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4급 이상의 퇴직 관료를 대상으로 ‘취업이력공시제’를 도입하려는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세월호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관피아(관료 마피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민 의원은 올해 12월 시행될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데도 핵심 역할을 했었다. <비즈한국>은 14일 늦은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민의원을 만나 ‘관피아 방지법’과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관피아를 막기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어떤 차이가 있나.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퇴직 후 민간 기업, 법무·회계·세무법인 등에 취업할 때만 취업제한 심사를 받는다. 공단, 공사, 재단, 국책연구원 등 공공기관이나 조합, 협회 형태의 비영리업체는 취업제한 대상 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세월호에 대한 부실 검사로 논란을 빚은 한국선급(KR)과 한국해운조합 등에 해양수산부 출신 퇴직자들이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런 맹점을보완하자는 취지다. 대상자는 4급 이상의 퇴직 공무원이며 10년간 실명·근무업체·직급 등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피아의 실체에 대해 공직자 중에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보나.
관피아는 말 그대로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오죽하면 관료를 마피아에 빗댓겠나. 관피아는 실제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관료들이 재량권을 남발하는 과정에서 민간기업과 유착되고 퇴직 후에도 일정 영향력을 행사하며 로비를 일삼는다. 관피아 방지법은 이런 불법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관피아법 개정안이 발의되면 통과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박근혜대통령도 관피아를 척결하겠다고 강조하지 않았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 정서로 봐서도 여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본다.
-지난 14일 국회 내부에 입법권이 부여된 ‘세월호 4·16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이 왜 무너졌는지 밝혀야한다는 생각에서 특위 구성을 주장했다. 현역 의원 40~60명 정도의 ‘매머드급’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이 왜 났는지, 어떤 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집중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참사가 반복될 것이다.
-특위 활동 기간은 과거 국회 특위와 유사하나.
과거 국회 특위 활동은 한 달이 채 못됐다. 이번 세월호 특위는 그렇게 해선 실효가 없다. 진1년 정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가 시스템을 완전히 탈바꿈 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네덜란드 정부의 경우, 73년 처음 구상한 남부고속철도(HSL-Zuid)를 89년 경 공식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원시림 보존지구인 후른하트 지역을 통과하는 계획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1년부터 논의를 거쳐 97년최종적으로 통과구간 전체(10㎞)를 지하화하기로 결정했다. 오랜 시간 대화를 통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원시림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가치배분의 행위다. 대화를 통해 다양한 이익집단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잃을 수 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원래 개정안은 동창회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하는 선의의 차명계좌 외엔 모두 증여간주로 보고 불허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부 당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증여추정으로 바꾸었다.증여 간주로 본다면 세금 탈루 등의 불법성 여부를 재판으로 다툴 수 없지만 증여추정으로 보면 재판으로 다툴 수 있다. 따라서 불법 목적의 차명거래를 원천 차단하긴 힘들겠지만, 개정된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계좌 명의자가 합의했더라도 불법적인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실소유주와 명의자 그리고 차명계좌 개설을 도운 금융기관 관계자에 대해 모두 5년 이하의 징역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실효성은 있을 것으로 본다. 법안이 시행되면 금융거래가 예전보다 투명화 돼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엔 ‘선명성의 정치가 횡행한다. 나는 ‘선(善)’이고 너는 ‘악(惡)’이란 태도로는 대화를 할 수가 없다.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찾아야 진전이 있다. 어떤 의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비만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매일 10km를 뛰라고 하면 기겁을 한다. 그러나 하루 10m 정도 걷는 것부터 하라고 하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몇 달 지나면 4~5km 정도는 문제없이 뛰는 경우가 많다. 대화가-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글 자본주의다. IMF이후 우리나라에 만연했던 신자유주의적 기조 하에서 성과만이 강조됐다. 매출 얼마, GDP 성장 얼마와 같은 계량화된 수치에 인간이 매몰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런 정글 자본주의가 당연시되면서 80대 20 즉 양극화사회가 고착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우리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국가 경제는 커지고 기업은 성장하는 데 국민은 가난해지는 ‘근로빈곤’
chosim34@bizhankook.com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