰방식(한 번에 제시한 입찰서 중 최고가 낙찰)’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최저 경쟁 가격인 742억 원에서 경매가 시작된다.
3사 중 먼저 사업 계획을 밝힌 건 스테이지엑스다. 스테이지엑스는 스테이지파이브를 주축으로 신한투자증권, 연세의료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컨소시엄을 구축해 세운 신규 법인이다. 2021년부터 스테이지파이브에 투자한 신한투자증권은 재무적 투자자로 참가했다. 카이스트와는 ICT 연구센터에 5G 28GHz 대역을 적용한 리빙랩을, 연세의료원(세브란스)과는 5G 기반의 스마트병원을 구축한다.
그 밖에 B2C(기업-소비자 거래) 서비스로는 국내 주요 경기장과 공연장에서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콘텐츠에 최적화한 통신 환경을 구축한다. 또 인천공항 등 국제공항에 5G 28GHz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할당 업체로 선정 시 3년간 총 90개 핫스폿에 6000대 이상의 무선 기지국을 구축해 B2B(기업 간 거래), B2C 모두 아우른다는 목표다.
통신 유통 플랫폼 ‘핀다이렉트’를 운영하는 기간통신사업자 스테이지파이브는 카카오 계열사 중 하나였다. AI 개통 시스템, 카카오톡 챗봇, 간편인증 등 카카오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지난 18일 투자조합을 내세워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지분 매각을 체결하면서 카카오 계열사에서 빠지게 됐다. 최대주주였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은 34.21%에서 8.30%로 감소한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자체 설비를 보유한 알뜰폰 사업자인 ‘풀 MVNO’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을 위해 자체적으로 설비를 구축하거나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스테이지파이브 관계자는 “풀 MVNO 사업을 위한 코어망 구축의 기술 검토와 사업 준비를 마쳤다”라며 “코어망은 전국 단위 통신 서비스를 위해 MNO(이통 3사)와의 로밍 협력 시 필수적인 설비다.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통신시장 경쟁활성화, 가계 통신비 절감, 5G 28GHz 기반 혁신 생태계 구축이라는 3대 목표를 수립하겠다”라며 “5G 28GHz를 기반으로 중저가 단말기의 자체 라인업 확대를 준비 중이며, 폭스콘의 디바이스 계열사와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 최초로 신청 의사를 밝혔던 미래모바일은 마이모바일컨소시엄(마이모바일)으로 뛰어들었다. 신청 마감일에 입찰 보증보험 서류 미비로 신청이 거부됐다가 재접수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마이모바일은 미래모바일을 주간사로, 영국의 통신기업 보다폰이 전략적 파트너사로 합류했다. 마이모바일 대표는 이경수 전 KT 유무선네트워크전략본부장이 맡았다.
유럽 대표 통신업체로 꼽히는 보다폰을 등에 업은 마이모바일은 전국망 구축을 위해 자본금을 1조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보다폰과 사업 협력을 원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다.
마이모바일은 3년 내 6000대 기지국을 구축하고,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해 자율주행 등 B2B 사업을 확대한다. 대학, 공항, 경기장, 공연장에서도 5G 28GHz 대역을 서비스한다. B2C 서비스는 저렴한 가격의 요금제와 광대역 무선 인터넷(FWA)을 제공한다. 보다폰의 로밍 네트워크를 활용해 초반부터 해외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강점이다.
이경수 마이모바일 대표는 “마이모바일은 실질적 통신비 인하를 위해 준비된 사업자라고 확신한다”라며 “보다폰의 독보적인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5G 28GHz 할당을 가장 먼저 신청한 세종텔레콤은 알뜰폰 업계서 몸집 있는 업체로 꼽힌다. 연 3000억 원대 매출을 내는 코스닥 상장사다. 세종텔레콤은 ‘스노우맨’ 알뜰폰 브랜드를 운영하며,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도 맡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2016년에도 제4이동통신사업자에 도전했지만 자금 조달 계획 미흡 등으로 허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번 주파수 할당 신청에선 B2B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3사가 5G 28G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최종적으로 누가 웃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사업성 등 적격 여부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최저 경쟁 가격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경매에서 출혈경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사가 청사진을 그린대로 수익성을 챙길지도 관심사다. 도달 거리가 짧고 회절성이 낮은 5G 28GHz 대역은 이통 3사가 포기할 만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서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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