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유커)의 귀환, 건설·부동산경기 호전 등으로 제주도의 경기전망이 40포인트 이상 뛰었다. 전국 기업경기전망도 하락세에서 횡보세로 접어들며 내년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23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조사를 실시한 결과, 4분기 전망치는 ‘87’로 집계된 가운데 유커의 귀환으로 소비훈풍이 불고 있는 제주는 ‘132’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체감경기를 뜻하는 BSI는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보다 다음 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측은 “지난 분기 88로 9포인트 급락했던 경기전망지수 하락세가 진정국면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악화전망이 우세한 편”이라며 “메르스 종식으로 내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중국경제 경착륙 가능성,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요인 불안이 아직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대부분 지역 체감경기가 기준치를 밑도는 가운데 제주의 경기전망지수는 132로 42포인트 상승했다. 매달 30만명 가량의 관광객이 들렀던 제주는 메르스로 7월 8만명까지 감소했으나 지난달 21만명 이상 증가해 소비훈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 상의측 설명이다. 상반기 연기됐던 행사의 개최로 식음료 같은 소비재 산업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실제로, 제주에서 비타민음료를 생산하는 한 기업도 9월부터 실적이 몰라보게 개선되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최근 다시 증가하면서 제품 판매량이 같이 늘어났다는 것. 해당 기업은 이같은 속도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 메르스 불황을 빠르게 만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유입인구 증가, 외국인 투자로 인한 건설경기 호황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제주의 순이동인구(전입-전출)는 작년에 비해 25.1% 늘어 주택수요가 급증했고, 인구증가에 따른 건설수주(7월)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2%나 증가했다. 지역 건설회사는 민간공사 주문이 늘어나 원자재나 레미콘, 건설인부가 부족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도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수출기업 BSI전망치는 89로 지난 분기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으며, 내수기업(87)은 변화가 없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전망치가 76으로 중소기업(88)보다 떨어졌다.
대한상의는 “철강·비철금속, 기계 업종의 대기업이 부정적 전망을 주로 나타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수출계획도 줄여 잡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호남에서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는 한 기업은 4분기 경기를 묻는 질문에 ‘앞뒤가 꽉막혀 돌파구가 없다’고 했다. 해당 기업은 내수를 보면 일반 기업 쪽 수요는 거의 ‘0’이고, 공공기관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결제를 2~3개월 뒤로 미루는 일이 다반사라며 더 심각한 것은 중국 등 신흥국 경기부진으로 수출도 반토막 났다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로 기업들은 ‘내수진작’(54.4%), ‘기업 자금난 해소지원’(21.9%), ‘규제개선’(9.0%), ‘기업 인력문제 해소 지원’(7.0%), ‘창조경제 활성화’(5.2%) 등을 차례로 꼽았다.<기타 2.5%>
정혁 서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은 “현재의 경기불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가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국제적 경제 환경의 문제”라며 “노동개혁과 규제개혁과 함께 저성장 국제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신시장 개척, 수출선 다변화를 시도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남권에서 냉동회를 생산하는 한 기업은 당초 일본수출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 엔저로 영국으로 수출물꼬를 틀었다며 다소 어려움은 있었지만 올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30%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고 밝혔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경제는 메르스라는 단기적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중국경제 둔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엔저, 북핵 등 여전히 많은 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다”며 “저성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경쟁력 강화, 신시장 개척 등 새로운 성장전략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