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케미칼 공장(출처=롯데그룹 블로그) |
롯데가 삼성의 잔여 화학사업부분을 인수한다. 인수가가 3조원에 달해 롯데로서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지만 합병 시너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인수가격도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그룹은 삼성SDI의 케미칼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인수계약을 30일 오전 체결했다. 이로써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31.5%(삼성 BP화학 지분 49% 포함),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신설 법인의 지분 90%가 롯데에 인수된다.
◆ 최소 1조 더 쓴 금액, 3년간 총 7조원대 투자 부담될 듯
하지만 이번 빅딜이 롯데 측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금융투자업계는 입을 모은다.
롯데케미칼이 2조원에 인수가 가능했을 것을 1조원이나 더 썼으며 기존 투자계획까지 합하면 3년간 7조원의 투자를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아직 구체적인 실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는 M&A에 선뜻 3조원을 배팅한 것.
관령업계에 따르면 경기에 민감한 화학산업은 실적 사이클이 들쭉날쭉하는 분야다. 롯데케미칼의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이 회사 영업이익은 2013년 4874억원에서 지난해 350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올해는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언제든 경기에 따라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정밀화학은 2013년 203억원, 지난해 2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곳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I케미칼의 적정가치를 1조~1조1000억원, 삼성정밀화학 3400억원 수준으로 판단한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 하더라도 최대 2조원이 적정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2018년까지 4조원에 가까운 투자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며 “이번 삼성 화학 계열사 인수에 3조원을 보태면 앞으로 3년간 7조원에 투자하는 셈”이라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는 아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M&A를 통해 롯데케미칼이 얻게 될 이익이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며 “3조원을 투자해 PS(폴리스타이렌)·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PC(폴리카보네이트) 사업을 인수한다는 것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재무적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시장에서 얘기되는 인수가 2조원은 화학업계 실적이 부진한 지난해를 기준으로 산출된 것”이라며 “이번에 인수하게 되는 삼성정밀화학 등은 올해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 비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싼 가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금조달 계획 등에 대해선 “아직 실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양측이 사업포트폴리오 등을 정밀 검토하면서 인수가를 정했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업 시너지 있나 없나
롯데는 이번 빅딜로 롯데케미칼이 기존 범용 석유화학 제품 위주 포트폴리오에 에폭시 수지원료(eCH)와 셀룰로스 유도체 등 삼성정밀화학 등이 보유한 고부가 정밀화학 역량을 더해 종합 석유화학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다고 자평한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원료 수입부터 고부가가치 제품까지 수직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사업시너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인수는 그간의 행보와 다소 차이가 있다”며 “국내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이 정보전자소재, 태양광발전 등 비석유화학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부문에 더욱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몇 달 전까지 원재료를 에탄까지 다각화해 에틸렌 부문에서 더욱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불과 몇 달만에 ABS·PS·PC쪽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사업시너지에 대해 긍정적인 외부 평가도 있다.
윤재성 연구원은 “삼성SDI 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은 원재료 내재화가 가능해져 이익률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응주 연구원도 “범용 합성수지(PEㆍPP), 화섬원료(MEGㆍPTA)가 주력 제품인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M&A”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은 이번 거래로 그룹 전체로는 화학 관련 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한화그룹과의 빅딜에서 방산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도 매각해 방산사업 역시 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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