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 무산된 현대증권이 20일 사태 수습을 위해 이사회를 열고 오는 23일로 예정된 임시 주총을 취소하는 등 사태 수습에 진땀을 쏟고 있다.
당초 임시주총의 주요 안건으로는 새 대표로 내정된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 등 신규 이사진 선임안이 상정돼 있었다.
오릭스PE 간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거래의 종결이 이사 선임 효력 발생의 조건이었기 때문에 매각이 불발된 이상 임시 주총을 열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매각 무산에 따른 자동 수순이다. 윤경은 현 대표이사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릭스PE는 지난 6월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을 현대증권 새 대표로 내정하고 인수 이후를 준비해왔지만, 매각 무산으로 김 전 사장을 주축으로 한 현대증권 인수단도 자동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현대증권 노동조합도 매각 무산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주채권은행이며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은 현대증권 매각 무산에 따른 모든 법적 책임과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산은은 현대그룹에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현대증권 매각이 포함된 재무구조 개선안을 요구했다"며 "이를 위해 직접 매각주간사로 나섰다면 매각 무산 이후에 발생하게 될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현대증권 매각 무산의 책임이 오릭스에 있다고 보고 현대그룹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KDB산업은행이 현대증권의 매각이 무산된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오는 23일 주식담보대출 2000억원 만기가 도래하는데, 산업은행은 이 대출을 현대증권 매각이 완료된 후 갚도록 연장해주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올해 4월 현대증권 매각으로 자금이 들어오면 갚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에서 2000억원을 빌렸으나 오릭스PE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산업은행은 현대그룹 측과 협의해 현대증권의 매각 시기를 다시 조율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