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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7년 걸린 백혈병 피해 사과

반올림, 중재기구 설립엔 부정적

2014.05.15(Thu) 08:05:21

   
▲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기자실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2014.05.14.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백혈병 문제와 관련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공식 사과했다.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는 일단 삼성전자의 발표를 환영했다. 그러나 제3 중재기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기에 삼성전자가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가슴이 아프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반도체사업장의 백혈병 문제가 표면에 드러난 것은 지난 2007년 3월이다.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의 여성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황씨의 아버지가 3개월 뒤 산업재해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이것이 발단이 된 것.

이후 같은 해 11월 반올림이 발족했다. 뒤이어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 등이 잇따랐다. 올 초엔 황 씨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또 하나의 약속’이란 영화가 개봉돼 사회 이슈가 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이날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인 환자들, 사망한 직원의 가족과 반올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달 9일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할 것이란 의사를 밝혔다. 지난 달 9일 심 의원 등은 삼성 측에 산업재해 의심 질환 직원 및 난치병 유족에 대해 사과와 보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겠다. 중재기구에서 정해진 보상 기준·대상 등에 따르겠다. 반도체사업장의 안전과 보건관리 현황을 진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또 “삼성은 발병 당사자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소송에서도 완전히 발을 빼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 소송에 보조참가 형식으로 일부 관여하고 있다.

이날 권오현 부회장이 직접 사과를 한 것은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삼성 측이 제안한 제3 중재 기구에 대해 심 의원과 반올림측은 부정적 입장이다.

같은 날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심 의원은 “삼성전자의 이번 사과 발표가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도 “삼성전자가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직접 대화를 해 조속히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올림 측 역시 직접 협상을 해야 한다며 중재기구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다시 말해 반올림을 협상 대상자로 인정하라는 것.

반올림은 반올림을 교섭의 주체로 분명히 인정하고, 요구안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 노동자·가족 등에 대한 고소와 고발을 취하하고, 각 사업장 화학물질과 안전·보건관리 현황, 종합 진단 및 결과 공개, 현행 퇴직자 암 지원제도 개선과 대상·지원조건 확대 등을 요구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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