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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맨 2교대 근무제 '2웨이브' 도입 "사람이 숫자냐"

30일부터 야간조 새벽 2시 30분 출근…쿠팡 "계획 중인 사안, 확인 못해줘"

2018.07.18(Wed) 10:20:42

[비즈한국] 쿠팡이 쿠팡맨 2교대 근무제를 전격 도입한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해 갈수록 늘어나는 주문량을 처리하고 배송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근무 당사자인 쿠팡맨 들은 회사의 일방적인 근무시간 변경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비즈한국’이 18일 단독 입수한 회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쿠팡은 오는 30일부터 쿠팡맨을 새벽과 오후 2개 조로 나누어 운영하는 ‘​2웨이브(wave)’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새벽조는 새벽 2시 30분에 출근해 낮 12시 30분까지, 오후조는 낮 12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근무하게 된다. 주야간 근무 교대는 최소 3개월마다 이뤄진다. 이 중 새벽 2시 30분부터 6시까지 근무시간에는 1.5배의 급여가 지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쿠팡맨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오전 9시 전후에 출근해 저녁 8시 즈음에 퇴근하며, 배송 수요를 분석해 컴퓨터가 정해줘 이틀을 쉬는 방식(오토 휴무 시스템)의 주 5일 노동을 해왔다.​

 

쿠팡이 오는 30일부터 새벽과 오후 2개 조로 나누어 배송하는 교대 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봉성창 기자


이러한 교대 근무제도는 쿠팡이 본격적으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문건에 따르면 전날 자정부터 오후 5시까지의 주문은 새벽 2시 30분부터 근무하는 새벽조가 배송을 맡고, 오후 5시 이후 주문은 오후조가 맡게 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2교대 근무제 도입에 앞서 사전에 일부 지역을 선정해 테스트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을 전후해 2교대 근무제 도입에 관한 공문이 각 지역 쿠팡 배송캠프에 전달되자 쿠팡맨 사이에서는 회사 측이 어떠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근무시간을 바꿨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쿠팡맨은 “지금도 오토 휴무 시스템 및 타 지역 배송 지원 때문에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새벽 2시 30분에 출근해 정오에 퇴근하게 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쿠팡맨 역시 “쿠팡이 사람을 ​무조건 주 52시간 근무만 하면 되는 ​숫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통이 터진다”며 “일자리가 부족한 지방의 경우 2교대로 일하는 공장 근무가 싫어 쿠팡맨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공장 생활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새벽 배송의 경우 물건을 받아야 하는 구매자가 대부분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기 때문에 무인택배함이 있는 아파트 권역에 집중적으로 배송이 이뤄질 전망이다. 단독주택의 경우 문 앞 배송이 가능하지만 도난의 위험이 크다. 하지만 심야의 아파트 주차장이나 주택가 골목은 주차된 차들로 빼곡하기 때문에 배송 카트를 끄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낮에 쉰다 하더라도 새벽에 운전을 해야 하는 만큼 졸음운전 등 사고의 위험도 크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미처 제설 작업이 되지 않은 도로와 골목을 달려야 한다.

 

특히 쿠팡 배송 차량의 경우 전부 디젤차인 데다가 후진 시 안전 경고음이 크게 발생해 심야시간 소음으로 인한 잦은 민원도 예상된다. 안 그래도 만성적으로 부족한 쿠팡 배송 차량이 2교대 도입으로 24시간 운행될 경우, 차량 정비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맨을 새벽과 오후 2개 조로 나누어 운영하는 ‘​2웨이브(wave)’ 제도 시행을 알리는 쿠팡 내부 문건. 쿠팡 측은 새벽조 출근 시 자가 차량 이용이나 카풀을 권장했다.


무엇보다 근무 시간이 2교대로 변경될 경우 취업규칙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에게 불리한 불이익 취업 규칙의 경우 과반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일근제에서 교대 근무로 바꾸는 것은 피로도나 근무 강도를 높이기 때문에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하지만 전체 쿠팡맨 중 약 70%가 6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기간제 노동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관련기사 쿠팡맨이 피멍 들어도 일하는 이유, '갱신기대권'이 뭐길래).

 

2교대 근무제 도입으로 쿠팡맨의 실질적인 수입이 올라갈지는 미지수. 새벽 배송 시간에 1.5배가 붙는다고 해도 근무시간이 1시간 짧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벽 2시 30분까지 출근할 경우 마땅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해 쿠팡은 자가 차량 이용이나 카풀을 권장한다는 입장이다. 카풀을 할 경우 유류비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은 “​아직 계획 중인 사안에 대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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