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여파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중이 73%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행이 최근 1년간 (2014년 10월∼2015년 9월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월평균 6조3천억원으로 예년(2012년1월∼2014년 8월 기준) 수준(1조8천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3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작년 2분기 70.2%에서 올해 2분기 72.9%로 1년 새 2.7%포인트나 상승했다.
가계 부채 급증세는 한은이 작년 8월 이후 0.25%포인트씩 4차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로 내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한 효과도 맞물려 예년보다 비교적 긴 시간 낮은 폭으로 금리를 낮췄음에도 대출문턱을 낮추자 가계 빚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에 앞서 2000년대 이후 2001년 2월~9월, 2003년 5월~2004년 11월, 2008년 10월~2009년 2월, 2012년 7월~2013년 5월 등 4차례의 금리인하 시기가 있었다. 각 기간별 금리인하 폭은 1.25%포인트, 1%포인트, 3.25%포인트, 0.75%포인트였고 증가폭은 53조3000억원, 1조7000억원, 80조3000억원, 2012년~2013년은 7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64%로 집계됐다.
2013년 프랑스(104%), 미국(114%), 일본(129%), 영국(154%) 등의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이 크게 높아 장기적으로 내수 등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진다.
한은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하는 가운데 네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올해 GDP성장률을 0.18%포인트(p),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09%p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금리인하의 실물경기 파급기간을 고려하면 내년과 내후년 성장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한은은 이번 금리인하가 금융시장에 시장금리 하락 등 1차 파급효과를 나타냈고 주식, 부동산 등 일부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줬으나 이외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를 개선시키는 효과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았다고 분석했다.
작년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민간신용 확대 규모는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201조원이다. 민간신용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가계나 기업에 대출한 돈을 가리킨다.
한은은 분기거시계량모형 분석 결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는 경우 1차 연도에 GDP 성장률은 0.05%p,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3%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은은 "민간신용 확대 규모는 이번 인하기에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민간신용 증가폭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큰 것은 기준금리 인하 이외에 지난해 8월 정부의 LTV·DTI 규제 합리화가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고채(10년) 금리, 대출금리 및 수신금리는 금리인하가 시작된 지난해 8월 기준 각각 3.1%, 4.2%, 2.4%이었으나 올해 9월 현재 각각 2.1%, 3.5%, 1.5%까지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