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롯데그룹 부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사인 ‘광윤사’의 최대주주로 밝혀졌다.
세간에 떠돌던 국내 롯데그룹의 수익금 대다수가 일본으로 유출된다는 소문의 진상이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롯데판 제2차 왕자의 난도 가능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롯데그룹은 당분간 재벌개혁 공방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 이미지출처=YTN |
◆ 독기품은 야당 “왕자의 난 끝났냐”, 신동빈 “끝났다”
신동빈 회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관련 증인으로 출석했다.
신동빈 회장은 2012년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아 1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부친 신격호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와 국적 논란 등으로 국민 여론이 악화돼 증인 출석이 불가피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재벌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한ㆍ일 롯데그룹간 복잡한 순환출자구조와 소유구조 등에 대한 집중 추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은 “왕자의 난이 끝났냐” “롯데는 한국기업이냐”는 등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신동빈 회장은 “맞다”고 답한뒤 “자신은 한국 국적을 유지할 것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계속해서 김영환 의원이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일본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 등에게 ‘너 나가’라며 손가락 해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전근대적 경영의 유산이 아닌가”라고 질문 강도를 높였다.
신 회장은 즉답을 피한채 “아버지가 아들한테 ‘너 나가’라고 하는 건 이상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 호텔롯데 최대 15조 상장차익 불구 국내선 세금 안내
같은당 김기식 의원은 롯데그룹 순환출자구조 문제를 따졌다.
김의원은 “호텔롯데를 소유하고 있는 롯데홀딩스 등은 10조~15조 상장차익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단한푼 국내에 내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은 일본으로 가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롯데가 한국기업임을 확인시키려고 상장을 한다는데 상장 과정에서 나타난 것은 롯데가 일본기업임을 확인시킨 것 밖에 없다”고 추궁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전체 30%에서 40%를 신주발행으로 하자는 식으로 얘기중이다”며 “신주발행해서 투자하면 고용도 이뤄지고 세금도 낼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기식 의원은 호텔롯데 사장시 최소 조건인 25%를 공모하면 75% 지분을 여전히 가질 수 있다“며 ”신주발행이 아니라 기존 주식을 파는 구주매출을 하면 상장이익이 바로 실현된다”고 문제점을 재차 꼬집었다.
김의원은 “이런 경우 상장차익 10조~15조원은 현 주주들에게만 돌아가고 세금도 죄다 일본에 내게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신동빈 회장은 “호텔 롯데 국내 상장에 관련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승인까지 받았다”며 “올해 연말까지는 문제가 된 롯데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80%까지 해소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상장을 완료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 구체적인 상장 절차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이란 단서를 붙였다.
◆ 한일 롯데계열사 정점에선 광윤사, 최대 주주는 신동빈
하지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이 롯데그룹의 대주주사인 광윤사의 지배구조를 짚은 것이다.
박의원은 “광윤사는 신동빈 회장 가족이 지분의 99.6%를 갖고 있고, 이 중 신동빈 회장이 38.8%,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씨가 10%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베일에 쌓였던 롯데 해외 계열사의 지분구조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9.28%를 일본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고, 이 일본 계열사들의 지배하는 것이 광윤사, 그리고 그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신동빈 회장이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신동빈 회장은 “광윤사 지분은 형(신동주) 50%, 어머니 10%, 나 38.8%이다”며 나머지 광윤사 지분은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약 1% 그리고 장학재단이 0.08%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의 한쪽 축이었던 신동주 전 롯데그룹 부회장이 광윤사 최대 주주임에 따라 상황에 따라서는 제2차 왕자의 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를 의식한 “제2차 형제의 난,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느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일본 롯데를 분리해 맡기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주주로부터 위임을 받아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한·일 롯데가 같이 가는 게 시너지 효과가 크고 주주가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한·일 분리는) 적절하지 않다”고 단호히 거부했다.
◆ 신동빈 입맛 맞는 질문만 고른 새누리당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던진 질문은 야당 의원들과 주제는 같았으나, 야당 의원들에 비해서는 다소 강도가 떨어졌다.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 일어나 “이번 가족간의 일로 국민과 의원들게 심려 끼쳐 드려 부끄럽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머리숙였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 경우 야당 의원의 날선 공격에 신동빈 회장이 어색한 미소를 띄우자 “한국과 일본이 축구하면 한국을 응원하는가”라는 다소 토론회에서나 나올법한 질문을 건넸다.
신동빈 회장은 이 질문에 굳어가던 표정을 풀고 “지금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세금문제와 관련해 “신주를 발행하건 구주 매출을 하건 상장 차액 수익을 모두 국내에 세금으로 내게 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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