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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엘시티 비리' 이영복 도피 중 부인이 세운 건설업체 정체는?

부인 홍 씨 6개월 동안 대표이사…이 회장이 독산동 도하부대에 지은 롯데캐슬 상가 직원 채용하기도

2019.12.20(Fri) 17:18:03

[비즈한국] 2018년 8월, 대법원은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에게 705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부산 지역 정·관·법조계 유력인사들에게 5억 원의 금품로비 혐의로 징역 6년형을 확정했다. 그런데 ​이 회장이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2016년 9월, 부인 홍 아무개 씨가 건설업체를 설립한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이영복 회장의 부인은 그동안 베일 속에 감춰져 있었다. 사정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인 홍 아무개 씨(67)와의 사이에 1973년 4월생 아들 이창환 전 에프엑스기어(FX Gear) 대표이사와 1977년 8월생 딸 이 아무개 씨를 두고 있다. 이 회장은 부산에, 홍 씨는 서울에 거처를 두고 생활해오면서 부부보다는 사업파트너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두 사람이 이혼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의 실소유주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2016년 11월 부산지방검찰청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영복 회장은 건설업체 수십 개를 설립해 페이퍼컴퍼니로 활용했다. ​이 때문에 홍 씨가 2016년 설립한 건설업체 역시 이 회장의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인지, 아니면 엘시티처럼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건설업체인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영복 회장은 2016년 8월 초 검찰의 지명수배를 받자마자 잠적했으며, 서울 서초동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40대 업주의 도움으로 대포폰과 렌트카를 사용하면서 도피생활을 이어가다 3개월 만인 그해 11월 10일 자수 형태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인 홍 씨가 건설업체 N 사를 설립​한 날짜는 이 회장이 도피 중이던 2016년 9월 28일이다. 

 

N 사의 회사 형태는 ‘주식회사’가 아닌 외부감사 공시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다. 설립 당시 N 사의 사업 목적은 ‘부동산 관리업’, ‘부동산 임대업’, ‘여유자금의 투자’ 등 세 종류에 불과했으나, 2018년 12월 ‘부동산 시행업’, ‘시설경비업’, ‘신변 보호업’, 2019년 4월 ‘공유 오피스 운영’, ‘부동산 전대업’ 등의 사업 목적이 추가됐다. 부동산 관련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엘시티 로비 주역 이영복 회장의 부인 홍 씨가 2016년 9월 건설업체 N 사를 설립하면서 본점 소재지로 등록한 신사동 S 빌딩.  사진=유시혁 기자

 

하지만 홍 씨도 이 회장처럼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N 사를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홍 씨는 N 사를 설립한 지 2년 5개월 만인 올해 2월에야 3대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5개월 만에 사임했다. 2016년 9월부터 10월까지 1개월간 이 아무개 씨(1983년 5월생),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2년간 전 아무개 씨(1975년 5월생)가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지난 7월에는 김 아무개 씨(1976년 10월생)가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N 사의 본점 소재지는 홍 씨가 1998년 3월 강남구 신사동에 지은 S 빌딩으로 확인된다.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가 IT전문기업 T 사에 지난 1월 25일 매각한 미승빌딩과 맞닿은 건물이고, 압구정로데오길에 위치한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건물연면적 1539.26㎡, 465.63평)의 빌딩이라 부동산 가치만 2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는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롯데캐슬골드파크의 상가 건물에 본점 소재지를 두었다. 롯데캐슬골드파크는 이영복 회장과 아들 이창환 전 대표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제이피홀딩스PFV가 육군 도하부대 부지 18만 1665㎡(독산동 441-6 외 18필지, 약 5만 5000평)를 2007년 12월 삼양사로부터 매입해 롯데건설에 시공을 맡겨 완공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N 사가 6개월간 본사 사무실로 썼던 상가 건물의 소유주는 이 회장과 홍 씨의 딸이다. 홍 씨가 세운 N 사에 남편 이영복 회장, 아들 이 전 대표, 그리고 딸까지 관련된 셈이다(관련기사 [단독] 이영복 도하부대 부지 매입 삼양사 연루 의혹). 

 

서울 최대 부촌으로 꼽히는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저택에 사는 홍 씨는 N 사에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기도 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올 3월 22일, N 사는 홍 씨가 단독명의로 소유한 성북동 단독주택(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656.62㎡)과 그 부지(토지 3필지, 963㎡)를 담보로 중소기업은행에서 7억 원(채권 최고액 8억 400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가 3개월 만인 6월 11일 전액 상환했다. 대출금의 사용 용도는 확인할 수 없다. 홍 씨의 성북동 단독주택 개별주택공시지가는 2018년 35억 6000만 원에서 올해 47억 3000만 원으로 33.71% 상승했다. 

 

과거 홍 씨는 자신이 소유한 250억 원대 S 빌딩을 담보로 내세워 전 남편과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 제이피홀딩스PFV(2010년 9월, 40억 원)와 맥서러 씨(2012년 4월, 78억 원)에게 대출을 제공하기도 했다. ​

 

홍 씨는 성북동 단독주택을 담보로 내세워 N 사에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했다.  사진=유시혁 기자

 

그렇다면 홍 씨는 N 사를 설립한 후 지난 3년 3개월 동안 어떤 일을 했을까. 구인구직전문사이트 잡코리아와 사람인에 N 사의 채용공고 요약 정보가 남아 있어 흔적을 추적해볼 수 있다. N 사는 4월 건물 관리자와 주차관리자를, 9월에는 사무보조자를 채용했다. 채용된 건물관리자, 주차관리자, 사무보조자의 근무처가 부산 해운대 엘시티인지,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10월 채용공고에는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 3차 상가 관리사무실 직원을 채용했다. 

 

과거 N 사에서 2년간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전 전 대표이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홍 씨가 N 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 이 회장과의 관계, 홍 씨의 근황 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물었으나 전 전 대표는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도중​에 전화를 끊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더샵 아파트 전경.  사진=유시혁 기자

 

2016년 12월, 비즈한국은 홍 씨가 소유한 신사동 S 빌딩 인근에서 홍 씨와 1년 넘게 알고 지낸 한 지인을 만난 적 있다. 당시 그 지인은 “한 공인중개사가 홍 씨를 이 회장의 부인이라고 소개해줘서 처음 알게 됐다. 홍 씨가 서울에 집이 있음에도 주로 부산에 머물렀던 것도 그 때문인 줄 알았다”며 “엘시티 사태가 터지자 홍 씨의 지인에게 ‘사모님 괜찮으시냐’고 안부를 물었고 ‘괜찮으시다’는 답변까지 들었다. 홍 씨 주변 사람들 모두 그를 이 회장의 부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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