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8년 8월, 대법원은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에게 705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부산 지역 정·관·법조계 유력인사들에게 5억 원의 금품로비 혐의로 징역 6년형을 확정했다. 그런데 이 회장이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2016년 9월, 부인 홍 아무개 씨가 건설업체를 설립한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이영복 회장의 부인은 그동안 베일 속에 감춰져 있었다. 사정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인 홍 아무개 씨(67)와의 사이에 1973년 4월생 아들 이창환 전 에프엑스기어(FX Gear) 대표이사와 1977년 8월생 딸 이 아무개 씨를 두고 있다. 이 회장은 부산에, 홍 씨는 서울에 거처를 두고 생활해오면서 부부보다는 사업파트너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두 사람이 이혼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영복 회장은 건설업체 수십 개를 설립해 페이퍼컴퍼니로 활용했다. 이 때문에 홍 씨가 2016년 설립한 건설업체 역시 이 회장의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인지, 아니면 엘시티처럼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건설업체인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영복 회장은 2016년 8월 초 검찰의 지명수배를 받자마자 잠적했으며, 서울 서초동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40대 업주의 도움으로 대포폰과 렌트카를 사용하면서 도피생활을 이어가다 3개월 만인 그해 11월 10일 자수 형태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인 홍 씨가 건설업체 N 사를 설립한 날짜는 이 회장이 도피 중이던 2016년 9월 28일이다.
N 사의 회사 형태는 ‘주식회사’가 아닌 외부감사 공시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다. 설립 당시 N 사의 사업 목적은 ‘부동산 관리업’, ‘부동산 임대업’, ‘여유자금의 투자’ 등 세 종류에 불과했으나, 2018년 12월 ‘부동산 시행업’, ‘시설경비업’, ‘신변 보호업’, 2019년 4월 ‘공유 오피스 운영’, ‘부동산 전대업’ 등의 사업 목적이 추가됐다. 부동산 관련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홍 씨도 이 회장처럼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N 사를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홍 씨는 N 사를 설립한 지 2년 5개월 만인 올해 2월에야 3대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5개월 만에 사임했다. 2016년 9월부터 10월까지 1개월간 이 아무개 씨(1983년 5월생),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2년간 전 아무개 씨(1975년 5월생)가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지난 7월에는 김 아무개 씨(1976년 10월생)가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N 사의 본점 소재지는 홍 씨가 1998년 3월 강남구 신사동에 지은 S 빌딩으로 확인된다.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가 IT전문기업 T 사에 지난 1월 25일 매각한 미승빌딩과 맞닿은 건물이고, 압구정로데오길에 위치한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건물연면적 1539.26㎡, 465.63평)의 빌딩이라 부동산 가치만 2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는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롯데캐슬골드파크의 상가 건물에 본점 소재지를 두었다. 롯데캐슬골드파크는 이영복 회장과 아들 이창환 전 대표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제이피홀딩스PFV가 육군 도하부대 부지 18만 1665㎡(독산동 441-6 외 18필지, 약 5만 5000평)를 2007년 12월 삼양사로부터 매입해 롯데건설에 시공을 맡겨 완공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N 사가 6개월간 본사 사무실로 썼던 상가 건물의 소유주는 이 회장과 홍 씨의 딸이다. 홍 씨가 세운 N 사에 남편 이영복 회장, 아들 이 전 대표, 그리고 딸까지 관련된 셈이다(관련기사 [단독] 이영복 도하부대 부지 매입 삼양사 연루 의혹).
서울 최대 부촌으로 꼽히는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저택에 사는 홍 씨는 N 사에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기도 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올 3월 22일, N 사는 홍 씨가 단독명의로 소유한 성북동 단독주택(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656.62㎡)과 그 부지(토지 3필지, 963㎡)를 담보로 중소기업은행에서 7억 원(채권 최고액 8억 400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가 3개월 만인 6월 11일 전액 상환했다. 대출금의 사용 용도는 확인할 수 없다. 홍 씨의 성북동 단독주택 개별주택공시지가는 2018년 35억 6000만 원에서 올해 47억 3000만 원으로 33.71% 상승했다.
과거 홍 씨는 자신이 소유한 250억 원대 S 빌딩을 담보로 내세워 전 남편과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 제이피홀딩스PFV(2010년 9월, 40억 원)와 맥서러 씨(2012년 4월, 78억 원)에게 대출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홍 씨는 N 사를 설립한 후 지난 3년 3개월 동안 어떤 일을 했을까. 구인구직전문사이트 잡코리아와 사람인에 N 사의 채용공고 요약 정보가 남아 있어 흔적을 추적해볼 수 있다. N 사는 4월 건물 관리자와 주차관리자를, 9월에는 사무보조자를 채용했다. 채용된 건물관리자, 주차관리자, 사무보조자의 근무처가 부산 해운대 엘시티인지,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10월 채용공고에는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 3차 상가 관리사무실 직원을 채용했다.
과거 N 사에서 2년간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전 전 대표이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홍 씨가 N 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 이 회장과의 관계, 홍 씨의 근황 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물었으나 전 전 대표는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도중에 전화를 끊었다.
2016년 12월, 비즈한국은 홍 씨가 소유한 신사동 S 빌딩 인근에서 홍 씨와 1년 넘게 알고 지낸 한 지인을 만난 적 있다. 당시 그 지인은 “한 공인중개사가 홍 씨를 이 회장의 부인이라고 소개해줘서 처음 알게 됐다. 홍 씨가 서울에 집이 있음에도 주로 부산에 머물렀던 것도 그 때문인 줄 알았다”며 “엘시티 사태가 터지자 홍 씨의 지인에게 ‘사모님 괜찮으시냐’고 안부를 물었고 ‘괜찮으시다’는 답변까지 들었다. 홍 씨 주변 사람들 모두 그를 이 회장의 부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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