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상선의 자금차입 거래와 관련해 현대엘리베이터의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계열사 채무보증을 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조사할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는 14일 공정위에 공문을 보내 이 문제와 관련해 조사를 요청했다.
공정거래법 10조의2는 현대그룹과 같은 자산 5조원 이상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국내 계열회사에 대해 채무보증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법 15조는 이러한 채무보증 규정을 면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현대상선 자금차입 거래는 이러한 법 조항을 전면 위배하고 있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지적이다.
지난 달 11일 현대상선의 ‘단기차입금증가결정’ 공시를 보면 현대상선은 ‘단기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스마트업 제1차 유한회사 등 3개의 특수목적회사(SPC)로부터 총 2500억원,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1392억원 등 총 3892억원을 차입했다.
현대상선은 이 차입금으로 기존 차입금 1985.8억원을 상환한 사실을 공시했다.
현대상선은 3개의 투자목적회사(SPC, 각각의 관리자는 신탁계약을 한 씨티은행·대우증권·한국투자증권)를 설립한 뒤 자사 보유 현대증권 지분 19.8%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SPC들은 메리츠증권과 계약을 맺고 현대증권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조달한 2500억원을 현대상선에 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상선은 또다시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1392억원을 추가로 차입(만기 2016.11.9, 이자율 연간 7.5% 또는 8.5%)한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거래의 문제점으로 현대상선이 자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19.8%를 씨티은행·대우증권·한국투자증권 등 금융기관에 유가증권을 신탁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차입자이자 위탁자 현대상선, 수탁자 씨티은행·대우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며, 이들 금융기관이 투자한 3개의 SPC를 제1종 수익자, 현대엘리베이터를 제2종 수익자로 한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상선이 맡긴 담보물인 현대증권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ABCP를 발행하는데, ABCP의 발행주간사와 중개기관을 메리츠증권, 그 최종 매입자를 자산운용사 등의 금융기관을 포함한 불특정다수 투자자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에 1392억원을 대여하면서 신탁계약의 제2종 수익자로 기재돼 있으나 제1종 수익자를 제치고 담보물인 현대증권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및 콜옵션 행사 등 각종 권리를 취득했다.
현대상선이 부도가 나서 ABCP 원리금을 상환 못하는 경우, 우선매수청구권 형태로 현대증권 지분을 되사면서 메리츠증권과 ABCP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라는 점.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의 자금조달을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ABCP의 발행주간사와 투자자들에게 신용보강을 제공한 것"이라며 "사실상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하고 그 담보물인 현대증권 지분에 대한 질권을 설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현대상선이 부도에 직면하게 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약정된 조건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ABCP의 발행주간사 및 최종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상환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이 아닌 현대상선을 매각하려 한다는 설이 나오는 등 부실기업 ‘꼬리 자르기’ 의혹이 제기돼 주무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산업은행과 현대그룹 간의 MOU 이행과 변경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경제개혁연대의 공문을 접수받는 대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담당 실무국인 경쟁정책국으로 배당될 것으로 보이며 시정명령 이상의 조치가 내려질 경우 현대상선의 자금조달에 타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