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TV 드라마 속 ‘재벌가 사모님들’은 고가의 미술품을 소장하며 자신의 예술감각을 과시하곤 한다. 실제 국내 대기업 총수 부인들도 고가의 미술품을 수집하고, 소장한다. ‘비즈한국’은 대기업 총수 부인들이 얼마나 미술을 사랑하는지 그 깊이를 가늠해봤다.
# 삼성, 홍라희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미술계에서 ‘큰손’으로 유명하다. “홍 전 관장이 맘먹고 밀면 유명해진다” “소장품을 보관해둘 곳이 없어 깊은 산 속 비밀창고가 있다더라”와 같은 소문이 떠돌 정도다.
1967년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홍 전 관장은 앤디 워홀, 마르 로스코, 데미안 허스트 등 팝 아트 계열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미술문화재단, 호암미술관, 예술의전당후원회, 현대미술관회 등을 이끌면서 삼성미술관 관장까지 지낸 홍 전 관장이 얼마나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없다.
다만 2008년 1월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에버랜드 창고를 압수수색한 결과 수천 점의 고가 미술품이 발견됐고, 홍 전 관장을 대신해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해온 것으로 알려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100억 원으로 추정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2016년 8월 삼성문화재단이 홍 전 관장으로부터 105억 2834만 원에 매입한 건물(한남동 소재)을 미술품 보존 처리 및 연구 용도로 활용하는 점으로 미뤄 홍 전 관장의 소장품 보관창고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건물은 지하 5층~지상 1층 규모(1680.06㎡, 508.22평)로, 일반적인 갤러리에 비해 2~3배 큰 편이다(관련기사 [단독] 홍라희, 100억대 한남동 부동산 삼성재단에 매각).
이에 대해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홍 전 관장의 소장품이 이 건물에 보관 중이라는 근거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건 보존 및 연구 과정의 미술품에 대한 도난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비즈한국’에 해명한 바 있다.
# SK, 노소영
최태원 SK 회장의 부인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1993년 처음 미술을 접한 것으로 알려진다. 섬유공학, 경제학, 교육학을 전공한 노 관장이 대전엑스포에서 아트&테크놀로지 전시팀장을 지냈는데, 당시 이 작업을 수행하며 “대전엑스포 때 오명 당시 조직위원장은 정보통신부 장관을 오래하며 초고속네트워크 등 우리나라 정보통신 인프라를 만들었다. 당시 함께 일을 하면서 예술과 기술이 접목되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7년 시어머니인 박계희 씨로부터 워커힐미술관을 물려받았다.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광진구 광장동에 있던 워커힐미술관을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4층으로 옮겨 ‘아트센터 나비’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이후 노 관장은 미디어아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며 아트센터 나비의 전시를 풍요롭게 채워나가고 있다.
노 관장은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10여 명의 대기업 총수 부인들과 함께 미술공부를 하다가 봉사단체인 ‘미래회’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미래회 회원으로는 안영주 씨(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부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딸 이수연 씨(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부인), 박선정 씨(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며느리) 등이 있었다.
2014년 9월에는 저서 ‘디지털아트-우리시대의 예술’을 출간했다. 노 관장은 저서를 통해 “지난 15년 디지털아트의 현장에서 이론과 실천을 함께 고민해온 한 문화예술인의 어설프지만 진솔한 기록으로 읽힐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며 미디어아트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 대우, 정희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전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양미술학을 전공했으며, 1990년 장남 김선재 씨(당시 23세)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미술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죽은 아들의 영혼을 달래고자 ‘선재’라는 이름을 내세워 1991년 경북 경주시에 아트선재미술관, 1998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아트선재센터를 개관했다.
정 전 관장이 딸 김선정 관장에게 물려준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주로 실험적인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와 프로젝트의 형식적 제한을 최소화하고 미술, 음악, 문학, 건축, 무용, 패션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협업을 도모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과감한 전시 기획을 지향한다. 특히 환경오염, 인종, 젠더, 경제적 차별, 불평등 등의 사회적 문제점을 예술작품을 통해 고민해 보자는 게 아트선재센터의 비전이다.
정 전 관장은 미술사적 가치가 있고, 대내외적으로 내놓을 만한 작품을 200여 점이나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34점의 미술품을 압류하자, 정 관장은 국가를 상대로 반환소송을 제기하며 “미술품 구입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았지만, 장기간 보관해 왔으므로 김우중 회장의 소유가 아닌 내 소유”라며 3점만이라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그가 당시 반환을 요구했던 작품은 로버트 라우셴버그 작가의 ‘민들레(Dandelion)’와 ‘유적지를 씻다(Wash Digs)’, 존 체임벌린 작가의 공예품 ‘수소 전축(Hydrogen Juke Box)’다. 정 관장은 이듬해 1월 소송을 취하했다. 정 관장은 “지갑이 두둑해도 옆 사람에게 밥 안 사는 사람이 있고, 주머니가 가벼워도 법 먹으러 가자는 사람이 있듯 꼭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예술가를 후원하지 않는 기업을 비판하기도 했다.
# LG, 김영식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 씨는 민화 작가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가의 미술품을 수집한다는 소식은 그동안 전해진 게 없다. 다만 김영식 씨가 2005년 8월부터 14년째 살고 있는 한남동 단독주택의 한편에 미술관이 마련된 점에 미뤄 김영식 씨가 자신의 작품 외에 미술품을 소장 중일 가능성이 있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김영식 씨가 지분 40%를 보유한 한남동 단독주택의 지하 2층은 기계실(176.71㎡, 51.94평), 지하 1층은 미술관(593.71㎡, 179.6평), 주차장(440.14㎡, 133.14평), 단독주택(430.95㎡, 130.36평), 지상 2층은 단독주택(356.62㎡, 107.88평) 용도다.
이 단독주택을 딸 구연경 씨와 구연수 씨도 지분 30%씩을 보유하고 있다. 2004년 구본무 전 회장의 양자로 입적한 장남 구광모 회장의 지분은 없다(관련기사 [단독] '구본무 한남동 저택' 상속자 명단에 구광모 LG 회장은 없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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