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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흥모 비비큐가맹점주협 의장 "치킨값 해법은 원가 공개"

10일 협의회 발족…"10년 계약 보장 가맹법이 되레 가맹점주 발목 잡아 개정 주력"

2019.01.09(Wed) 16:31:00

[비즈한국] 2017년 매출액 2417억 원으로 우리나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비비큐 제네시스(비비큐). 그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가맹점주들이 뭉쳐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가맹점주협의회(협의회) 발족식을 갖는다. 가맹점주협의회는 기업의 노동조합 같은 역할을 하며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BHC에 이어 두 번째 협의회의 탄생이다.

 

“새벽까지 치킨 배달을 하고 와서 사실 지금 잘 시간인데….” 지난 8일 오후 12시경,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양흥모 씨는 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기로 하면서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밤엔 치킨 배달을, 낮엔 협의회에 힘을 실어달라고 국회의원, 변호사, 시민단체 등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다. ‘비즈한국’과 인터뷰한 이날도 한 국회의원을 만나고 나오는 길이었다.

 

비비큐 가맹점주들이 10일 국회에서 가맹점주협의회 발족식을 갖는다. ‘비즈한국’​은 지난 8일 협의회 공동의장을 맡은 양흥모 씨를 만났다. 사진=박은숙 기자

 

양 씨는 퇴직 후 아내가 홀로 운영하던 치킨집에 손을 보탠 지 5년째다. 소일거리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일을 시작했지만 법을 몰라서, 혹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가맹본부에 ‘당하고’ 지내는 다른 가맹점주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계약해지를 볼모로 자행되는 가맹본부의 ‘판촉물 밀어 넣기’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팔 걷어붙이고 조금씩 돕던 일이 여기까지 왔다.

 

양 씨는 “모두가 같이 마시는 우물을 내 손으로 더럽힐 순 없다. 우린 혼탁해진 우물을 정화할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라며 “가맹본부의 약점을 드러내기보다는 가맹사업법(가맹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또 비비큐가 2017년에 내놓은 상생안 9가지를 이행해 원가를 공개하면 본부, 가맹점, 소비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찾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Q. 협의회를 만든 계기는?

A. 젊은 배달원이 사고로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때 치킨값 정도를 부조하자고 해서 1만 6000원씩 십시일반 낸 적이 있다. 그것을 계기로 상조회를 만들었고, 그 힘으로 협의회까지 왔다. 본격적인 협의회 창립총회 준비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됐다. 현재 600여 명이 SNS(사회적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모였고, 임원진은 20명이다. 후원 금액만 2000만 원 이상 모였다.

 

젊은 치킨 배달원의 사망 사고로 인해 만들어진 상조회를 기반으로 협의회 총회 준비를 진행했다는 양 씨는 5년 전 굴지의 건설회사에서 은퇴 후 아내의 치킨집 운영에 손을 보태기 시작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Q. 쉽진 않았을 텐데.

A. 사실 이번이 첫 시도가 아니라 내부에서도 서너 차례 시도가 있었다. 그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맹본부의 방해나 와해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에도 와해될 뻔했다. 앞장서서 추진하던 동생이 하루아침에 “형님, 개인 사정 때문에 못 하겠다”고 말하더라. 여러 정황을 미뤄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또 가맹점주들이 모두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Q.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나. 

A. 회사의 비리를 들춰내거나 약점을 건드는 폭로전으로 가면, 내가 먹던 국물에 침 뱉는 격이다. 혼탁해진 물을 정화하는 작업을 통해 상생하는 길로 가고자 하는 것이 우리 협의회의 기본 방향이다. 어떻게 정화할 것인가를 논의해야지, 그 물을 내 손으로 더 혼탁하게 할 순 없다. 다른 가맹점 사장님들도 함께 쓰는 물이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달라.

 

Q. 그럼 협의회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A. 가맹법이 가장 문제다. 우리는 가맹법 개정과 함께 본부가 2017년 내놓은 상생안 9가지를 이행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Q. 가맹법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

A. 현행 가맹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 10년의 계약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되레 가맹점주들의 발목을 잡는다. 가맹본부가 10년 계약이 지난 가맹점주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뒤 이를 안 따를 경우 페널티를 부여하고 계약해지를 하는 것이다. 명확한 해지 사유가 없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다. 가맹점주는 적게는 2억~3억 원, 많게는 10억 원을 투자했는데, 계약해지를 당하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다 날리는 거다. 영업권, 흔히 권리금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게 아주 큰 부분임에도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 이게 너무 부당하다.

 

양 씨는 회사의 약점을 드러내는 폭로전이 아닌, 대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계약해지에 악용되는 가맹법 개정과 비비큐가 직접 내놓은 상생안 이행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사진=박은숙 기자

 

Q. 상생안 9가지는 무엇인가.

A. 2017년에 비비큐가 급작스럽게 치킨값을 올린 적이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다시 내렸는데, 이때 치킨값 기습 인상이랑 광고비 떠넘기기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들어오니까 회장이 직접 상생안을 발표했다. 이때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등 9가지를 발표했는데, 그 중 이행되고 있는 건 ‘치킨 릴레이’라고 가맹점이 참여해서 봉사활동 하는 것뿐이다. 치킨은 원가율이 상당히 높은 제품이다. 만약 원가가 공개되면 본부와 가맹점이 가져갈 적정 금액을 다시 책정할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레 치킨값도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

 

Q. 가맹본부에 동행위원회(동행위)라는 내부 상생협력기관이 있는 것으로 안다.

A. 우리끼리는 ‘통행위’라고 부른다. 본부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본부의 결정이 그대로 동행위를 ‘​통행’​한다. 투표로 동행위가 구성되긴 하지만 무용지물이다. 총 42명인데, 본부 추천 위원 8명 정도가 있고 나머지는 지역별로 뽑는다. 예를 들어 1차, 2차 투표로 나눠서 한 지역에서 1차에 두 명의 후보가 올라왔을 때, 본부 입맛에 맞지 않는, 목소리가 강한 사람들을 떨어트릴 수 있는 결격 사유를 추가한다. 가령 고객의 소리 몇 개 이상 같은 거다. 가맹본부는 동행위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공식적으론 가격 인상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동행위 중 ‘비비큐맨’을 통해 가격 인상을 안건으로 내고 의결하도록 하는 식이다.

 

실제 비비큐는 지난해 말 신선육 5.9%, 올리브오일 4.3%, BBQ 시크릿양념 소스 8.2%, 치킨무 17.2% 등 주요 원재료 9종의 공급가를 평균 7.6% 인상했다. 이에 대해 비비큐 관계자는 “동행위를 통해 의결된 사항이라 문제없다”고 밝혔다.

 

양 씨는 협의회를 교섭단체로 만들어 가맹점주가 원하는 협약을 얻어낼 생각이다. 그 밖에도 장사로 지친 가맹점주들을 이어주는 커뮤니티 역할도 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Q. 협의회가 만들어진 이후 운영은 어떻게 되나.

A. 사실 일단 발족을 해두면 굴러가는 건 잘될 거라 생각한다. 단체교섭권을 획득해 물리적인 파업은 힘들더라도, 가맹점주가 원하는 협약을 얻어낼 것이다.

 

Q. 할 말이 더 있다면.

A. 부부가 최소 12시간 일하고 근근이 생활비 정도 벌어간다. ‘기승전치킨집’이라고 은퇴 후 결국 선택하는 게 치킨집이다. 10년 이상 됐는데 변변한 자기 가게를 못 갖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외롭다. 쉬는 날 어디 마음 편히 놀러 가질 못한다. 반면 가맹본부는 자본금도 거의 없이 시작해 지금은 사옥도 사고 빌딩도 짓는다. 노조 역할뿐만 아니라 서로 이어주고 회포를 풀 수 있는 커뮤니티의 역할까지도 협의회를 통해서 하고 싶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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