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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동부CNI의 구원파?

4월 24일 만기 회사채 인수, 7월에도 인수 여부 주목

2014.05.14(Wed) 09:52:47

   


산업은행의 동부CNI 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점증하고 있다. 최근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증권은 동부CNI의 회사채 돌려막기를 부당지원해오다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적발 당했다.현행법상 대기업 집단에 소속된 증권사는 투기등급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하지 못하며 회사채의 50% 이상을 인수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는 지난해 동양사태를 겪은 뒤 재발 방지 차원에서 개정안이 마련된데 따른 것이다.동부증권은 동부CNI 회사채를 유진투자증권과 각각 150억원씩 인수했는데, 이후 유진투자증권은 이를 다시 동부증권에 매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동부증권이 편법으로 동부CNI 회사채를 인수한 혐의가 짙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김준기회장 장남 김남기 부장이 대주주

김준기 동부그룹회장의 장남 김남기씨가 대주주인 동부CNI는 지난해 6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냈다. 이런 실적은 동부CNI의 회사채 상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동부CNI의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한신평은 지난달 20일 동부CNI를 기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바꿨다. 한신평은 동부CNI의 신용등급을 내린 이유로 단기차입금 비중 증가를 들었다. 2010년 동부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의 계열사 지분매입으로 동부CNI의 차입금은 2011년 말 기준으로 약 2800억 원까지 확대됐고, 지난해 기준 모든 차입금의 만기가 1년 이내 도래하는 수준까지 악화된데 따른 것이다.

시장의 반응도 싸늘하다. 지난 4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과정에서 동부 CNI는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결국 주관사인 KTB투자증권이 100억 원, 동부증권이 200억 원, 산업은행이 200억 원의 회사채를 인수했다. 그렇게 해서 동부 CNI는 만기 도래한 회사채 500억 원을 막을 수 있었다. 산업은행이 ‘구원파’로 나서지 않았다면 동부CNI는 심각한 부도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시장이 외면한 회사채, 산업은행이 인수

산업은행은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동부CNI 회사채를 왜 인수했을까.<비즈한국>과 통화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으로써 동부그룹과 구조조정 작업을 같이 하고 있는 입장이다. 동부CNI가 발행한 회사채를 인수한 건 동부그룹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 차원과 맥을 같이 한다. 동부그룹에 재무구조를 개선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올해 동부CNI의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7월에 500억 원, 9월에 200억 원이다. 이 또한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CNI의 7월 회사채 인수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이러한 자세는 ‘동양사태’와 비교된다. 동양그룹은 극도의 자금난에 빠지자 회사채 발행을 도모하는 한편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의 동양그룹 여신은 ㈜동양과 동양시멘트 대출 3천500억 원 등 총 4천500억 원에 이른다. 당시 산업은행은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계열사에 빌려줄 목적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한다면 어렵다"고 밝혔었다.결국 동양그룹이 2013년 10월 부도를 맞았다. 동양사태 이후 증권가에서는 동부그룹이 동양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자금난에 빠진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산업은행의 지원없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자체 상환하기 어렵다고 본 때문.

산업은행이 위기에 처한 동양그룹은 외면하고 동부그룹은 지원하는 배경에 나름 합당한 이유는 있다. 동양그룹은 주채권은행이 아니고 동부그룹은 주채권은행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의 동부CNI 지원은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년 이내 회사채 만기, 동양과 비슷

한신평의 평가에서 보듯 동부CNI의 차입 규모가 지난 2~3년 사이 급속도로 불어난데 이어 모든 차입금의 만기가 1년 이내라는 점은 동양그룹의 부도 직전 상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홀로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SI업체인 동부CNI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내부거래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내부거래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물량 감소는 매출 하락에 이어 영업 이익 하락을 낳고 회사채 발행 및 상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동부CNI는 2012년 말 기준으로 동부그룹 계열사에 100억여원의 자금을 빌려줬다.산업은행은 동양그룹의 자금 지원 요청을 거절하며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동양인터내셔널 등에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동반 부실에 처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지금 동부CNI가 그 형국이다. 돈을 빌려간 계열사가 돈을 갚기는커녕 더 부실해지면서 돈을 빌려준 동부CNI가 덩달아 부실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동부CNI 지원이 위험해 보이는 것도 이 때

최윤정 기자

you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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