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5G 28GHz 대역 주파수 할당 공고를 발표했다. 2018년 최초 할당과 달리 이번에는 의무 조건을 완화하고 최저 경쟁가를 낮추는 등 제4 이동통신사의 탄생을 위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이통 3사(SKT, KT, LG유플러스)가 독과점한 시장 구조를 바꾸고 경쟁을 촉진한다는 목표에서다. 이번 할당으로 신규사업자 진입 시 설비투자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통신장비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이동통신(IMT)용 주파수 할당 공고’에 따르면 정부는 신규 사업자에게 28GHz 대역과 앵커 주파수(신호 전송용 주파수) 700MHz 대역을 할당한다. 이용 기간은 주파수 할당일로부터 5년이며, 전국 단위 할당과 권역 단위 할당을 동시에 신청할 수 있다. 공고 내용은 지난 11일 열린 ‘5G 28GHz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 계획’ 토론회에서 과기부가 공개한 방향과 거의 동일하다. 과기부는 할당할 주파수와 대역으로 28GHz 대역 및 700MHz 대역인 1안과, 28GHz 대역 및 1.8GHz 대역을 할당하는 2안을 공개했는데 최종적으로 1안이 채택됐다.
과기부는 이번 주파수 할당 신규사업자 모집에서 이통 3사와 이들 계열사의 진입을 차단했다. 주파수 할당을 신청할 수 있는 자의 자격에서 ‘28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 받은 적이 있는 자 및 그와 특수관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조 기준)에 있는 자’를 제외했기 때문.
할당 대가의 최저 경쟁 가격은 전국 단위로 할당할 경우 742억 원, 권역 단위의 경우 최저 18억 원(제주도)부터 최고 337억 원(수도권)까지다. 할당 대가는 5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할당 방법은 경매가 원칙이며 경쟁자가 없는 경우 심사를 통한 정부 산정 대가 할당으로 진행한다.
전국 단위로 28GHz 대역을 할당받은 신규사업자가 3년 차까지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할 기지국 수는 6000대다. 권역별로는 가장 많은 수도권이 2726대, 가장 적은 제주도가 148대다. 3년 차 점검에서 의무 조건을 지키지 못할 경우 할당 취소(의무 구축 수량 10% 미만, 평가 결과 점수 30점 미만 시) 또는 이용 기간 10% 단축(구축 의무 미이행, 점수 70점 미만)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할당 신청 기간은 11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다.
2018년 12월 28GHz 대역을 할당받았던 이통 3사는 망 구축 의무인 기지국 1만 5000대(3년 차 기준)를 지키지 않아 할당이 취소됐다. KT와 LG유플러스가 2022년 12월 28GHz 대역의 사용을 중단했고, SKT는 지난 5월 말 할당 취소가 확정됐다. 이후 정부는 제4 이통사 역할을 할 신규사업자를 구하는 데 공들였다. 이번 공고에선 이통 3사의 28GHz 대역 기지국 의무 구축 수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할당 대가(전국)의 최저 경쟁가도 6216억 원(3사 낙찰가는 2072억~2078억 원)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현재 공개적으로 제4 이통사에 도전 의사를 밝힌 곳은 미래모바일 정도다.
28GHz 대역의 신규사업자 등장이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도 주목된다. 국내 통신사가 5G 설비 투자에 소극적인 상황에 올 초 28GHz 주파수 사업까지 엎어지면서, 중소 통신장비업체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1일 28GHz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 계획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박종계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본부장은 “5G 28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하면 침체한 장비시장에 호재가 된다. 유선 장비, 부품 산업 등 생태계가 활성화하는 기회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시도할 수 있지만 사업자 인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가능성은 작지만 제4 이통사가 선정된다면 5G 장비주에는 대형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통신장비 업계에선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은 분위기다. 스몰셀(소형 기지국) 개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5G 28GHz 대역 시장은 안 열렸다고 보면 된다. 기회라고 생각해 연구·개발은 했지만, 매출은 발생한 게 없다. 만약 신규사업자가 들어오면 개발한 것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5G 스몰셀 시장도 국내에선 거의 개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신규사업자 진입 후 설비 투자 시장의 활성화를 두고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기지국을 세울 곳이 많은 해외와 달리, 면적이 좁은 한국에선 더 이상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5G 28GHz 대역이 LTE(4G)보다 20배가량 빨라 ‘진짜 5G’로 불리지만,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통과하지 못해 투자 비용 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는 것도 문제다. 앞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비즈니스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 “진입 장벽은 낮췄지만 신규사업자의 경쟁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지국 장비 및 부품 업체 관계자는 “28GHz를 포함한 고주파 대역의 투자 지연이나 할당 취소가 통신장비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설비 투자가 적으면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면서도 “고주파 대역 사업에 기대를 걸고 선제적으로 투자한 곳은 영세 업체가 아닐까 싶다. 그런 곳은 이통 3사의 할당 취소 이후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견 기업은 고주파 사업의 활성화를 기대하지 않아 투자에 힘쓰지 않고 보수적으로 대응했을 거다. 통신사들이 발주한 내용을 보면 고주파 관련 설비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라며 “신규사업자가 들어와도 기존 3사만큼의 스펙은 아닐 테니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다. 국내 시장은 설비 투자보단 통신 품질을 개선하거나 시스템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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