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유럽중앙은행(ECB)의 기대에 못미치는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출렁댔다.
유럽의 주가와 채권 가격은 급락했고 미국 증시도 1% 이상 떨어졌고,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ECB는 통화정책회의 후 예금금리를 현행 -0.20%에서 -0.30%로 0.10%포인트 내리고, 양적완화 프로그램 시행 시한을 적어도 오는 2017년 3월로까지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만기 채권에 상응하는 원금분을 재투자하고, 국채뿐 아니라 특정 지역이나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도 매입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그간 지속적으로 추가 부양책 시행 가능성을 시사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부양책 규모가 시장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예금금리 인하 폭이 예상 수준의 하단이고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추가로 인하하지 않았고, 월 매입 양적 완화 규모도 동결됐다.
유럽증시는 그간 ECB 부양책 기대에 10월 말 이후 11%가량 올랐다. 그러나 이날 ECB 결정으로 유럽 증시는 폭락했다.
유럽을 대표하는 톡스 유럽600지수도 3.1% 하락해 하루 낙폭으로는 8월24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독일 DAX30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는 모두 3.6%가량 하락했고, 영국 FTSE지수도 2.3% 떨어졌다. 유로존 국채 가격도 급락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0.18%포인트 오른 0.65%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도 이날 동반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1.42%, 1.44%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도 1.67% 떨어졌다.
아시아 시장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4일 전 거래일보다 19.67포인트(0.99%) 내린 1974.40으로 장을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00포인트(0.72%) 내린 685.77로 장을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7.9원 내린 1156.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일본 니케이(-2.18%), 중국 상하이(-1.65%), 홍콩 항셍(-1.06%) 등도 하락했다.
삼성증권은 "이번 회의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는 게 문제"라며 "당장은 실망감이 시장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차츰 안정세를 되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현지시각 3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 등을 통해 “미국 경제의 성장 추세가 앞으로 1~2년동안 고용 사정을 추가로 개선시키기에 충분하다”며 “금리정책 정상화의 개시를 너무 오래 미뤄선는 안된다”고 밝혔다. 미국 금리 결정은 이달 중순 이뤄진다.
미국 금리 인상은 신흥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어 세계 증시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증권은 "ECB 결과와 미국 금리 인상 재료가 반영되면서 달러 강세는 주춤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아직 이달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