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STX조선해양이 청산(법정관리)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미집행자금을 용도변경하는 형식으로 STX조선해양에 453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11일 서울 STX 본사에서 채권단을 소집해 실사결과를 발표한 뒤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마련했다. 이 자금은 STX조선이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거나 인도하는데만 사용된다. 산은은 “STX조선해양에 4530억원을 지원하면 내년말까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사 결과 STX조선은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더 높았다. 하지만 산은은 채권단에 추가지원 대신 회사의 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선 산은은 채권단에게 STX조선의 건조능력과 선종을 축소하자고 제의했다.
산은은 이번 지원 조치와 함께 STX조선의 사업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산은은 STX조선을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시키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가닥을 잡았다.
우선 STX조선이 경남 진해에서 운영 중인 선대를 기존 5개에서 2개로 축소된다. 저가수주를 차단하기 위해 STX조선은 대형 선박 건조를 중단하고 5만~7만톤급 소형 선박 건조에 집중한다. 산은은 STX조선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빅3’와 경쟁했던 해양플랜트와 중대형 컨테이너선, LNG 등은 수주를 중단하게 함으로써 국내 조선업계의 과잉공급과 저가수주 우려를 해소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 조선소는 이미 수주한 물량이 인도되는 2017년 이후부터 대형조선사 하청을 받아 선박을 제작하는 블록공장으로 전환된다.
인력 구조조정도 실시한다. 산은에 따르면 STX조선은 지난 10월까지 864명(24.4%)을 감원했고 추가적으로 930명을 감원해(34%)의 인력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전 직원 임금도 10% 삭감된다.
기존 지원예정자금 잔여분인 4530억원에 대해 용도변경을 승인해 기수주 선박 건조 및 인도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STX조선은 사실 탱커선 등 일부 선박의 제조능력이 뛰어난 회사로 해운사의 활황기에 해양플랜트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봤다"며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역량을 모으기 위해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내주 회의를 열고 산은이 마련안 회생방안을 부의한다. 채권비율 75%가 동의할 경우 산은이 마련한 방안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채권단은 산은, 농협, 수출입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