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실버산업이 주목받고 있느나 국내 기업의 준비 실태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고령친화산업(의약·식품·화장품·의료기기·생활용품·금융·요양·주거·여가)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버산업 진출 동향을 조사한 결과, '향후에도 진출할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64.6%에 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진출했다'는 11%,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24.4%에 그쳤다.
실버산업 진출을 주저하는 이유는 '노하우 및 관련 정보 부족'(47.7%)과 '체계적 육성정책 미비'(30.8%)를 꼽았다. '국내 고령층의 낮은 소비성향'(14.0%)과 '내부인식 미약’(7.5%)도 걸림돌로 거론됐다.
일반기업도 고령층 대상 제품·서비스에 인색했다. 대한상의가 고령친화업종 외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고령층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 제품 기능이나 가격을 조정·변경했는지를 묻자 '제공하지 않고 계획도 없다'는 기업이 78%나 됐다. '그렇다'는 10%, '향후 조정할 계획이다'는 12.0%에 불과했다.
정부도 고령화 정책이 보건·복지 지출에 치중해 실버산업 육성은 소홀한 편이다. 올해 '100세 사회 대응 고령친화제품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은 40억원으로 전체 보건의료 R&D 투자액(4535억원)의 0.9%에 불과하다. 일본은 지난해 고령자 생활용품 개발에 476억엔(4648억원)을 지원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실버산업이 취약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은퇴자산 증가 등은 성장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이 실버산업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세계 실버산업 규모가 꾸준히 성장해 2020년 약 15조 달러(1경7685조원, 8월 평균 환율 적용)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빠르게 늘어 2060년 37.1%로 전 세계 평균(18.1%)의 2배를 웃돌 것으로도 예측됐다.
또한 고령층의 구매력도 강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이 2001년 9.16%에서 2013년 11.44%까지 증가했고, 노후 지출의 기반이 되는 연기금 규모도 전 세계적으로 2009년 23조8750억 달러에서 2013년 31조9800억 달러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급속한 고령화로 2060년 세계 2위의 고령국가 진입을 앞둔 우리로서는 실버산업 발달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내외 고령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고령친화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관련 기업도 체계적으로 육성해 글로벌 시장선점, 일자리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