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관세청이 연말 종료되는 서울과 부산지역 면세 특허의 신규 사업자로 신세계DF, 호텔롯데, 두산(이상 서울), 신세계조선호텔(부산)을 선정했다.
SK네트웍스는 23년간 보유했던 워커힐면세점 특허를 신세계DF에, 호텔롯데는 월드타워점이 가지고 있던 특허를 두산에 각각 넘겨주게 됐지만 사업자들은 과거에 제공됐던 막대한 혜택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면세점 사업자의 특허수수료율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신규 사업자들은 바뀐 제도로 기존 10년에서 앞으로 5년간만 특허권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수수료율 인상과 독과점 완화를 골자로 하는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매출액 대비 0.05%(중소·중견 0.01%)인 현행 수수료율을 0.5%로 일괄인상 또는 매출 규모 별로 0.5~1.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도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수수료율을 현행 100배인 5%(중소·중견기업은 1%)로 인상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논의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면세점이 막대한 이득을 보고도 정부에 내는 수수료가 지극히 적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면세점 시장 규모는 8조3000억원, 주요 면세점 업체의 영업이익이 5525억원에 달했지만 사업자들이 정부에 낸 특허수수료는 요율에 따라 40억 원에 그쳤다.
5년마다 이뤄지는 특허권 심사는 면세점업계로 하여금 신규 투자를 주저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정에서 특허권을 뺏긴 SK 워커힐점과 롯데 월드타워점은 최근 영업장 확장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가 있었다. 워커힐면세점은 1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매장 면적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장하고 매장환경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다음 달 전체 재개장 예정이었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잠실 롯데월드에서 월드타워점으로 이전하며 인프라 투자 등에 3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면세점 모두 이러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증권가에서 내놓는 면세점 사업에 대한 전망은 밝지 못하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와 오랜 기간의 경험, 영업 노하우가 중요한 사업 특성상 5년 주기의 사업자 선정은 치열한 경쟁과 함께 전반적인 마진율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며“경쟁심화와 마진율 하락 가능성, 진입장벽 약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면세사업자에 대한 특혜적 성격이 갈수록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선정 결과는 특히 롯데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롯데호텔 상장 추진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며, 공모가를 낮춰야할 것”이라며“향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문제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면세점 특성상 초기에 시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사업기간 5년 내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라며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한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면세점 사업 성패는 브랜드 소싱 능력, 재고 운영 능력 등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인데 바뀐 제도로 사업자들은 특허권 유지를 위해 5년마다 불필요한 소모전을 반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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