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달러 약세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원화 강세 현상은 너무 두드러진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원화강세, 중소기업에 악영향
지난 12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의 거시경제적 영향’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유지돼 올해 4분기 평균 환율이 1000원/달러에 이르게 되면 경제성장률이 0.2%p 감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입재 가격하락에 의한 내수 진작효과보다 수출 감소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한국은행은 4월 수출물가지수(잠정)가 88.33으로 3월보다 2.5%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1월의 88.0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수출물가가 하락하게 되면 수출기업이 같은 상품을 팔아도 손에 쥐는 원화 액수가 줄어 채산성이 악화된다. 수출물가가 하락하게 된 이유는 원·달러 평균환율이 3월 1,070.89원에서 지난달 1,044.55원으로 2.5% 하락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원화 강세가 한국은행의 정책과 관련 있다고 보는 학계의 주장도 만만찮다.
서울의 한 사립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원화강세 등락 폭이 너무 크다. 14일 기준 1달러에 1025원 정도였다. 작년 중반에 1100원에서 1050원이었던 걸 감안한다면 10% 이상 절상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화 강세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통화정책이지만 국내 정책적 요인도 크다. 미국의 옐런 의장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달러 약세 기조는 전 세계적 현상이 됐다. 그런데 유독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한국은행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 최근 공개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앞으로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때문에 해외 금융 투자 자금이 한국으로흘러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두 달 연속 외국인들의 국내 상장 채권 매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국내 상장 채권에 대한 외국인 순 매수가 3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해외자금의 국내 유입이 지속되면서 국내 경기 상황과는 관계없이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화강세가 이루어지게 되면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무너질 수불황형 흑자 2년 넘게 계속돼
한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또 다른 학자는 “한국은행이 국회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00엔당 1000원 내외인 환율이 100엔당 800원선까지 내려간다 하더라도 국내기업들의 매출 영업이익률이 0.35%정도 밖에 줄지 않아 우리 기업의 수출엔 큰 문제가 없다. 따라서 원화 강세가 지속돼도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버틸 수 있고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행의 이런 논리는 금리인상을 위아울러 그는 “삼성전자처럼 해외에 많은 공장을 가진 대기업들은 당장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일반적인 기업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GDP의 7%수준인 680억 달러로 보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가 수출 증가로 인한 것이 아니라 내수 경기 부진으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면서 생긴 상대적흑자라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로 봐야한다. 이런 불황형 흑자가 최근 2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원화강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들 특히 자본력이 약하고 달러 보유량도 적은 중소기업들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지금 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원화 강세를 진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다. 내수경기 부양책을 펴 현재의 불황형 흑자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은이 우리 경기가 괜찮다는 발언을 하며. 금리를 올리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은 “종합적·거시적으로 봐야”
한국은행의 입장은 다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 회복세가 상당히 완만하지만 좋아질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선제적인 조치로 금리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시기에 대해선 단정할 수 없다. 외국 투자 자본이 들어와 원화 강세를 부추긴단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원화 강세를 부추길 정도의 대규모 외국 자본 유입은 관측된 바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또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가 ‘불황형 흑자’란 시각 역시 현 시점에서 동의하기 힘들다.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종합적이고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다만 원화강세로 인해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거란 점엔 동의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중에는 수입 중심의 기업들도 많다.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과 수입위주의 중소기업이 혼재돼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좋다 나쁘다 단정하기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2개월 연속 2.50%로 동결된 상태다. 이러한 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시장의 관심 또한 큰 상태다. 다수 전문가들은 연내 금리인상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 등을 우려한 기획재정부가 반대 입장이어서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기재부는 금리 인하를 바라는 입장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된 데다 추가 재정 여력이 없는 정부로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중에 더 많은 돈이 풀려 경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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