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설계부터 체계 개발 한화시스템·LIG넥스원 주도권…후발주자 HD현대는 미국 기업들과 맞손
[비즈한국] 미래전의 게임체인저가 될 무인수상정(USV)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국내 방산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해군은 미래 유·무인 전장 복합 전투체계를 ‘네이비 시 고스트’로 명명하고 관련 장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개념설계부터 체계 개발을 거치고 있는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이 USV 양강체계를 구축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최근 미국 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개발을 시작하면서 삼파전 구도가 될 전망이다.
#한화, 방산 3사 역량 총결집
USV란 승무원 없이 수면에서 운용하는 선박이다. 감시 정찰, 기뢰 탐지·해체, 공격 등 정찰이나 전투 목적으로 활용한다. 리서치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USV 시장 규모는 2023년 8억 94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에서 2033년 31억 달러(약 4조 4600억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전투체계(CMS)를 자체 개발하며 바다 위 전투용 무인전력 시장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찰용 USV뿐만 아니라 전투용 무인수상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함정의 ‘두뇌’에 해당하는 CMS는 동시에 다가오는 다양한 위협체를 함정에 탑재된 센서로 탐지·분석하고 이를 함포 등의 무장체계에 전달·명령해 위협체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한화시스템은 수년간 무인수상정 관련 개발 과제에 참여해 소형급부터 대형급까지 해양무인체계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연안에서의 수색구조와 감시정찰 임무 수행이 가능한 12m급 수색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 수중도킹이 가능한 도킹용 자율 무인잠수정, 최대 30일 장기간 잠수가 가능한 대형 잠수정인 대잠정찰용 무인잠수정 등 다양한 해양 무인체계를 개발했다. 해령은 국내 최초로 연안 수색, 감시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화의 무인수상정은 한화 방산 3사 역량의 총결집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한화시스템의 ‘CMS’와 한화오션의 ‘특수선 건조 역량’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원격사격장치 및 유도탄 발사대 개발 역량’ 등 자사의 기술력을 종합해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해군 주관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설계 과제뿐 아니라 정찰용 무인잠수정 및 기뢰전 무인수상정 개념설계를 수행한 바 있다.
#LIG넥스원, 해검 시리즈로 미래전 대비
LIG넥스원은 지난해 방위사업청과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사업’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해군 전진기지 및 주요 항만에 대한 감시정찰과 신속한 현장대응 능력을 보강하기 위한 12m급 무인수상정을 2척을 2027년까지 개발하는 사업이다.
LIG넥스원은 2015년부터 무인수상정 ‘해검(Sea Sword)’ 시리즈를 자체 개발하며 관련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다. 이를 통해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 사업’을 기반으로 국내 유무인복합체계 개발을 선도하는 한편, 무장 및 탐지체계 등을 중심으로 모듈화된 임무장비 탑재로 신규 응용시장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전에 대비한 해상 무인화 플랫폼인 해검 시리즈는 임무장비에 따라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검-II와 해검-III, 해검-V를 비롯해 M-Hunter 등으로 발전해왔다. 해검-II는 수중에서 자동으로 진수와 회수(LARS)가 가능한 수중 플랫폼(ROV) 모듈을 탑재해 수중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했다. 해검-Ⅲ는 전방에 12.7mm 중기관총 뿐 아니라 2.75인치 유도로켓(비궁) 발사대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해상상태 4(최대 파고 2.5m)에서 실해역 내항성능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열악한 해상환경에서도 유인전력 없이 24시간 운용이 가능하다. 해검-V는 함 탑재 전용 무인수상정으로 의심스러운 표적 발생시 모함에서 분리돼 표적을 식별하고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무인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LIG넥스원은 구미하우스에 ‘무인수상정 전용 체계통합시험동’을 준공했다. 체계통합시험동은 약 1000톤 규모의 수조에서 △플랫폼 △자율운항장치부 △중앙통제부 △무선통신부 △무장 △감시정찰부 △수중탐색부로 구성된 각 부체계 단위를 점검해 체계통합 시험을 수행할 수 있다.
#HD현대, 미국 기업들과 개발 협업
HD현대는 지난 4일 미국 방산업체 안두릴 인더스트리와 무인수상정(USV) 개발 및 시장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안두릴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임무 통제 체계, 감시 정찰 체계, 무인 잠수정, 드론 등을 미국 해군·국방부, 호주 국방부 등에 납품하고 있다.
양 사는 HD현대의 자율운항 기술과 안두릴의 자율 임무 수행 설루션을 결합해 무인수상정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HD현대는 항해·기관 자동화, 통합안전관제 등 그동안 추진해온 기술을 기반으로 ‘AI 함정 자율화 기술’을 개발하고, 안두릴은 무인수상정 군집 제어와 임무 수행을 자동화하는 ‘자율 임무 수행 체계’ 개발을 맡는다.
HD현대는 지난해 미국의 방산 전문 AI(인공지능)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도 무인수상정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무인수상정 ‘테네브리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양 사는 HD현대중공업의 자율운항과 함정 통합관리 시스템과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을 결합해 ‘테네브리스’를 2026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테네브리스는 경하중량 14t, 전장 17m 규모의 고성능 하드웨어(선체)와 고도화된 AI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HD현대 등 방산업체가 무인수상정 개발을 두고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해외 시장 수출 때문이다. 무인수상정 시장이 아직은 초기 단계인 탓에 방산업체 모두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이를 위해 향후 진행될 해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5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국 해군의 선택을 받아 납품한 무인수상정이라는 점이 해외시장 공략에서 최고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