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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문화 1부] 사교육으로 변질되지 않는 메이커 문화 꿈꾼다

더 많은 사람이 메이커 문화를 즐기길 바라는 백미진씨

2016.10.24(Mon) 10:29:43

‘메이커’ 문화는 뚝딱뚝딱 자유롭게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보는 문화다. 메이커 문화는 딱히 돈이 되지 않아도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본다. 기존 제품에서 창의력을 더해 나만의 것을 만드는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종류도 양초, 디퓨저, 가죽제품에서부터 드론, 로봇 등 가지각색이다. 

 

영 메이커 페스티벌 모습. 사진=백미진 씨 제공.


‘비즈한국’은 한국의 메이커 문화를 짚어보고, 아쉬움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가야 할지를 짚어본다. 단순히 ‘돈’보다는 메이커 문화 이면에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꼭 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도 알아본다.​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메이커페어에 참가하며 국내의 메이커 문화를 꾸려나가고자 하고, 이번 영 메이커 페스티벌에서도 부스를 꾸려 아이들을 가르친 백미진 LG전자 엔지니어를 인터뷰했다. 

(노현철 카이스트 박사과정 인터뷰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은 백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LG전자에서 근무 중인 백미진입니다. 하고 있는 역할은 애자일(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코치 겸 비즈니스 애널리스트이며, 제품이 기획 단계부터 최종 완성되어 시장에 나가기까지 전체 과정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영 메이커 페스티벌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나요. 

 

“저는 사내/사외에서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는데, 사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메이커 활동을 하며 글을 기고하거나 워크숍을 열고 있습니다. 그 소문이 나서 행사 주최 측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첫 번째 행사라서 섭외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고, 아마 내년부턴 사이트를 통해서 메이커 참여 신청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현철 씨와 함께 진행한 드론 해커톤에서 백씨는 디자인 씽킹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세션을 맡았다. 아이들이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아이데이션한 작품. 사진=백미진 씨 제공


―메이커 페어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부터 만드는 걸 무척 좋아해서 항상 뭔가를 만들고 있었어요. 성인이 돼서도 취미로 뭔가를 만들고 결과물과 과정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면서 메이커 페어라는 글로벌 행사를 알게 됐습니다. 메이커 페어는 어떤 사람이든 자신이 만든 산출물과 활동을 공유하고 자랑하는 잔치예요. 그래서 자비를 들여 휴가를 내고 아시아, 유럽, 북미 등 여러 나라에서 열리는 메이커 페어를 찾아다녔습니다.”

 

“처음엔 아시아권을 돌았는데, 너무 IT 분야로만 집중돼 있어서 약간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는 분야 가리지 않고 그저 뭐든 만드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데 IT 관련된 걸 만들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메이커로 활동을 못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미국과 유럽을 가보니까 뭐가 됐든 만드는 사람이라면 메이커라고 부르더라고요. 특히 로마 메이커 페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요리가 발전한 이탈리아답게 파스타나 올리브절임 같은 식재료도 메이커 페어 행사에 등장했다는 거예요. 이처럼 아시아가 좀 더 IT에 집중했다면 미국과 유럽은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만약 앞으로도 메이커를 IT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 국한한다면 진입 장벽이 높아져서 유행처럼 번지거나 문화로 정착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이유로 국내의 메이커 운동이 좀 더 넓은 범위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늘 영 메이커 페스티벌에도 참가하게 됐습니다. 메이커는 분야에 상관없다는 것을 더 알리고 싶어서 그냥 보기에도 기술적으로 보이는 드론 해커톤과 기술적인 것과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향초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백 씨가 다녀온 베를린 메이커 페어 모습. 백미진 씨 제공.


―전에도 비슷한 행사에 참여해본 적이 있나요.

 

“이전엔 전 세계의 각 도시에서 열리는 메이커 페어에 참관을 하러 다녔어요. 제가 하는 일과 관련하여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목적과 더불어 메이커로 어느 정도 수준의 작품을 만들면 적당할까를 고민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번에 행사에 참여하면서 제가 사람들과 작업 과정을 함께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 작년에 회사에서는 스마트 워치를 활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드는 해커톤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번 행사만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뭔가를 만든다, 잘 만든다, 그러려면 손에 익어야 합니다. 살면서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어른이 됐다고 갑자기 잘하게 되진 않잖아요. 내가 생각한 것을 실물로 만들어내는 활동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메이커 문화가 아이들의 교육과도 잘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메이커 문화가 사교육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국가와 대기업이 적극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LG 재단에서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하여 국내 메이커 문화 확산에 기여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였는데, 아이들과 함께해서 좋았던 점이나 어려운 점 등을 이야기해주세요. 

 

“사실 영 메이커(Young Maker)라고 해서, 저는 영(Young)이란 수식어를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정도를 생각했는데 행사에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 저학년 학생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어요. 특히 캠핑용 모기퇴치 캔들 만들기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부피나 밀도, 퍼센트 등의 개념을 쉽게 알려주려고 기획한 것이었는데 5~7세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80% 넘게 참석하여 과학적인 원리는 전부 빼고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두어 진행했어요. 사실 순간적으로 내용을 바꾼다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보니 부모님이 함께 들어와서 정원​ 20명​인 부스 안에 40명의 사람들로 꽉 차기도 했어요. 어린 아이들이 울고 소란스러워서 진행이 어렵기도 했는데, 이렇게 어린아이들과 캔들 만들기 워크숍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아이들과 워크숍을 할 땐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하는지를 좀 더 잘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인 것 같아요.”​ 

 

모기 쫓는 캠핑 초 만들기 워크숍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든 초. 사진=백미진 씨 제공.

 

“드론 해커톤은 6시간 동안 아이데이션과 만들기를 진행하는 워크숍이어서 오후가 되니까 아이들의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것을 보고 나니 아이들이 너무 신나해서 기분이 참 좋았어요. 드론 해커톤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협업을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마지막까지 모두가 힘을 모아 만들었고, 날리러 밖에 나가서는 하나같이 손에서 무선 조종기를 놓을 생각을 안하더라고요.”

 

―이번 행사에서 부족했거나 보완해야 할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대상이 영(Young)인 것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참석자가 너무 어렸다는 점이에요. 다음에 또 하면 대상을 명확히 공지해서 워크숍을 준비하는 사람과 참석하는 사람 모두가 아쉽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다른 하나는 참석자가 너무 많아서 아쉽게 돌아간 분들이 많았다는 점이에요. 제가 알기론 본 행사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오신 건지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 캠핑용 모기퇴치 캔들 만들기 워크숍은 총 4회 각각 20명 정원으로 진행했는데, 매 시간마다 대기자가 25명씩 있었고, 워크숍을 마치고 나면 또 안 하는지 물어오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아마 다른 부스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사이트에서 미리 신청을 받은 인원에 문제 생겼을 때 대처할 만큼만 재료를 준비한 것이라, 참여하고 싶은데 못하고 아쉬워하며 가신 분들도 많았어요. 워크숍을 준비하는 메이커 입장에서는 재료 준비뿐만 아니라 일손도 더 늘어나야 하는 문제라 참석 인원을 근접하게나마 인지할 수 있다면 참여자들도 아쉬움이 좀 덜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완성된 드론을 날리는 아이들. 사진=백미진 씨 제공.


―행사 참가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은 어땠나요. 

 

“4차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메이커 운동은 지금 시점에 많은 사람들이 목말라하던 활동인 것 같습니다. 국내에 메이커 문화가 확산되길 누구보다 기원하며 활동을 하고 있던 사람으로서, 이번 행사를 통해 제가 국내 메이커 운동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다른 부스는 어땠나요.

 

“행사 시작하기 전날 부스 준비할 때 빼곤 다른 부스는 못 봤어요. 토요일에 진행할 때 드론 해커톤은 저희만 따로 실내에 있었고, 하루 종일 진행된 관계로 밖으로 나가 구경할 새가 없었고요. 일요일엔 워크숍을 4번 연달아 진행하면서 일손이 너무 부족해서 다른 데 구경을 못했어요. 너무 아쉬워요.”  

 

―이 행사에 참여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이렇게 커다란 실물 드론은 성인도 접하기 어려운데 아이들에게 이런 워크숍을 준비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을 것 같아요. 드론을 실제로 만들고, 직접 날리기까지 해서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이다보니 다른 부스에서는 종이로 만든 무언가를 준비한 곳이 많았거든요. 그저 이 행사를 계기로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에 재미를 붙여 영 메이커로 거듭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선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지, 하기로 했던 일을 잘 마무리해서 완성했는지에는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끝까지 완수해보는 경험을 여러번 겪는 것이 살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머리로 생각했던 것을 손으로 직접 만들고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해서 수정할 부분을 찾아 고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활동은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 줄짜리 생각을 구체화하는 능력, 이후 벌어질 상황을 유추하는 능력, 벌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여러가지 능력이 두루 필요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활동이 사교육으로 변질되어 돈이면 다 되는 것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해요.”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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