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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희망펀드, 대기업 총수 바라기 논란

2015.11.14(Sat) 21:53:20

   
왼쪽부터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대기업 총수들이 사재룰 출연해 박근혜 정부 시책인 청년희망펀드나 개인 또는 회사 현안 타개를 위해 기부하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청년희망펀드에 대해 기부하는 총수들의 금액 규모를 보면 재계 순위와 대체로 일치하지만 현안을 가진 총수의 경우 더 많을 금액을 내놓는 형국이다. 또한 청년희망펀드 등이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강제할당 하다시피 한 기부금으로 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사그러들지 않는다. 

우선 삼성 이건희 회장은 와병중임에도 재계 총수 중 가장먼저 청년희망펀드에 기부금 200억 원을 쾌척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도 150억원을 출연했다. 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60억원), LG 구본무 회장(70억원), 롯데 신동빈 회장(70억원)도 이 펀드에 사재를 출연해 기부했다. 

이밖에 10대 그룹 중에서 총수가 없는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을 제외하고 GS 허창수 회장(30억원), 한진 조양호 회장(22억원),  한화 김승연 회장(30억원)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했다. 

10대 그룹은 아니지만 롯데, SK와 치열한 면세점 유치 경쟁을 치르는 두산 박용만 회장(30억원),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모자는 각각 30억원씩 60억원을 기부했다. 

조세포탈·분식회계 등 8000억원대 경영비리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효성 조석래 회장(16억원)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금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청년희망펀드는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개인재산 2000만원을 내놓고 매달 월급의 20%씩 기부하기로 하면서 1호 가입자가 됐다. 하지만 이달 중순까지 공직자와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액은 60여억원 수준으로 기대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가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준 조세'로 성격이 바뀐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에 기부액 규모와 참여 시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금 액수는 5대 그룹에 750억원, 금융권에 500억 원이 할당됐고 기업들과 연락책은 전국경제인연합회다.  

더욱이 개인과 회사 현안 해결이란 발등에 불 붙은 대기업 총수는 청년희망펀드 외에도 다양한 기부금을 내놓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수감중이던 당시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카이스트(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를 설립했다. 

최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면세점 수성이란 명제 해결을 시도하는 신동빈 회장은 창업지원 프빈 로그램에 100억원, 롯데문화재단 설립을 위해 100억원 등을 기부했다. 청년희망펀드를 포함해 최근 3차례에 걸친 사재출연규모만 270억원에 달한다. 

두산 박용만 회장도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시키며 사재 100억원을 추가로 출연했다. 

하지만 강제적인 사재출연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STX, 동부 등 유동성을 겪은 그룹들에 대해 채권단이 총수의 사재출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라며 “국내 대기업 특성상 총수의 막강한 권한을 감안하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은 틀리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정부 국정 기조나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마다 터지는 사재출연 요구 관행은 개선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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