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CJ프레시웨이가 ‘청주프레시원’(북일앤프레시원)을 상대로 결국 35억 원 규모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주프레시원’은 CJ가 지역 상생을 내세우며 청주 식자재 유통업체 ‘북일푸드식자재’와 만든 합작법인이다.
CJ프레시웨이는 합작법인 대표 권미경 씨(여·51)와 경영권 갈등을 빚게 되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소송을 통해 그동안 청주프레시원에 공급한 물품 대금 35억 원을 요구했다. 3년에 걸쳐 계획대로 청주프레시원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 직접 떠안아야 할 물품 대금이었다는 사실을 미뤄봤을 때, CJ프레시웨이가 경영난을 우려해 뒤늦게 사업에서 손 떼는 모양새로도 해석된다. (관련 기사 CJ프레시웨이 '효자' 지역밀착형 사업 분쟁 지속 까닭)
# 합작법인 경영 성적 부진으로 분쟁…협상 결렬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CJ프레시웨이는 2016년 2월 청주의 식자재 유통업체 ‘북일푸드식자재’ 대표 권미경 씨와 손잡고 청주프레시원을 설립했다. 권 씨가 초기 경영을 맡고 CJ프레시웨이가 3년간 4차례에 걸쳐 24억 가치에 해당하는 청주프레시원 주식 100%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서를 살펴보면, 권 씨가 식자재 사업의 핵심인 지역 유통망 정보를 합작법인에 넘겨주고 경영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핵심 계약 사항이었다.
권 씨는 1차 주식 양도 당시 지분 20%를 CJ프레시웨이에 넘기고 4억 8000만 원을 받았다. 문제는 2차 주식 양도 때 발생했다. 7억 4400만 원 가치에 해당하는 주식 31%를 넘겨받는 입장인 CJ프레시웨이가 오히려 권 씨에게 7억 2900만 원을 물어내라고 요구했기 때문. 두 계약 당사자 간엔 특별한 계산식이 존재했는데, 월 목표 영업이익 4900만 원에 도달하지 못하면 권 씨가 CJ 측에 돈을 토해내야 하는 구조였다. 권 씨가 운영하는 동안 평균 영업이익은 1830만 원에 불과했다.
권 씨는 영업이익이 부진한 책임이 CJ 측에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CJ 측은 합작법인에 본사 직원 3명을 파견해 회계, 재무 등 경영 전반에 관여했는데, 권 씨는 이들의 영업 방해로 인해 정상 경영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J 측은 권 씨의 욕심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이 원인이라며 맞섰다.
다툼은 결국 공정거래조정원으로 옮겨갔다. 조정원은 CJ 측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이 인정된다며, CJ프레시웨이가 청주프레시원 지분 80%를 인수받고 권 씨에게 6억 2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또 회수하지 못한 채권 중 중단채권(돌려받을 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6개월 동안 갚아나간 뒤, 잔여 채권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권 씨가 CJ프레시웨이에 지급하라고 조정했다.
조정 두 달 뒤인 지난 4월 최종 협상에서 만난 양측이 중단채권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권 씨는 중단채권을 1억 7000만 원으로 설정했고, CJ 측은 16억 원이라 봤다. 결국 사건은 공정위로 넘어가 계류 중인 상황에서, 지난 7월 13일 CJ프레시웨이가 권 씨에게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 CJ프레시웨이, 청주프레시원에 계약 해지 통보 후 35억 소송
CJ프레시웨이는 14일 이내에 계약서에 명기한 월 최소 매출액 11억 2280만 원, 매출이익 1억 5260만 원 수준으로 청주프레시원의 경영이 회복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권 씨에게 보냈다. 권 씨는 즉각 반발했지만, 결국 CJ프레시웨이는 지난 7월 31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CJ프레시웨이는 100% 지분을 인수하려 했던 청주프레시원과 남남이 되면서, 같은 날 그동안 청주프레시원에 물품을 대고 받지 못한 채권 35억 원을 회수하려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합작법인 주식 20% 인수하면서 권 씨에게 지급한 4억 8000만 원을 돌려받는 소송까지 냈다.
권 씨는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 씨는 “CJ프레시웨이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 대표 결제 없이 물품구매대행을 CJ프레시웨이에 맡겼다. CJ프레시웨이는 구매대행 수수료는 물론 판매장려금을 수취하고, 시중 소매가격보다 비싼 상품을 공급했다”며 “공정거래조정원도 인정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때문에 망가진 경영을 14일 이내에 정상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씨는 “20년간 리어카에서 시작한 노력을 보상받는 것으로 생각했다. 함께 풀어갈 문제를 개인에 떠넘기는 게 말이 안 된다. 대기업 CJ 이름을 믿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현재는 원래 쓰던 전산까지 차단돼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중요 정보는 다 빼가고 가압류까지 걸어놨다. 경영이 원활하게 될 리가 없다. 이 악랄함을 꼭 알리겠다”고 주장했다.
CJ프레시웨이는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 이후 중단채권을 두고 협상할 때, 권 씨는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채권을 받을 수 있다고 우겼다”며 “결국 협상이 결렬됐고, 그 후에도 채권을 회수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관계자는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에도 지속적으로 경영 정상화를 부탁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CJ도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생하려 최선을 다했다”며 “상대는 소상공인이 아닌 지역에서 잘나가는 기업인데, CJ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악랄하게 비치는 게 아쉽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그 결정에 따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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