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도축된 닭은 연간 약 10억 마리.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그 중 튀김이나 볶음용으로 쓰이는 육계가 78%를 차지하고, 육계 중 절반 정도가 치킨으로 소비됐다. 한 해 평균 약 4억 마리가 치킨으로 튀겨진 셈이다.
치킨은 이미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많은 사람이 치킨 한 마리로 지친 삶을 달랜다. 반면 치킨 외식업계는 조용할 날이 없다.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잡음과 오너의 전횡 같은 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전해진다. 치킨값 인상은 국제 유가 인상보다 더욱 비중 있는 뉴스로 다뤄진다.
현재 우리나라 치킨 시장은 ‘빅3’ 구도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 2017년 매출액 기준으로 교촌에프엔비(교촌)가 3188억 원으로 1위, 그 뒤로 비에이치씨(BHC)가 2391억 원, 제너시스비비큐(BBQ)가 2353억 원으로 2, 3위를 기록했다. 4위는 네네치킨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혜인식품이다. 매출액 555억 원으로 3위 BBQ와 격차가 현저하다.
# 치킨 외식업은 ‘오너 리스크’가 큰 산업
우리나라 치킨 외식업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오너 경영’이다. 치킨이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화 된 지는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 ‘잘나가는 치킨집 사장님’이 자신의 점포를 프랜차이즈화 하면서 중견기업의 오너가 되는 수순을 밟았다.
빅3 오너 중 권원강 교촌 회장과 윤홍근 BBQ 회장은 자수성가한 쪽이다. 박현종 BHC 회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조금 다른 경우지만, BHC 또한 BBQ가 TRG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독립됐다는 점에서 그 뿌리는 비슷하다.
이들은 전문경영인(CEO)을 따로 두지 않거나 두더라도 경영 대부분을 본인이 진두지휘한다. 교촌은 설립자인 권원강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BHC와 BBQ는 각각 윤경주 대표이사와 임금옥 대표이사를 전문경영인으로 두고 있지만 실질적 경영은 오너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치킨 산업은 크고 작은 오너 관련 사건사고에 시달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내 회사’니까 마음대로 하려는 측면도 있고 친인척 등 가족과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항상 ‘오너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산업”이라며 “자수성가한 사람들 특유의 자신감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BBQ와 교촌은 횡령과 폭행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윤홍근 BBQ 회장은 8년간 회사 자금 2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자녀의 미국 유학 경비로 매달 1만 7000달러(약 1900만 원)를 보냈다는 것이다. 교촌은 지난 10월 권 회장의 6촌 동생인 권순철 전 신사업본부장이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어 대중의 뭇매를 맞는 등 곤욕을 치렀다.
#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갈등도 난제
오너 경영이 아닌 BHC의 경우는 상황이 좀 낫다. 오히려 전문경영인의 경영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BHC는 2013년 TRG 사모펀드에 매각된 이후 급속히 성장해, 4년 만인 2016년에는 BBQ의 매출액을 뛰어넘어 업계 2위 자리를 꿰찼다. 업계에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BBQ는 지난 1월 백영호 BBQ 대표이사를 영입해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백 대표는 스타벅스코리아, 파리크라상 등을 거친 외식산업 전문가라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대신 BHC는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본부의 결정에 따라 이익 분배율이 결정되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상 필연적인 갈등, 쉽게 말해 본부에서 이익이 높아 발생된다. 실제로 BHC의 영업이익률은 교촌, BBQ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2017년 기준 BHC의 영업이익은 648억 원이다. 교촌은 204억 원, BBQ도 20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BHC가 상당한 차이로 업계 1위다.
이로 인해 BHC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가장 먼저 가맹점주협의회를 결성했다. BHC 본사는 지난해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전 매장에 200만 원씩 지원금을 전달했고 닭값 인하도 논의하는 등 가맹점주들과 상생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BBQ 가맹점주들 또한 본부의 ‘판촉물 밀어 넣기’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갈등을 빚다가 지난 10일 가맹점주협의회를 업계 두 번째로 만들었다(관련기사 [인터뷰] 양흥모 비비큐가맹점주협 의장 "치킨값 해법은 원가 공개").
양흥모 비비큐가맹점주협 의장은 “치킨 기업들이 계약 기간이 지난 점주들에게 재계약을 볼모로 전횡을 저지른다. 가맹점주를 젊은 층으로 물갈이하려는 건 한편 이해도 되지만, 그동안 쏟은 투자금과 당장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며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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