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수면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8일 발표됐던 삼성SDS의 상장도 후계구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왜냐하면 경영권 승계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분권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 SDS의 상장 목적이 여기에 있다는 게 재계와 금융권의 시각이다.
삼성SDS 주가 36,67% 상승
지난 12일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기업 삼성SDS의 상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외시장에서 SDS의 주가가 15만원에서 20만5000원으로 36.67% 상승해 주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 삼성물산은 12일 전 거래일 대비 2.71%(1800원)오른 6만 83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97%(5만 3000원) 상승한 138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생명도 4.04%(3800원) 급등한 9만 7800원을 기록했다. 국민연금(7.71%)을 제외하고 삼성전자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계열사는 삼성생명(7.21%)과 삼성물산(4.06%)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지난 8일 삼성SDS는 이사회를 열고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3세 경영 승계의 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SDS의 주가가 장외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계열사의 주가들이 함께 상승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이 삼성SDS의 연내 상장을 추진하겠다며 내세운 명분은 '글로벌 ICT(Information & Com munication Technology)'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즉 상장으로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의 해석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재계와 금융시장의 관심은 삼성SDS 상장 이후의 지배구조 변화와 3세 승계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SDS 지분은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25%, 그리고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이 각각 3.9%씩 보유하고 있다. 즉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남매가 현재 삼성SDS 대주주로 있다는 것.
경영권 승계 위한 현금 확보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상장으로 세 남매의 지분가치를 현금화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비상장이었던 회사가 상장을 하게 되면 통상 주가가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상장의 진정한 목적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금 확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다른 금융 전문가는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자신이 45%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SNS를 작년 9월 삼성SDS와 합병하면서 SDS의 지분 11.25%(870만4312주)를 확보한 상태다. 현재 삼성SDS 주식의 장외가격으로 따져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2조원 이상 된다, 삼성그룹측은 향후 SDS 지분 매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의미가 '영원히'란 의미는 아닐 것이다. 설령 팔지 않는다고 해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주식을 교환하거나 지분가치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지분가치를 객관화 시킬 필요가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주식을 상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주식시장에 상장해 객관적인 거래가격이 형성되게끔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SDS지분을 상장해서 매매 등의 방법으로 현금화시킨 다음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고 상속세를 내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계에 부딪힌 삼성
그는 "'자식과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라'고 했던 93년도 '프랑크푸르트 신 경영' 선언이후 삼성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회장은 '지금이 위기'라는 말을 자주 했다. 특히 작년부터 '위기'라는 말을 더욱 자주 했었는데 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긴장감 조성의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최근 삼성 임원진 인사를 보면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의 사장을 대거 교체하면서 삼성전자로 전진 배치했다. 이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보좌하라는 의미로 해석가능하다. 또 삼성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이건희 회장의 고민이 반영된 인사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삼성그룹의 93년도 매출이 30조 원이 채 안됐다. 영업이익은 8천억 원 수준이었다. 작년 삼성의 매출은 380조 원, 영업이익은 39조 원으로, 93년도와 비교해 매출은 13배 영업이익은 50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삼성그룹이 한계에 부딪혔다. 우선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심하다. 그룹 상장사들의 작년 영업이익은 40조원, 그 중 삼성전자 한 회사의 영업이익이 36조원이었다. 게다가 삼성전자 이익의 대부분은한편 이건희 회장이 부재하더라도 삼성그룹의 경영엔 당장 큰 문제가 없을 거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삼성은 이 회장이 그린 큰 그림 아래서 임원진들이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경희 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정지훈 교수는 "삼성은 국내 대기업들 중엔 분권이 잘 된 편이다. 각 그룹의 사장들이 충분한 재량권을 가지고 경영을 하고 있어 이건희 회장의 부재로 당장 그룹에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그 이상의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삼성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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