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수출입 대금을 부풀려 3조원 대의 천문학적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모뉴엘 박홍석(53) 대표에게 법원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아 부장판사)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23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36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와 함께 기소된 신모(50) 부사장 등 모뉴엘 임직원 3명에게 각각 징역 3년~7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 등의 범행으로 인해 금융기관 10곳 등이 5000억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모뉴엘을 위해 수출 보증 등을 제공한 무역보험공사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박 대표 등의 범행으로 국가경제 발전의 도모를 위해 마련된 무역보험제도·수출보험제도가 위축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했다"며 "박 대표 등은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계획적으로 대규모 외환거래를 반복하는 등의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판시했다.
박 대표 등은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부풀려 허위 수출하고 수출대금 채권을 판매하는 등 수법으로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천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허위 명세서와 가짜 신용장 등 조작된 서류로 수출채권을 발행해 국내 금융사에 할인 판매했으며, 판매한 수출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또다시 허위로 매출을 꾸며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돌려막기'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표 등은 361억여원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 등을 이용해 2조8000억여원을 입·출금 하면서 외환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들이 허위·위장 수출을 반복해 금융권에서 빌린 담보·신용대출 규모는 67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박홍석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7년 세계가전박람회(CES) 기조연설에서 주목할 회사로 지목하는 등 삼성전자 출신의 '샐러리맨 벤처신화'의 주인공이었다.
12년 동안 삼성전자 북미 영업파트에서 근무한 박홍석 대표는 지난 2007년 모뉴엘 대표로 취임했다.
모뉴엘은 2013년 매출 1조2737억원, 영업이익 1103억원을 달성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강소기업으로 그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지난해 박 대표 등의 범죄 행위가 본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모뉴엘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국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차입금을 제때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구속됐다. 샐러리맨 벤처신화는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